출처 = 표창원 전 교수 페이스북 캡처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정의 구현 가능하다. 경찰 출신인데 굳이 정치를 선택한 이유는.
“과거에는 정치를 혐오했고 ‘정치는 나랑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경찰과 범죄 수사 전문가로 살았기 때문에 한 쪽 편을 든다는 것은 나랑 맞지 않았다. 객관적인 사실, 증거, 단서들을 보고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나 이상과 현실에 대한 의견들이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비판하면서 인생이 확 바뀌었다. 그 전보다 훨씬 더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좀 늦었지만 점차 양당제 정치구조 등 우리 정치의 현실이 보였다. 2012년 무렵부터 2015년 까지, 3년 동안 칼럼과 책을 쓰면서 사회 문제들도 더 깊게 들여다봤다. 점점 정치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형성됐다. ”
- 본격적으로 영입제안이 쏟아진 시기는 언제였나.
“선거 때마다 영입제안은 늘 있어왔다. ‘새 인물로 승리해야 된다’는 말이 있을 때마다 제안을 받았다. 2014년 7․30 재보궐 선거 때 처음 제안을 받았다. 당시 김한길 대표와 만났다. 그 다음 지방선거 때도 그랬다. 새누리당의 제안은 한 번도 없었다. 새누리에 대한 가장 강한 비판자라 그런가….”
- 그동안 보수적인 가치를 강조해왔다. 새누리당과 잘 어울린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제가 원래 경찰 경상도 출신에 보수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하하(웃음). 새누리당이 그 정도의 포용력을 지니고 있으면 정말 무섭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에게 그쪽에서 하는 걸 보면 포용력을 갖춘 상태는 아니다. 물론 친박이 아닌 YS계는 다를 수 있지만 새누리당의 영입제안은 없었다. 늘 야당 쪽에서 얘기가 있었다. ”
- 정치 입문 전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청소년들이 마음에 걸렸다. 지금껏 어린이용 추리소설 쓰기, 청소년 추리캠프 같은 것들을 해왔다. 청소년들에게 추리를 테마로 삼아 장기적으로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갖추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르쳐서 현명한 인재들을 키워나가고 싶었다. 그 친구들이 상당히 나를 많이 좋아 해줬다. ‘커서 프로파일러가 될래요’, ‘페이스북 친구해주세요’ 같은 편지를 자주 받고 있다. 청소년 친구들이 많다. 정치를 한다면 그 친구들을 떠나야 하니까…그 점이 제일 걸렸다.“
- 왜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치를 하면 더 이상 순수하고 객관적인 교육을 할 수 없다. 프로파일러가 되겠다는 친구들에겐 제가 상징적인 존재다. ‘다음 캠프는 언제 열어요’라며 방학 때 또 기회를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그 친구들이 가장 걸렸다. 지금도 미안하다. 정치를 시작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겠지만 그래도 계속 할 생각이다. 우리 지지층의 부모와 청소년들만 오는 것이 될지 아니면 정치와 상관없이 찾아와줄지 모르겠지만…”
- 본인 스스로 보수에 가깝다고 했는데 왜 더민주인가.
“(목소리를 높이며) 과연 더민주가 진보일까.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식 개념으로 보수와 진보를 따지면, 민주화운동은 ‘진보’이고 산업화는 ‘보수’다. 분단 때문에 보수와 진보 구분이 어렵다. 보수면 당연히 산업화 독재를 인정하는데 이점은 정말 잘못됐다. 사실 한국보수의 뿌리는 선비정신, 임시정부 수립, 3․1운동, 4․19혁명 등에서 찾아야 한다. 이점을 고려하면 야당이 진보는 아니었다. 과거 10년을 빼면 우리당은 늘 야당이었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진보’적 색채가 씌워진 측면도 있었다. 또 운동권, 대학시절에 학생운동을 했다는 분들이 과거 NL과 PD, 이런 것들을 학습하는 과정 속에서 사회주의적인 가치를 전수받지 않았나. 그 모습들을 본다면 진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대에 막시스트가 아니면 열정이 없고 40대까지 막시스트면 바보 천치다’는 말이 있듯 사람은 당연히 변한다. 과거의 운동권이 진보를 대변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우리 당의 이념도 진보가 아니다. 물론 표를 얻겠다는 현실적인 고려도 있겠지만… 안보와 경제에 대한 우리당의 기본 이념만 해도 그렇다.”
“2012년 대선 토론 당시 ‘도대체 재원은 어떻게 마련 할 거냐’는 질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되면 할 거다. 그래서 대통령 되려고 하는 거 아니냐”라고 답을 했던 것들이 지금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표를 얻어 승리해왔다. 당장은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족쇄가 될 꺼다. (강한 어조로) 이 같은 마타도어와 메카시즘과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 즉 거짓과 야합과 탈법을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어쨌든 다수의 지지만을 얻어내는 이런 태도가 새누리당의 발목을 잡을 거다.”
- 새누리당에 분노하는가.
“새누리당에 대한 분노는 없다. 새누리당이란 존재가 악은 아니다. 새누리당도 헌법에 의해 만들어진 정당이다. 정당의 정책과 이념은 좋다.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거다. 하지만 그들이 현실적으로 택한 방법들은 문제다. 이기는 것을 지상목표로 삼고 선거 전엔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말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낙수와 친재벌정책으로 돌아선다. 복지를 전혀 하려고 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비판의 대상이다. 그들의 존재 자체를 비난해선 안 된다. 다만 그들이 현재 정권을 잡고 있고 그것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처럼 자꾸 불법을 저지르고 거짓말을 하고 선전선동에 의존한다는 점이 문제다. 새누리당을 분노의 대상으로 삼으면 또 우린 진다. 존중할 건 존중하고 잘한 건 인정해야 하면서 가야 한다. 다만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더티한 플레이’를 우리가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는 고민해야 한다.”
- 진짜 보수주의자의 모습은 무엇인가.
“진보를 존중하는 보수다. 저는 진보가 좀 살아나고 건강해져서 우리와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제가 정의당하고도 친한 이유다. 분단 상황을 고려했을 때 옛 통합진보당의 친북적인 부분은 위험하다. 북한 인민에 대한 탄압과 비민주적인 착취를 용인하는 태도는 정말 잘못됐다. 그렇다고 해서 사상의 자유를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데 무리하게 정부가 밀어붙여 헌법재판소가 60년 만에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보수적 관점에서 옳지 않다. 진보를 존중하지 않고 말살시키고 우려하지 않고 비난하고 욕하고 없애려 하는 것은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보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 준거집단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
- 종종 ”미국의 유명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진짜 보수주의자다”고 말해왔다. 우리 역사에서도 그런 인물이 있나.
“우리는 불행한 역사적 상황 때문에 그 배우처럼 여유를 갖춘 보수를 가질 수 없었다. 백범 김구 선생도 투쟁으로 일관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우당 이회영 선생이 보수의 표상이다. 자기 모든 것들을 내려놓았고 전통을 수호했다. 하지만 이 분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진보도 포용하고 수용하면서 편하게 보수정치를 펼칠 수 있는 입장에 있지 못했다. 그 이후의 근현대사는 더 그렇다. 군사독재에 짓밟힌 상황에서 어떻게 여유 있고 멋진 보수를 할 수 있었겠나. 무도한 군사독재가 오히려 자기들이 보수라고 주장했다.”
“사실 지금 아무런 생각 없다. 더불어콘서트를 하면서 민심을 돌아보니 조금씩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린 여전히 20% 정도다. 새누리당은 30%이상인 상태다. 팀이 져도 자기가 골을 넣으면 좋은 축구 선수가 있다. 근데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자신이 골을 못 넣어도 우리 팀이 이기면 기분이 좋다. 그런 심정이다. 야구선수도 마찬가지다. 홈런을 친다고 해서 팀이 9대 1로 졌는데 나 혼자 홈런을 쳤다고 하는 것이 기쁠까.”
- 총선 즈음해서 정치에 입문했다. 원내에 입성하지 않으면 원외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제한적이다.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지금 아무 생각이 없다. 물론 원내에 들어가서 입법권을 쥐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이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총선에서 승리하고 결국 대선에서 승리해내는 거다. 정권을 바꿔야 한다. 그게 아니면 아무 소용도 없다. 정권 안 바뀌는데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뭘 하겠나. 제가 신인이긴 하지만 비대위원이고 선대위원이다. 총선의 승패와 관련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하고 함께 하는 존재인데 내가 어디를 나가고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역적 아닌가. 그런 태도로 살아오진 않았다. 경찰관이었고 조직 내에서 팀플레이를 하고 살아왔다.”
-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장의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전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본인이 사과를 했고 5․18 유족들에게 용서를 받았고 서로 화해를 했다. 김용갑도 맨날 나와서 적극적 가담자였다고 헛소리를 해대는데 그거에 언론이 맞장구 쳐서 이슈화하는 것은 잘못됐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그렇게 사치스런 상황이 아니다. 헬조선 이야기가 나오는데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40%의 콘크리트 층은 움직이지도 않는다. 김 위원장의 조부 가인 김병로 선생은 야당의 태두였고 대법원장으로서 사법정의의 핵심이었다. 김 위원장은 그런 분의 손자였다. 과거의 우리 시대가 그랬는데 그 당시의 능력이 있고 인정받은 사람이 산에 들어가서 ‘나를 찾지 마시오’ 해야만 그 사람이 나중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전 옛날에 경찰이었고 시위를 진압했다. 그런 논리를 따르면 저도 정치 참여가 힘들다. 어떻게 더민주에서 일을 하나. 똑같은 거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내면을 보지 않고 치졸한 인신공격을 한다. 새누리당 내부의 사람들은 병역비리, 탈세, 취업청탁 등 현재도 무수한 탈법을 저지르고 있다. 그런 인간들이 무슨 과거 국보위, 특히 자신의 모태정당이 해냈던 것을 끄집어내고 다른 언론이 동조해서 이슈거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저널리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표창원 도발인터뷰 (2)로 이어짐)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