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하씨(왼쪽)와 이지연씨는 최고의 인터뷰어답게 스포츠 스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취재 과정의 우여곡절 등을 속사포처럼 쏟아놓았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최근 KBS 예능국과 라디오국, 스포츠국, 교양국을 넘나들며 멀티 플레이어로 맹활약중인 이지연 아나운서와 MBC 표준FM(95.9㎐) <이은하의 아이러브 스포츠>의 안방마님 MC 이은하씨는 스포츠 분야, 특히 선수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여자 인터뷰어들이다. 각자의 개성과 역량을 인터뷰 장소에서 한껏 쏟아내는 덕분에 두 진행자들을 만나기 위해 오히려 선수들이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을 정도. 날고 기는 스포츠 스타들을 ‘요리해’ 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스포츠 스타들 못지않게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두 주인공들을 ‘리얼토크’ 자리에 초대하기까지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았지만 사석에서 처음 대면한다는 두 사람은 기자의 진행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둘만의 리그를 펼치며 말 그대로 ‘리얼토크’의 진수를 펼쳐 보였다. 방송에서 들을 수 없었던 스포츠 스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취재 과정에서 발생한 우여곡절의 해프닝,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안 좋은 추억 등 미모의 여자 진행자들이 고백하는 스포츠 스타들의 무대 밖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지연 아나운서와 이은하씨는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상반된다. 약간의 ‘무대포’ 정신과 겁없는 도전 정신이 이지연 아나운서의 특징이라면 이은하씨는 ‘연식’이 오래된 만큼 선수들을 편안한 상태에서 원하는 내용의 인터뷰가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탁월하다.
KBS 스포츠국에서 스포츠 선수들의 인터뷰에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었다고 칭찬을 한껏 받은 이지연 아나운서, 그리고 스포츠 리포터에서 스포츠 MC로 자리를 잡으며 가수 이은하보다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은하씨. 두 진행자들이 스포츠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질풍노도의 시간’ 속으로 한번 들어가보자.
사회자(사): 두 분 다 원래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나요?
이지연(지): 정말 스포츠엔 관심 없었어요. 선수를 인터뷰하러 가면서도 그들의 포지션이나 종목이 헷갈릴 정도로 문외한이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만난 운동선수들이 굉장히 유명한 사람들이었더라구요. 지난 번 야구 올스타전에 가보니까 제가 만난 사람은 다 거기에 나와 있었어요. 하긴 심하게 ‘싹쓸이’ 했으니까.
이은하(은): 전 원래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어요. 가족들이 스포츠 광팬이거든요. 그런 영향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스포츠 경기를 집중해서 보고 선수들의 프로필을 꿰게 되고 그러더라구요.
사: 아마도 처음 인터뷰했던 선수를 가장 잊지 못할 것 같은데 그 상대가 누구였는지 기억나나요?
지: 홍명보, 황선홍 선수였어요. 과묵하기로 소문난 두 선수를 인터뷰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해서 제가 대타로 뛴 거였거든요. 그런데 그게 반응이 좋았어요. 전 두 분을 만나도 하나도 어렵지 않았거든요. 그분들의 프로필을 잘 알진 못해도 솔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낼 자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방송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고백했어요. ‘난 축구를 잘 모른다. 두 분의 포지션도 마구 헷갈린다. 내가 만약 턱도 없는 소릴 하거나 엄한 얘길 하면 바로 중지시켜달라’고 이실직고하면 기분 좋게 받아주시더라구요.
은: 전 양준혁 선수를 스포츠 리포터의 신분으로 처음 만났는데 제가 마이크를 들이미니까 질문에 답할 생각은 안하고 ‘이리 와 봐라. 이리 와 앉아봐. 내가 키운(?) 리포터가 한둘이 아니거든’ 하며 다른 얘기만 하시는 거예요. 정말 당황스러웠죠. 처음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었는데 그때 일을 계기로 친하게 된 것 같아요.
지: 어? (양)준혁이 오빠완 10년지기예요. 저희 부모님이랑 오빠랑 굉장한 친분이 있거든요. 올해 프로그램 PD가 양준혁 선수가 섭외가 안 된다면서 저한테 어떻게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하시더라구요. 당시 삼성이 연패에 빠져 구단 분위기가 안 좋아 선수 인터뷰 자체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준혁이 오빠한테 전화해서 대구까지 갈 용의가 있으니 마해영 아저씨랑 같이 인터뷰 좀 해달라고 청을 했죠. 마해영 아저씨도 섭외는 준혁이 오빠가 직접 해주구요.
(이지연 아나운서와 양준혁과는 친남매 이상의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는 이 아나운서가 대구로 다른 방송 녹화차 내려갔다가 밤늦게 일이 끝나는 바람에 양준혁 선수한테 SOS를 쳤다고 한다. 그때 대화가 이랬다고. “(경상도 사투리로) 오빠, 나 지연인데 지금 대구거든. 갈 데도 없는데 우리 술이나 먹자.” 그러나 양준혁 왈, “나 원정 경기 때문에 수원에 왔는데 어쩌지?” “오빠, 나 잘 데도 없다.” “그럼 내 우리 집 번호 알려 줄 테니 문 열고 들어가서 자고 가라.”)
사: 요즘 프로 선수들은 거의 엔터테인먼트화돼 있는 것 같아요. 자기 관리라는 차원에선 보기 좋은 모습일 수도 있지만 경기장에서 플레이하는 장면만 생각하고 만났다가 자칫 실망할 수도 있거든요. 두 분은 그런 느낌 가져본 적 있나요?
은: 심하게 연예인과에 속한 선수라면 아마도 축구의 이천수가 최고일 거예요. 모양새도 그렇지만 무슨 질문을 던져도 청산유수거든요. 그런데 전 그게 나쁘게 보이지 않던데요. 프로 선수라는 자부심이 강해 보이고 자신을 포장하고 어필할 줄 아는 훈련이 잘 돼 있는 것 같아요.
지: 얼마 전 두산 홍성흔과 롯데 정수근 선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어요. 와, 그런데 정수근 선수한테는 제 말이 씹히더라구요. 주도권을 뺏길 뻔한 위기 상황에서 나름대로 컨트롤하느라 힘들었어요. 제 밥그릇 빼앗길까봐 무지 에너지를 소비했거든요.
은: 반면에 아마추어 선수들은 너무 순수하고 순진해서 오히려 더 마음이 쓰이기도 해요. 프로 선수들의 화려함도 좋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의 풋풋함을 느낄 때면 제 직업이 너무 행복하고 복 받은 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 가끔씩 운동선수와 연예인과의 스캔들이 터지곤 하는데 방송국에서 일하는 분들이라 두 종사자들의 특성이나 만남, 결과 등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 같아요.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과의 만남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은: 요즘엔 스포츠 스타들도 대중을 상대로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보니 일반 사람들과 편히 어울릴 수가 없죠. 이상한 소문이 나니까. 선수들이 ‘룸’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분위기보다 외부와의 시선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연예인들과 만나는 것 같아요. 동병상련의 입장이라는 공감대 때문에.
지: 진짜 ‘무서운’ 말이 있잖아요.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가 사귀면 민간인 못 만난다고. 성(性)적인 얘기가 아니라 서로의 생활을 알고 그 세계를 알다보면 평범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힘들다는 거죠. 이해가 되기도 하고 어려운 만남이란 생각도 들고. 하여튼 저희랑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돼요.
사: 혹시 스포츠 스타들이 ‘작업’을 걸어오거나 그들로부터 프러포즈를 받아보신 적 있나요?
지: 제가 보시다시피 심하게 건강한 편이잖아요. 올 초 오키나와 전지훈련지에 선수들 인터뷰를 하러 갔는데 LG 박용택 선수가 절 보더니 깜짝 놀라더라구요. 방송에서 보던 것보다 더 살이 쪘다면서. 그 선수를 나중에 잠실에서 다시 보게 됐어요. 간단한 안부 인사를 건네는데 박용택 선수가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근데요,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선배 중에 관심 있어 하는 분이 있어서요.” 그래서 제가 바로 받아쳤죠. “나이를 밝히긴 좀 그렇구요, 가서 그 선배분한테 이렇게 전하세요. 제가 살이 좀 빠졌다고.” 하하.
은: 전 제가 만나는 선수들 대부분이 연하예요. 프러포즈를 받기보단 인생 상담을 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아요. 여자친구와 헤어졌는데 어떻게 해야 되냐, 누굴 좋아하는데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하냐는 등 주로 이성문제와 관련된 상담이 많아요. 이 부분에선 개인적인 아쉬움이 좀 큰 편이죠.
사: 인터뷰를 하다보면 준비를 많이 해서 나온 선수가 있는가 하면 성의 없이 나오는 선수들도 있을 것 같아요.
지: 얼마 전 아테네 유도 유망주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분들이 신고 온 신발은 슬리퍼도 아닌 ‘쓰레빠’ 수준이었어요. 워낙 운동을 힘들게 하고 나오니까 외모엔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거죠. 기분이 나쁘기보단 얼마나 운동이 힘들까 싶어 좀 안타까웠습니다.
반면에 축구의 조재진 선수는 양복에다 향수까지 뿌리고 나오더라구요. 옆에서 인터뷰하다가 너무나 좋은 향수 냄새에 조재진 선수를 다시 한번 쳐다봤다니까요.
은: 향수하면 안정환 선수인데. 그 선수의 향기는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지: 어휴, 그럼 뭐해. 남의 남편인데(일동 웃음).
은: 전 일의 특성상 선수들을 만나러 라커룸을 자주 찾는 편이에요. 그러다보면 가끔씩 선수들의 살짝 벗은 몸을 볼 때가 있어요. 민망하면서도 눈이 ‘황홀’해지는 순간을 만끽하죠. 선수들 몸이 예술이잖아요.
지: 와, 언니(이은하)는 좋겠다. 전 다 갖춰 입고 나온 선수들만 상대하잖아요. 이럴 땐 방송이 아쉬워지는 순간이네. 얼마 전 조재진 선수 상반신 누드 사진 봤어요? 무슨 화보 촬영이었던 것 같던데, 아휴, 잔 근육들 정말 끝내주던데요? 난 그게 다 살인데.
사: 인터뷰하다보면 가끔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죠. 그런 경험들 있지요?
은: ‘네, 아니오’로만 대답하는 선수들, 정말 때려주고 싶을 만큼 진행하기가 힘들어요. 생방송중에 그러면 정신이 혼미해질 때도 있다니까요.
지: 전 김응용 감독님 인터뷰하기 위해 눈물을 곱씹어야 했어요. 더그아웃에 찾아가서 정중하게 인사드리고 인터뷰를 부탁드려도 아예 대꾸도 안하시고 쳐다보시지도 않더라구요. 그렇게 황당한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사회자가 김응용 감독과 ‘취중토크’를 했다고 말하자) 아, 술은 되는구나. 저도 술 마시자고 그럴 걸 그랬나봐요.
두 시간 넘게 진행된 ‘리얼토크’는 이씨 성을 가진 세 여자들의 수다 한 판이었다. 모든 인터뷰가 끝난 뒤 세 여자가 향한 곳은 여의도의 한 죽집. 전날 술을 세게 마시고 휴대폰을 뜨거운 물에 빠트렸다는 여자1과 3차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새벽녘에 빠져나왔다는 또 다른 여자2, 그리고 술은 잘 못하지만 술 마시는 분위기를 즐긴다는 여자3이 의기투합의 장으로 삼은 곳이 바로 그 죽집이었던 것. 그런데 죽값은? 휴대폰을 뜨거운 물에 빠트린 여자1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