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향군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조 전 회장이 해임된 이후 신임회장 선출에 대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향군 정관 제45조에 따르면 향군 회장직이 비어있는 경우 60일 이내에 신임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따라서 신임회장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오는 3월 13일에는 보궐선거가 열려야 한다.
보궐선거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보궐선거 날짜를 공고하는 임시총회가 소집돼야 한다. 이는 보궐선거 예정일보다 한 달 전에 열려야 한다. 늦어도 지난 11일에는 임시총회가 열려야했지만 이 기한은 이미 지난 상태다. 향군 내부에서는 회장직의 공백이 길어져 하루빨리 보궐선거를 시행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전 회장 해임 이후 회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박 부회장이 해당 임시총회를 기한 내에 소집하지 않아 향군 내부에서 직무 유기라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임시총회는 총회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나 총회구성원 1/3이상의 요청이 있거나 감사 2인의 요구가 있을 때 회장이 소집하게 된다. 박 부회장은 회장직 보궐선거일을 공고하는 기한을 지키지 않은데 이어 이를 미루기 위해 향군 정관을 개정하려고 해 회장직무대행직을 남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부회장은 오는 4월로 총회를 미루겠다는 정관개정안을 이사회에 제출했고 개정안은 이사회에서 통과된 상태다. 박 부회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새로운 회장을 잘 뽑기 위해서 60일이라는 검토기간이 짧다고 생각해 한 달 더 연기하자는 취지에서 개정안을 낸 것”이라며 “향군의 제대로 된 개혁을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향군 시․도 회장단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이 해임된 이후 현재 정관이 발효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 회장직무대행이 새로운 개정안으로 현행 정관을 변경하려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라며 “또 회장직무대행의 업무범위는 실무 수행에 국한되는데 정관변경과 같은 사항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월권 행위”라고 말했다.
또다른 향군 관계자는 “개혁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개혁을 해야 한다”며 “오랜 시간 동안 향군 회장이 빈자리로 있어 선출이 시급하다. 박 부회장과 국가보훈처가 한 목소리로 선개혁을 명분으로 회장 선출을 미루고 있는데 상호 간의 교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박 회장직무대행의 배후에 국가보훈처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향군 시․도 회장단은 박용옥 회장직무대행의 해임을 추진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조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향군회장 선거 당시 서울지역 대의원 20여 명에게 1인당 500만 원씩 건네는 등 전국 대의원 200명에게 총 10억 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조 전 회장은 지난달 21일에 고령과 건강 문제를 이유로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