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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현대가 SK를 꺾고 우승반지를 차지했다. 우승 확정 후 좋아하는 현대 선수들. | ||
하지만 유례없는 치열한 막판 순위 싸움이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위안거리다. 위기의 프로야구를 간신히 지탱해 주고 있는 순위 다툼.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각팀들의 전력을 분석해보고 그 결과를 전망해 본다.
팀당 정규 시즌을 10여 경기 남짓 남겨 놓은 가운데 7, 8위를 확정 지은 한화와 롯데를 제외하곤 순위가 가려진 팀은 아직 없다. 한국 시리즈 직행 티켓을 놓고 현대, 두산, 삼성이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고 마지막 4강 합류를 위해 기아와 SK, LG가 혈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대로라면 시즌 마지막 경기에 가서나 4강팀들의 실체가 드러날 전망이다.
우선 최근에 불어닥친 거센 병풍이 순위다툼의 향방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삼성 두산 등 KS 직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팀들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SK 기아 LG 등 힘겨운 4강 턱걸이 싸움을 펼치고 있는 중위권 팀들도 충격이 적지 않다. 또한 병풍에 연루되었으나 불구속 처리된 선수의 기용 여부를 놓고 팬들의 비난 여론이 많아 향후 향방을 점치기가 어렵다.
총 6명이 구속된 삼성의 경우 막강 허리 진을 떠받치고 있던 주력 투수들이 대부분이라 전력 공백이 최악인 상황이다. 더욱이 진갑용의 백업 포수를 맡고 있던 현재윤의 전력 이탈은 치명타라 할 수 있다. 어수선한 팀 분위기마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설상가상이다.
두산은 이재영(25)의 빈자리가 너무나 커 보인다. 올 시즌 14홀드 방어율 2.59를 기록하며 두산 마운드의 최고의 ‘믿을맨’으로 자리매김한 핵심 투수이기에 두산 마운드의 구멍은 어느 팀보다 크다. 팀으로선 병풍이 ‘찻잔 속의 태풍’이 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현대나 중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팀들은 삼성이나 두산에 비해 그나마 사정이 낫다. 하지만 최대 인원이 연루된 LG의 경우 팀 이미지의 엄청난 손상이 큰 부담이다. 더욱이 이동현(22) 이승호(28) 박용택(24) 등 팀의 주력 선수들이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상태여서 팀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팀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 관건”이라는 LG 홍보팀장의 말은 LG가 처한 위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남은 경기 일정도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현재 한 팀당 남아 있는 경기 수는 대략 10경기 남짓(9월9일 기준). 따라서 어떤 팀과 경기를 갖느냐에 따라서 팀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
경기 일정으로 보자면 선두권 팀들 중에선 현대가, 4강 티켓을 노리고 있는 팀들 중에선 기아가 유리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현대의 경우 남은 경기 수가 11경기로 제일 많고 올 시즌 천적 관계를 형성한 LG(상대 전적 10승 5패)와 4경기나 남아있다. 이미 순위가 확정된 하위팀 롯데, 한화와의 경기는 ‘덤’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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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삼성과 LG의 경우는 힘겨운 일정을 소화해 내야 할 것 같다. 천적 기아를 만나야 하는 삼성은 4강 입성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LG와도 4연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다만 시즌 마지막에 최하위팀 롯데와 만나는 것은 행운. 삼성, 현대와 연속 8연전을 벌여야 하는 LG의 일정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두산의 경우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 남아있는 경기 수가 6경기로 가장 적은 데다가 삼성과 현대에 비해 ‘패’수가 많아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올 시즌 바뀐 룰에 의하면 ‘승’수가 같다면 ‘패’수가 적은 팀이 우선 순위를 부여받기 때문. 올 시즌 무승부가 단 한 경기밖에 없는 두산에게 ‘비길 경기에 힘 낭비하지 말자’는 김경문 감독의 전략이 시즌 막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큰 경기에선 실책 하나가 승부를 가른다는 것은 야구계의 ‘불문율’. 따라서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전과도 같은 시즌 막판, 실책 수가 적은 팀에게 유리한 상황이 올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런 면에 있어선 조직력의 팀 현대와 SK가 최상의 점수를 얻고 있다.
현대는 8개팀 통틀어 최소 실책(69개)을 기록하고 있고 SK도 72개로 현대와 대등한 반열에 올라있다. 반면에 LG는 팀 실책 94개로 8개 팀 중 최하위이며 두산의 경우도 84개로 수비에 구멍이 뚫려있다.
이런 상황을 모두 종합해 볼 때 전문가들은 현대와 기아가 막판에 웃는 승자가 될 것 같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변수가 워낙 많은 것이 프로야구 경기이기에 어느 팀도 안심하고 경기를 치를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깜짝 스타’의 등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영웅은 난세에 태어나는 법. 병역 비리로 주력 투수들이 모두 빠진 상태에서 삼성의 한 관계자가 “신인왕을 노리고 있는 해병대 병장 출신 권오준(24)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다 이런 맥락에서다.
‘히트상품은 불황에서 나온다’는 경제계의 논리가 프로야구판에도 적용된다면 ‘깜짝 스타’의 등장은 수렁에 빠진 위기의 프로야구를 구해줄 온전한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2004 프로야구가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혁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