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갑수 도봉을 예비후보
서울 도봉을 지역구에서도 당찬 도전장을 던진 후보도 있다. ‘세대교체, 세력교체, 정권교체’를 내걸고 선거에 뛰어든 김갑수 더불어민주당 도봉을 예비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김 후보는 만 48세로 19대 국회의원의 평균연령인 58세보다 젊다. 도봉을 3선의 유인태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진 김 후보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선후보 보좌역으로 정치에 입문해 라디오21 대표를 역임했다.
김 후보는 최근 SNS상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화제가 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언급하며 ‘언젠가부터 우린 뒤만 보고 삽니다.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후보의 출마선언문 ‘목소리 없는 사람의 목소리가 되겠다’는 글이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됐다. 그 출사표의 일부다.
“백마 탄 왕자는 오지 않습니다. 새로운 정치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정중히 요구합니다. 야당 의원으로서 잘 하지 않았던 사람, 열심히 하지도 않았던 분들은 비켜주십시오. 다짐하건대 이젠 좋은 곳에서 편히 쉬게 해드려야 할 두 전직 대통령 이름 석 자에 기댄 참배정치, 누구의 사람 누구의 남자 누구의 참모 출신 운운하는 하청정치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당당하게 제 이름 세 글자로 선택받겠습니다.”
다음은 김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도봉을 지역구에 출마한 계기가 궁금하다.
“도봉을은 서울에서 서민층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서울 도심에서 비싼 집세 밀려나고 밀려나서 싼 집값을 찾아 살고 있는 20, 30, 40대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1988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낙후된 지역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토건 개발이 아닌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면서 동시에 지역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의정활동과 정책개발이 절실한 지역이었지만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또한 18대 총선의 ‘뉴타운 광풍’ 말고는 야당이 우세한 지역이었지만 현재는 일관된 지지를 보내준 유권자들의 민심이 상당히 이반된 상황으로 5:5로 팽패하다고 볼 수 있다. 젊고 강한 새누리당 후보에 맞서 젊고 강한 야당의 후보가 절실히 요구된 지역이었기 때문에 선택했다.”
―출마 결심은 어떻게 하게 됐나.
“특별한 계기라기 보다는 원내에 들어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없애야할 법, 바꿀 법, 만들 법을 충분히 공부해왔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원내에 가서 새로운 국회의원 상을 만들어 보고 싶다. 다른 건 몰라도 ‘국회의원 노릇은 저렇게 하는 거구나’ 보여주고 싶다.”
―주변에서 출마한다고 하니까 말리지는 않았나.
“워낙 거물인 3선의 유인태 의원에게 도전장을 냈기 때문에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에 한 번 ‘흙수저’의 대변인으로 국회 꼭 들어가라, 의정활동 제대로 해서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라는 성원과 응원에 힘입어 가족들을 충분히 설득시킬수 있었다. 남은 빚은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갚겠다.”
―후보로서 더민주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새천년 민주당에서 정당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선택이었고, 한국야당의 정통성을 계승한 당이며 정치적 민주주의의 건강함과 자본주의의 공정함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할 수 있는 당이라고 생각했다. 수권가능한 당으로서 한국사회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당이라고 믿는다.”
―현 정치권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변화시킬지 말해달라.
“한국정치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에서 대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평균 연령은 50.3세지만 국회의원 평균연령은 58세로 나이가 많은 국회다. 중장년층이 너무 과대표된 청년층이 소외된 국회라고 볼 수 있다. 일반 국민들의 평균재산은 2억 8000만 원이지만 국회의원 평균재산은 28억 원에 달한다. 금수저의 목소리는 넘치고 흙수저는 목소리는 없다. 그런 사람들의 대표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다수를 점하는 비정규직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세대교체, 세력교체, 정권교체를 내걸었다.”
사진=김갑수 더민주 도봉을 예비후보 페이스북 캡처
―인지도 낮은 후보로서 힘든 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
“후발주자기 때문에 인지도라든지 지역구의 조직이나 네트워크에 밀릴 수밖에 없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발로 뛰는 것뿐이다. 선거운동 약 1개월 동안 한 바퀴에 약 17㎞ 지역구를 40바퀴 돌아 700㎞ 가량을 걸었다. 그 기간 동안 3만 여장 명함을 배부할 만큼 왕성하게 지역민들 만나며 지역구민들의 이해와 맞춤형 공약을 만들어내는데 노력했다. 또한 “세상을 바꾸는 즐거운 정치, 더민주의 더 재미있는 선거”라는 모토 아래 발랄한 구호와 재밌는 출퇴근 인사용 피켓을 들고 유권자들과 만나고 있다.
(김 후보는 자신의 이름을 활용해 ‘갑수라고 갑질하지 않겠다’, ‘함께 갑수다’, ‘금수저도 흙수저도 아닌 갑수져’ 혹은 ‘대통령님 진박 말고 이긴 박 보내주세요’ 등의 피켓으로 SNS상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런 모토로 중복해서 만난 사람들이 그 열정과 끈기를 보고 캠프에 합류하는 경우도 생기고, 페이스북, 온라인 활동으로 내가 가진 생각에 공유했던 네티즌들이 전화와 메세지로 지인들을 찾아주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인지도 열세도 남은 시간동안 뒤집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 중에 알리고 싶은 게 있다면.
“50년 택시기사의 아들로 살아온 평생 세입자로 살아온 사람이다. 자발적이었다지만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아왔다. ‘흙수저’들의 삶의 무게를 잘 알고 있다. 시사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해와서 현안에 밝다고 생각한다. 정치학을 전공했고 오랜 정당활동도 해왔다. 정치하기에 최적의 경험들이라고 생각한다.”
―원내 진입하면 발의하고 싶은 법안 1호는 무엇인가.
“1호 법안은 세력교체를 위한 법안이다. 왜 우리 국회에 흙수저들의 대변인은 없나. 그런 의미에서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시급하다. 현행 정치자금법인 ‘오세훈법’은 대표적인 금수저 양산법이라고 본다. ‘오세훈법’은 정치신인은 그 누구도 후원회를 만들 수 없다. 정치가 돈이 많은 사람의 세컨잡이나 서드잡으로 전락했다. 정치를 당당한 직업으로 삼고 정치 활동과 정당 활동을 보장해주는 법들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임대인보다는 임차인, 경영자보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위해 전월세 상한제를 두는 주택임대차법 개정안, 영세 자영업자 권리금 보호 등의 법안을 발의하는데 힘을 쏟겠다.”
사진=김갑수 더민주 도봉을 예비후보 페이스북 캡쳐
―선거 캠프 구성원이 상당히 젊어 보인다.
“저와 함께 어깨동무한 캠프 자원봉사단의 이름이 ‘갑수져들’이다. 삼고초려해 모셔온 한 분만 빼면 전부 캐스팅된 사람이 아니라 제 발로 걸어온 사람들이다. 어제 문득 우리 평균나이가 얼마나 될까 하는 얘기가 나와 계산기에 입력해 값을 구해보니 정확하게 32세였다. 이 정도는 돼야 세대교체 주장하는 캠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비공식이지만 역사상 가장 젊은 선거 캠프라고 생각한다.”
―당선가능성은 얼마로 보는가.
“가능성은 5:5로 본다. 50을 51로 만드는 것은 지역민들의 세대교체 요구와 나의 두 발이 얼마만큼 뛰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교체와 변화는 시대정신이기 때문에 유권자들과 담 쌓고 있는 세력을 현명하게 교체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유권자가 자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나 각오를 밝힌다면.
“수십 년간 세입자로 대다수 인생을 비정규직으로 살아왔던 저를 흙수저의 대표로 보내준다면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로서 대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 열심히 싸워보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지역에서 평생 살기로 했다. 낙선한다면 만두가게를 차릴 생각이다. 어머니께 배운 개성만두로 가게를 차려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계속 도전할 것이다.”
김태현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