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무로역 인근에 위치한 ‘꽃보다 바둑센터’는 바둑계에서 소문난 미녀 기사들이 합동으로 운영한다. 왼쪽부터 배윤진, 문도원, 김혜림, 이다혜.
한때 1000만을 헤아린다던 바둑 인구는 어린이, 청소년들의 놀이문화가 바뀌고 저출산 등으로 인구 감소가 진행되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런 시기에 드라마로 인해 바둑 중흥의 계기가 마련됐으니 바둑계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사실 바둑보급의 가장 큰 난제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이었다. ‘아니, 바둑판과 바둑알만 있으면 되는 게 바둑인데 진입장벽이라니?’ 라고 되물을지 모르지만, 바둑은 입문과정에서 기본 규칙을 익히는 것이 제일 어렵다. 일단 룰만 깨우치면 평생 즐길 수 있는데 바로 그것이 제일 어려웠던 것.
그런 가운데 최근 성인을 대상으로 바둑을 보급하기 위해 여자 프로기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화제다.
서울 충무로역 인근에 위치한 ‘꽃보다 바둑센터’는 바둑계에서 소문난 미녀 기사들이 합동으로 운영하는 곳. 이다혜 4단을 필두로 배윤진 3단, 문도원 3단, 김혜림 2단과 2016년부터 김미리 3단이 새롭게 합류, 5명의 아마조네스 군단이 상주하고 있다.
‘꽃보다 바둑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어린이들이 아닌 성인들에게 바둑을 가르친다는 점. 그동안 어린이바둑교실은 성행하고 있었지만 성인들의 입문 통로는 거의 없었기에 더욱 반갑다.
문도원 3단은 “꽃보다 바둑센터의 수강생은 100명을 넘으며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최근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지 바둑을 배우려는 분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고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다. 특히 여성들의 수강이 늘어나는 추세라 우리들도 흥미롭게 주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기존에 바둑을 두시는 분들이 급수 향상을 위해 나오시는 경우가 많지만 입문자들도 많이 찾고 있다. 입문자들의 경우 일주일에 1~2회(1시간) 강의하는데 약 2달이면 혼자 인터넷을 통해 바둑을 둘 수 있다”고 자신한다.
‘꽃보다 바둑센터’는 입문반 외에도 초급, 초중급, 중급, 고급, 엘리트 등 총 6개 강좌로 구성돼 있다. 그 외에도 단 기간에 기력을 급속히 끌어올릴 수 있는 지도대국을 비롯해 ‘만원의 행복’ ‘1일 이용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다. 여성 및 학생은 별도의 할인이 적용된다(문의 070-8699-0361).
최근에는 수강생 100명이 넘는 인기에 힘입어 강서구 염창동에도 ‘꽃보다 바둑센터 2호점’이 문을 열었다. 2호점 원장은 김혜림 2단. 지난 3월 백년가약을 약속한 김혜림-김진훈 커플은 ‘꽃보다 바둑센터’ 2호점을 통해 인생 2막을 준비 중이다(문의 02-3661-0361).
<응팔>에서 택이 역을 맡은 박보검의 바둑 연기를 지도한 ‘동작프로기사바둑학원’(동작학원)은 지난 2012년 개원해 동작구 상도동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윤영민 3단이 원장을 맡고 있으며 역시 여자 프로기사 이영신 5단, 하호정 4단, 이지현 4단, 박소현 3단, 강승희 2단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동작학원의 자랑거리는 고품격 수담을 즐길 수 있는 6개월 코스의 ‘바둑의 품격’이다. 윤영민 원장은 “바둑을 둘 줄 알지만 배울 곳이 없어서 고민이었던 성인들을 대상으로 기수별로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7기 과정, 총 80명을 배출했으며 현재 8기를 운영 중이다. 배우는 층이 다양하지만 인터넷 급수로 아마4단 정도, 그러니까 4단에서 5단의 벽을 뚫어보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가장 많다. 최근에는 <응답하라1988>의 영향 때문인지 입문자들도 많이 찾는다. 학원이 위치한 곳이 서울대, 중앙대, 숭실대가 가까운 탓인지 대학생들이 많이 배우러 온다”고 말했다.
‘바둑의 품격’ 교육기간은 24주로 구성돼 있으며 매회 100분의 강좌와 대국 후 프로기사가 직접 복기해준다. 수강료는 매월 30만 원. 일주일에 한번 2시간 코스로 운영되는 성인 입문반의 수강료는 15만 원선. 수강신청은 전화(02-811-1451)로 문의하면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다.
과거 바둑으로의 유입은 책을 통한 독학이 많았지만 요즘 바둑 팬들은 프로기사와의 직접적인 만남을 원한다. 실력 증진과 친목 도모,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싶어 한다. 최근 그런 수요에 호응해 새로운 바둑 공간이 등장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여자 기사들의 노력이 새로운 바둑 트렌드로 자리 잡길 바란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