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외모 주위에선 제가 예쁘다고들 하는데 글쎄, 별로 예쁜 것 같진 않은데. 이런 얘긴 들어봤어요. 나이보다 성숙해 보인다고. 처음 보는 분들한테 학생이라고 말하면 대학생이냐고 되묻는 게 대부분이에요. 앞머리를 내려서 그런가? 요즘엔 이마를 드러내니까 어려 보인다고 해요.
쌍꺼풀 때문에 의심 많이 받고 있어요. 제 인터넷 카페에 옛날엔 한쪽만 쌍꺼풀이 있었는데 지금은 두쪽 다 쌍꺼풀이 있다며 수술했다고 단정 짓는 글들이 올라와 있더라구요. 언니 보세요. 저 자연산이에요. 운동을 너무 힘들게 하다 보니 쌍꺼풀이 자연스럽게 생긴 거라구요 (확인한 바에 의하면 정말 자연산이다). 불만요? 죽고 싶을 정도의 불만은 없는데 코가 좀 작죠? 성형수술은 무섭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코 정도는…. 헤헤. 못해요. 겁나서.
학교 학교는 거의 간 적이 없어요. 고등학생이 된 이후론 더 못 가고 있어요. 지금 반 친구들 이름도 세 명밖엔 몰라요. 만나질 못하니까 알 기회가 없죠. 어쩔 수 없죠. 뭐. 운동을 해야 하니까.
가끔은요, 평범한 생활이 그리워요. 중3 사춘기 때가 제일 심했던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의 생활이. 대학은 꼭 1등이 아니더라도 갈 수 있잖아요. 중간 정도만 해도 갈 수 있는 곳이 대학이잖아요. 하지만 운동은 1등 아니면 인정을 못받아요. 수천 번도 더 운동을 포기할 생각을 했어요. 너무 힘들어서. 지금요? 아유, 이젠 그런 철없는 생각은 안하죠. 헤헤.
이성 누굴 좋아해 본 적이 있냐구요? 있긴 있죠. 근데 언니, 그냥 넘어가요. 이런 얘긴 할 수 있겠다. 연기하는 조인성씨 아세요? 그분 너무 좋아해요. 조인성씨를 좋아한 건 아마도 <학교>라는 드라마 데뷔작을 통해서일 거예요. 그때부터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겸손해서 좋아요. (겸손한 걸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에) 인터뷰하는 거 들어보면 알잖아요. 언젠가 <한밤의 TV연예>에서 조영구씨와 술 마시며 인터뷰한 적이 있었어요. 아, 그 모습 보고 푹 빠졌어요. 너무 겸손하고 카리스마도 있는 거 같고.
인라인은 쇼트트랙 때문에 알게 됐어요. 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 때 전이경 선수가 금메달 따는 장면을 보고 쇼트트랙에 관심이 생겼죠.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오산엔 스케이트장도, 선수도 전혀 없었어요. 쇼트트랙을 할 수 없는 환경이었어요.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때 지금의 박성일 코치님(현재 국가대표팀 코치)을 만나게 됐어요. 당시만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인라인을 탈 줄 몰랐어요.
유혹 연예계 쪽에서 ‘러브콜’이 많다고 들었어요. 나에겐 직접적으로 연락이 닿질 않으니 코치님에게 전화가 많이 오나 봐요. 코치님은 바람 들어갈까봐 그런 얘긴 일절 꺼내지도 않으세요. 한때 오락프로그램에 몇 번 출연하면서 정말 바람이 든 적이 있었어요. 강병규씨, 이혁재씨 등 유명한 연예인들이 너무 잘해 주는 거예요. 기분 좋았죠. 근데 그 후론 기록이 나오질 않는 거예요. 바람이 들어서. 고민하다 결심했죠. 연예인은 아니라고. 지금까지 흘린 땀이 너무 허무할 것 같더라구요.
방황 강릉 전지훈련 갔다가 운동 친구들과 호기심 삼아 화장을 했다가 박 코치님한테 엄청 혼난 뒤 쫓겨난 적이 있었어요. 매도 맞고 말로도 혼나고, 정말 장난 아니었죠. 화장, 휴대폰, 액세서리, 이성교제 등은 지금도 금기사항이거든요. 그걸 깼으니 박 코치님이 불같이 화를 내시는 게 당연했죠. 가방을 싸들고 오산 집으로 향하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짧은 시간이었는데 그때 정말 엄청나게 방황했던 것 같아요.
바람 안양이 인라인스케이트에선 전국 1위거든요. 그런데 전용경기장 하나 없이 이렇게 지하주차장을 빌려 훈련하고 있어요. 공기도 안 좋고 부상 위험도 있고, 모기에 물리는 게 다반사고…. 번듯한 훈련장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어요.
그리고 인라인스케이트가 올림픽 종목에 들어가는 게 소원이에요. 2008년에 시범종목으로 참가한다고 하지만 나이 더 들기 전에 빨리빨리 정식종목으로 채택돼야 하는데 큰일이에요. 올림픽에만 참가할 수 있다면 지금 죽어도 원이 없을 것 같아요. 언니, 이 대목은 좀 빵빵하게 써주세요. 올림픽, 그거 정말 꼭 이뤄져야 하거든요.
근데 사진기자 아저씨! 저 이마 까고 찍을까요? 그게 더 예쁘게 나오겠죠?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