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더민주당 서울 도봉을 예비후보가 출마 지역에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세 예비후보들은 19대 국회의원의 평균연령인 58세보다 한참 젊다. 허철회 후보가 만 36세, 김갑수 후보가 48세, 갈상돈 후보가 51세다. 젊음이 벼슬은 아니지만 현재 중장년층, 노년층에 지나치게 과대표된 국회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세대교체를 내세운 이들 젊은 후보들은 출마하기까지 각자의 독특한 삶의 이력이 있다.
“저는 첫 직장인 국회 인턴 시절부터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세종시에 온 지금까지 늘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깊게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세종시에 출마한 허철회 새누리당 후보는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꿈을 키워온 케이스다. 특히 허 후보는 근무 당시 최연소 청와대 행정관이었을 만큼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그러다 4년 전 세종시 발전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으로 청와대를 나와 세종시에서 사회적기업을 차려 운영해왔다. 그는 “자영업을 하면서 몸으로 부딪쳐가며 살아왔고 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할 자신이 있어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갑수 더민주 후보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선후보 보좌역으로 정치에 입문해 라디오21 대표를 역임했다. 이후 방송 시사프로그램과 팟캐스트 <스타까토> 진행자로 활동하다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최근 SNS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화제가 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언급하며 ‘언젠가부터 우린 뒤만 보고 삽니다.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후보의 출마선언문 ‘목소리 없는 사람의 목소리가 되겠다’는 글이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됐다. 그 출사표의 일부다.
“백마 탄 왕자는 오지 않습니다. 새로운 정치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정중히 요구합니다. 야당 의원으로서 잘 하지 않았던 사람, 열심히 하지도 않았던 분들은 비켜주십시오. 다짐하건대 이젠 좋은 곳에서 편히 쉬게 해드려야 할 두 전직 대통령 이름 석 자에 기댄 참배정치, 누구의 사람 누구의 남자 누구의 참모 출신 운운하는 하청정치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당당하게 제 이름 세 글자로 선택받겠습니다.”
왼쪽부터 허철회 새누리당 예비후보, 갈상돈 국민의당 예비후보.
갈 후보는 당시 선택에 대해 “최 장관은 당시 제가 재직 중인 고려대에서의 인연으로 제의해 왔고 고민 끝에 수락했다. 앰네스티는 박사과정을 마친 뒤 인권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 오던 터라 낯설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마 배경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계기를 줬다. 해도 해도 너무 정치를 못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세 후보가 국회에 입성한다면 처음으로 발의하고 싶은 법안은 무엇일까. 허 후보는 위약금을 통해 부당하게 이득을 챙기는 약정제도부터 개선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정수기를 3년 약정으로 쓰다가 1년 만에 쓰지 못할 상황이 되어 계약을 해지했는데 갑자기 위약금으로 60만 원을 내라고 해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며 “위약금을 통해 이득을 챙기거나 3년을 쓰게 만드는 이런 것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우리 국회에 ‘흙수저’들의 대변인이 없는 이유로 현행 정치자금법을 꼽으며 “돈이 많은 사람의 세컨드 잡이나 서드 잡으로 전락한 정치인을 당당한 직업으로 삼고 정치활동과 정당 활동을 보장해주는 법들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임대인보다는 임차인, 경영자보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위해 전월세 상한제를 두는 주택임대차법 개정안, 영세 자영업자 권리금 보호 등의 법안을 발의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보탰다.
갈 후보는 ‘국민의당판 노동개혁 법안’을 첫손에 꼽았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게 아닌, 제대로 된 노동개혁 법안을 만들어 발의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정치학 박사인 그는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서는 검·경, 국정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이 정권에 따라서 영향을 받지 않도록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만드는 거버넌스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서 세 후보 모두 인지도가 낮다. 하지만 첨단 선거운동을 통해 인지도 제고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허 후보는 선거사무실도, 선거사무원도 두지 않는다. 그는 “이제 스마트 시대다. 스마트폰, 그리고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선거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88만 원 이내로 경선을 치러보려고 하는데 현재까지 명함 인쇄비로 10만 원 쓴 것이 선거운동비의 전부다. SNS와 발로 뛰는 ‘스마트 선거 혁명’을 꼭 이뤄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세상을 바꾸는 즐거운 정치, 더민주의 더 재미있는 선거’ 슬로건을 내걸고 독특한 선거 피켓으로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활용해 ‘갑수라고 갑질하지 않겠다’, ‘함께 갑수다’, ‘금수저도 흙수저도 아닌 갑수져’ 혹은 ‘대통령님 진박 말고 이긴 박 보내주세요’ 등의 피켓으로 SNS상에서도 화제가 됐다.
갈 후보는 자신의 성이 큰 무기 중 하나다. 희성인 ‘갈 씨’ 탓에 한 번만 인사해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다고. 갈 후보는 “한국 정치는 많이 잘못됐다. 국민과 국회의원이 누가 주인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최악의 19대 국회를 ‘갈’아 엎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을 향한 일견 무모해 보이지만 자신감 있는 정치신인들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이 본선까지 가기 위해서는 일단 치열한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결과는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