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중순 대구에서 총선 출마를 선언한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은 대표적인 금융관료다. 행정고시 25회 출신으로, 경제기획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로 이름이 바뀌는 동안 줄곧 몸담으며 금융정책과 경제정책을 다뤘다. 2009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발령받은 그는 금융위 부위원장까지 마친 뒤 기재부 1차관으로 복귀했고, 이후 국무조정실장으로 발탁돼 청와대에 입성했다.
추 전 실장은 김대중·이명박·박근혜, 세 대통령을 보좌했다는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1998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들어가 김대중 정부가 정식 출범할 때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처음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에는 경제금융비서관으로 대통령의 부름을 받았고, 2014년에는 박근혜 정부의 국무조정실로 들어갔다.
최고권력자들이 정치적 노선을 초월해 매번 추 전 실장을 찾는 이유는 두 말할 것도 없이 그가 ‘경제와 금융’만 다뤄온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 때는 김대중 대통령이 그를 세계은행(IBRD)에 파견해 외환위기 극복을 돕게 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이명박 대통령이 그에게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장을 맡겼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핵심 경제정책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청년희망펀드’ 등이 그의 손을 거쳐 나왔다.
지근거리에서 그를 지켜본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가 얼마나 깊은지는 추 전 실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한 곳이 대구 달성군이라는 점이 잘 말해준다. 달성군은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내리 4선을 했던 지역구로, ‘진박의 심장부’로 불리는 곳이다.
게다가 달성군의 터줏대감들은 추 전 실장이 내려온다는 소식이 들리자 약속이나 한 듯 얼른 길을 터주며 물러섰다. 달성군 현역인 이종진 의원은 이미 후보등록까지 마쳐 놓고도 며칠 만에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며 무대에서 내려왔고,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서둘러 출마 지역을 대구 중·남구로 옮겼다.
금배지를 노리는 또 다른 대표적인 금융관료로는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이 있다. 기획재정부, 국무조정실, 금융위 부위원장 등을 거쳤다는 점에서 추 전 실장과 닮은 그는 경기 분당갑 출마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말 일찌감치 총선 출마를 선언한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금감원장에 임명됐다. 대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한때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도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2013년 3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대학 초빙교수와 법무법인 고문 등으로 외유를 하던 그는 지난해 8월 새누리당 핀테크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현재는 금융 전문가의 이력을 살려 새누리당 금융개혁추진위원회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그가 친박은 아닌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데다 무엇보다 그가 자발적으로 새누리당에 입당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권 전 원장을 “상향식 공천의 대표사례”라며 챙기는 것도 친박과 거리가 있다는 방증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권혁세 전 원장의 경우 현역 의원이나 비례대표 등과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친박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조상 대대로 인천 토박이라며 인천 서구·강화을에 출사표를 낸 김태준 전 한국금융연구원장도 금융권 출신이다. 김 전 원장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을 거쳐 동덕여자대학교 부총장, 산업은행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김 전 원장은 금융전문가의 경험을 살려 검단신도시와 청라국제도시에 해외 인프라를 유치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우고 있다.
민간금융인 출신으로는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이 친박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하 전 행장은 대구 북갑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며, 사무소 개소식에 박근혜 정부 최고 실세 가운데 한 사람인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친박계 의원들이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주 사장의 부친은 주종환 전 동국대 명예교수로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이사장을 지낸 진보 경제학자이며, 동생은 주은경 참여연대 아카데미 원장이라 ‘진보가 집안 내력’이라고 해도 될 만한 인물이다. 주 사장 본인도 2011년 야당의 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의 ‘인재영입 1호’ 격인 주 사장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합병 반대 리포트를 내며 파장을 일으켰다. 또 그 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증인으로 출석해 “(그룹 고위층으로부터) 압력이라 할 만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언급해 한화그룹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다. 현재까지 주 사장은 20대 총선 출마의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되는 만큼 비례대표 등으로 여의도에 입성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김봉수 전 키움증권 부회장은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에 영입된 케이스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키움증권 대표이사를 지낸 그는 증권가 성공신화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이다. 다만 그 역시 이번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해 국회 입성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더민주 소속으로 부산 남구갑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