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업종은 권리금이 가장 많이 올랐고, 떡볶이·튀김 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 요식업은 권리금이 크게 떨어졌다. 사진은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 참여한 커피전문점 달콤, 드롭탑과 햄버거 레스토랑 맥도날드.
지역별로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개 지역 모두 전년에 비해 권리금이 떨어진 가운데, 낙폭이 가장 큰 곳은 경기도로 조사됐다. 경기도 소재 점포 평균 권리금은 2014년 1억 1901만 원에서 8981만 원으로 24.54%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서울이 1억 2072만 원에서 9182만 원으로 23.94%, 인천이 1억 2470만 원에서 9755만 원으로 21.77% 하락했다.
점포 보증금과 월세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수도권 점포의 2015년 평균 보증금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4563만 원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점포 보증금이 지난해보다 낮았던 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이 유일했다. 올해 평균 월세는 277만 원으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가진 않았지만 2013년 이후 310만 원대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낙폭이 적지 않은 수준.
업종별로는 육아 문화와 연관성이 깊은 키즈카페, 이색 카페, 대표적인 창업 스테디셀러인 당구장과 PC방 정도만 권리금이 오르거나 보합세를 보였고 나머지 대다수 업종에서 권리금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간 매매 의뢰건수가 150개 이상인 주요 29개 업종 점포를 따로 추려 조사한 결과, 권리금 낙폭이 가장 큰 업종은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었던 ‘떡볶이·튀김 전문점’으로 나타났다. 평균 권리금이 지난해 1억 3090만 원에서 올해 6272만 원으로 52.09% 하락하며 반 토막이 났다. 매물 수도 지난해 40개에서 올해 186개로 급증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떡볶이전문점 중 최대 점포를 운영 중인 아딸의 경우도 가맹점 수가 2012년 749개에서 2013년 713개, 2014년 642개로 최근 3년 동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죠스떡볶이 가맹점수는 2012년 254개, 2013년 388개, 2014년 424개로 늘었으나 신규 개점한 가맹점은 2013년 175개에서 2014년 108개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죠스떡볶이에서 신규로 사업을 진행 중인 프리미엄김밥전문점 바르다김선생의 경우 2014년 94개였던 점포수가 2015년 150호점을 돌파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의류판매점 역시 매물이 2014년 142개에서 2015년 240개로 100개 이상 늘어나며 권리금도 지난해 1억 3672만 원에서 6587만 원으로 51.82% 떨어졌고, 패스트푸드 권리금도 2억 9053만 원에서 1억 5631만 원으로 46.2% 내렸다.
일본풍 주점으로 각광받던 이자카야도 권리금이 하락했는데 2014년 1억 3230만 원에서 2015년 8551만 원으로 35.37% 떨어졌고 돈가스·우동 전문점은 1억 2166만 원에서 8152만 원으로 32.99%, 피자전문점은 1억 680만 원에서 7704만 원으로 27.87%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불황에 강한 업종으로 각광받았던 제과점도 권리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제빵 기술을 필요로 해 진입장벽이 존재하지만 그만큼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업종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제과점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오히려 권리금이 오르는 등 강세를 이어왔으나 창업에 나선 베이비부머가 적지 않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제품 개발로 제빵 기술 보유에 따른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다. 권리금은 2014년 2억 2106만 원에서 2015년 1억 6064만 원으로 27.33% 하락했다.
조사대상 29개 업종 중 5개 업종은 내수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권리금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 2개 업종이 모두 카페 업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리금 상승폭이 가장 큰 업종은 키즈카페였다. 키즈카페 권리금은 2014년 8819만 원에서 2015년 1억 912만 원으로 23.73% 올랐다. 키즈카페는 육아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학부모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편하게 갈 만한 다중이용시설이 거의 없어 내수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영업이 활발하다는 분석이다.
키즈카페에 이어 권리금 상승폭이 큰 업종은 카페였다. 카페 업종의 권리금은 2014년 8204만 원에서 2015년 9090만 원으로 10.8% 상승했다. 카페 업종은 획일화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달리 점주의 개성이 두드러진 이색 점포가 관심을 끌었다. 주요 상권의 A급 입지에 넓지 않은 점포를 주로 임차함으로써 비싼 월세를 피하고 유동인구 접근성을 극대화한 점포의 경우 인건비와 월세 등 고정 지출은 줄이면서 박리다매를 통한 매출 확대로 양호한 수익성 확보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이디야는 가맹점이 2012년 625개, 2013년 863개, 2014년 1240개로 그 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개점 역시 2012년 210개, 2013년 249개, 2014년 389개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빽다방 역시 2012년 1개였던 점포가 2013년 2개, 2014년 24개, 2015년 415개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빙수카페 설빙 역시 2013년 33개였던 매장 수가 2014년 478개로 크게 증가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장미정 씨(여·33)는 “카페를 5년 정도 운영 중인데 그동안 주변에 경쟁 카페들이 끊임없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카페 창업에 대한 열풍은 식지 않는 것 같다”며 “장사가 잘 되는 카페는 입지가 동네 이면도로라 할지라도 시설이나 인테리어 등의 비용을 오픈 당시 금액에서 웃돈을 얹어 매매가 가능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당구장도 권리금 상승 업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6339만 원에서 2015년 6546만 원으로 3.27% 올랐고 PC방 권리금은 1억 962만 원에서 1억 1265만 원으로 2.76%, 피부미용실 권리금은 5742만 원에서 5802만 원으로 1.0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점포라인 염정오 상권분석팀장은 “권리금만 보고 아이템에만 집중해 성공적인 창업을 바라는 것은 무모하다. 타 점포와의 차별화 요소가 더욱 중요하며 창업을 계획 중인 예비 자영업자들은 수익이 검증된 점포를 인수받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다”며 “만약 무권리 점포를 찾는다면 지역 내 유명 랜드마크 주변이나 관공서 인근, 역세권 등 입지 장점이 분명한 물건을 골라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