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왼쪽)과 한앤컴퍼니 한상원 사장은 토종 사모펀드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주목받고 있다.
1963년생으로 경남 진해 출신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인 금융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솔로몬과 칼라일 등 글로벌 사모펀드를 거치며 투자전문가로 성장했다. 그는 칼라일그룹에 몸담고 있던 지난 2000년 한미은행 인수를 주도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칼라일그룹 역사상 단일 규모로는 최대 거래를 성사시키며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잘나가던 김 회장은 2005년 MBK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사명은 자신의 영문이름인 ‘마이클 병주 김(Michael Byungju Kim)’에서 따왔다. 그는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인 15억 달러짜리 MBK 1호 펀드를 선보이며 화려하게 솔로 데뷔했다.
김 회장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국내 최대 케이블TV업체 씨앤앰(C&M)을 인수하면서다. 이후 정수기 업계 1위 코웨이, 글로벌 생명보험사인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며 M&A 시장의 단골손님으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국내 2위의 대형마트 홈플러스를 국내 M&A시장 역대 최고가인 7조 2000억 원에 인수하며 화려한 경력에 방점을 찍었다.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누른 일은 토종 사모펀드가 거둔 쾌거로 회자된다.
김 회장의 이름이 알려지자 그의 배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업계에서의 유명세에 비해 김 회장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10세 때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했다는 것에 비춰볼 때, 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리라 짐작될 뿐이다. 김 회장의 부인은 박경아 씨로 고 박태준 회장의 막내딸이다.
1971년생인 한상원 한앤컴퍼니 사장은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김병주 회장과 하버드 동문이다. 한 사장 역시 세계적인 금융사인 모건스탠리에서 사모펀드 투자 실력을 쌓았다. 모건스탠리 PE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를 역임하고 2010년 독립해 한앤컴퍼니를 설립했다.
한 사장은 설립 5년여 만에 한앤컴퍼니를 토종 사모펀드 2위 자리에 올려놨을 만큼 수완을 인정받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업계에서 확실한 투자 색깔을 구축했다는 평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해운업과 시멘트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 동종 업체 인수를 통해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는 2012년 대한시멘트와 한남시멘트까지 손에 넣었다. 또 이미 업계 1위 쌍용양회의 지분 10% 정도를 보유한 한앤컴퍼니는 조만간 최종 인수를 위한 기업실사를 끝낼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업계 왕좌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또 한앤컴퍼니 산하의 에이치라인해운은 지난 2014년 한진해운의 벌크선 29척, 액화천연가스선 7척과 영업권을 현물출자 받았다. 여기에 최근 현대상선의 벌크전용선 사업부문을 6000억 원에 인수했다. 국내 1, 2위 해운사의 벌크선 사업부를 모두 가져온 것이다.
한 사장 역시 업계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그다지 알려진 배경이 없다. 그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사위라는 것 정도다. 한 사장은 방 사장의 장녀 방경원 씨와 지난 2001년 결혼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올해 국내 M&A 시장 규모가 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룹 구조조정과 산업은행의 비금융 자회사 처분으로 매물이 넘쳐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대증권은 시장에 나왔고 금호타이어, 대우조선해양, 한국항공우주 등이 대기 중이다. 게다가 기존 사모펀드가 소유한 기업들의 재매각 매물까지 더해지면 실로 ‘큰 장’이 설 전망이다.
쏟아지는 매물에 많은 사모펀드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의 행보도 주목된다. 그런데 두 회사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씨앤앰, HK저축은행, 코웨이의 재매각을 타진했지만 실패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MBK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MBK파트너스는 ING생명의 인수금융 차환 조달 작업을 마무리하고 금융사들과 대출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한앤컴퍼니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이다. 인수 작업 중이거나 이미 인수한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내기 시작하면 기업 가치는 더욱 제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당장 재매각 부담도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운용자금이 10조 원에 달한다. 그간의 공격적 M&A 전략보다는 코웨이 등 가치를 높인 기업들을 적기에 재매각 하는 게 중요하다. 한앤컴퍼니는 침체된 시멘트업과 해운업이 얼마나 회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며 “업계 특성상 인적 네트워크가 상당히 중요하다. 두 최고경영자(CEO)가 받는 처가의 후광이 M&A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