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의 다른 파티룸으로 자리를 옮기자 또 다른 남성이 있었다. 그는 배우 이 씨의 친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렇게 20대 여성 A 씨와 B씨, 그리고 유명 배우의 친형 이 씨와 친동생 등 네 명이 2 대 2로 술자리를 갖기 시작했다.
술자리는 3차까지 이어졌다. 3차 술자리에 이르러 이 씨는 A 씨에게 “내일 아침 일찍 함께 백화점에 가자” “해외여행을 떠나자” “나와 결혼하자” 등의 말로 유혹했다. 이에 배우의 친동생이라는 남성은 “이 형님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며 이 씨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A 씨의 등을 떠밀었다.
술자리는 4차로 이어졌는데 이번 장소는 이 씨의 집이었다. 술자리 도중 친동생이라는 남성과 B 씨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러자 이 씨는 속옷차림으로 A 씨에게 접근해 A 씨를 침대로 데려가 눕힌 뒤 동침을 제안했다. 그렇지만 A 씨는 정중히 성관계를 거절했고 다시 네 사람이 모여 와인과 맥주 등을 마시는 술자리가 이어졌다.
문제는 복층 구조인 이 씨의 집 2층에서 낯선 여자 목소리와 강아지 소리가 들리면서 시작됐다. 여기서 양측의 주장은 크게 엇갈린다. 우선 A 씨는 계단에서 밀려 떨어지고 펜으로 위협을 당하는 등의 폭행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집안의 낯선 여자 목소리에 대해 두 남성은 친척 동생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A 씨는 확인 차원에서 2층으로 올라섰다. 그렇게 A 씨는 2층에서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와 마주쳤다. 그러자 이 씨는 A 씨의 머리채를 잡아끌었고 계단에서 밀쳐 바닥으로 굴러 떨어트렸다. 이후 펜을 손에 쥔 이 씨가 A 씨의 목을 찌르려고 했으며 생명의 위협을 느껴 A 씨와 B 씨는 손이 발이 되도록 이 씨에게 빌며 사과했다고 한다. 반면 이 씨 측은 A 씨가 스스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것일 뿐 폭행은 없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 씨는 “(이 씨의) 눈빛을 보니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겨우 그 집에서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덧붙여 “폭행을 당하는 동안 이 씨의 딸이 모두 지켜본 것 같아 모멸감마저 느끼고 있다”며 “여자 목소리의 주인공이 이 씨의 딸이라는 사실은 현장 출동한 경찰을 통해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이수파출소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방배경찰서 형사1팀은 아직 가해자 이 씨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이 씨의 딸과 B 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방배경찰서 형사1팀의 담당 수사관은 “이 씨가 회사 일로 바쁘다고 하여 내주 중 출석 기일을 조정하기로 했다”며 “이 씨는 A 씨가 스스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고 하는데 폭행이 있었는지 여부와 배우 이 씨의 형제라고 사칭한 내용에 대해서는 정확히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씨가 유명 배우의 친형이라고 사칭했다는 부분이다. A 씨는 가해자 이 씨가 배우 이 씨의 친형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사건 발생 한 달 뒤인 지난 4일에야 인터넷 뉴스 검색을 통해 가해자 이 씨가 배우 이 씨의 친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 처음 만났을 당시 동석을 제안하며 이 씨가 보여줬던 해당 인터넷 뉴스를 다시 확인해보니 내용이 전혀 달랐던 것. 가해자 이 씨는 사업가로 한 회사의 대표이사다. 배우 이 씨가 가해자 이 씨의 회사와 어떤 업무를 함께 하기로 하면서 그 내용이 기사화됐다. 이 씨는 그 회사의 대표이사인 터라 기사에 사진이 실렸던 것이다. 해당 기사는 가해자 이 씨와 배우 이 씨를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가해자 이 씨와 배우 이 씨가 실제 친분이 두터운 사이일지는 몰라도 형제는 아닌 것. 결국 이 씨의 친형이라고 속여 여성들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당시 술자리를 함께 했던 남성의 실체에도 궁금증이 남는다. 그 역시 자신을 배우 이 씨의 친동생이라고 소개했다. 과연 그는 실제 친동생이었을까. 배우 이 씨에게는 동생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역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A 씨는 “술집에서 동석을 제안하며 보여줬던 인터넷 기사에 이 씨의 사진이 있어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며 “게다가 그는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했다가 낙선한 인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에 출마한 인사라면 공인이라 해도 될 만한데 딸이 있는 기혼남이라는 사실이 들통 났다고 여성을 폭행하고 계단에 밀쳤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죄라고 생각한다”며 “한 달 넘도록 경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