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위부터 다나카로 예쁘게 화장한 산룬과 망상, 론지를 잘 차려입은 한 부족의 가장, 청바지를 즐겨 입는 요즘 청소년들.
두 학생이 있습니다. 고1인 산룬과 망상. 서로 친한 사이입니다. 아주 꿈이 많은 시기이고 조그만 일에도 생기발랄하게 웃는 학생들입니다. 제가 수업하러 갈 때, 떠놓는 물 한잔은 두 학생이 앞 다투어 갖다놓았다는 걸 저는 압니다. 망상의 꿈은 컴퓨터 관련된 일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동체에는 제가 쓰는 거 말고는 컴퓨터가 없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얀마에서는 한국과 동영상을 주고받는 일이 힘들었습니다. 느리기도 하지만 인터넷이 잘 안되어 자꾸 끊어집니다. 올해는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망상은 한국 동해의 해수욕장 이름입니다. 제가 “Your name is the name of a famous beach in South Korea”라고 하면 좋아합니다. IT강국 한국에 있는 그 바닷가를 꼭 가고 싶다고 합니다.
산룬과 망상이 오늘은 예쁘게 화장을 했습니다. 천연화장 다나카(Thanakha)입니다. 세계에서 이것으로 화장을 하는 나라는 미얀마밖엔 없습니다. 다나카 나무토막 껍질을 갈아 나오는 물을 뺨과 코, 목과 팔에 바릅니다. 연한 살구색의 다나카는 자외선을 막는 효과가 있어 남자들도 하지만 아기들과 여성들이 늘 하는 화장입니다. 연하게 갈아서 얼굴 전체를 바르고 진하게 갈아서 햇볕에 잘 타는 뺨 등에 바릅니다. 보습효과가 좋아 여성들은 잠자기 전에 바르고 잔다고 합니다.
이 화장법은 2000년 전 베익따노 왕국의 왕비가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5세기에 바고 왕의 딸이 이용했다는 기록이 석판에 남아 있으니 참 오래된 관습입니다. 고대 도시 바간에 가면 다나카 박물관이 있습니다. 갖가지 다나카 나무들이 전시되어 있고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화장을 해줍니다. 다나카 나무로 만든 화장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 여성들에겐 다나카 화장이 패션이기도 하고 이걸 하지 않으면 ‘좀 게으르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합니다.
이곳 사람들의 전통복장은 아주 편한 론지(Longyi)입니다. 남녀 모두 치마 형태로 된 하의를 입고 상의는 남성은 흰 티셔츠, 여성은 블라우스를 받쳐 입습니다. 여성은 허리 옆으로 질끈 동여매고 남성은 앞으로 돌려서 동여맵니다. 론지는 밤에 잘 때는 이불로 사용해도 되고 통풍도 잘 되어서 편하지만 뛰어야 할 때는 불편합니다. 그래서 노동을 하거나 운동을 할 때는 반바지를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여기 대통령도 이 전통복장을 하고 파낫(phanat)이라는 조리를 신고 외국손님을 맞습니다. 여성들은 론지를 가슴까지 올려 언제든지 목욕을 할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당당한 문화적인 관습이 신기합니다.
하지만 오늘 산룬과 망상은 론지 대신 청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손톱에는 일회용 화장품을 발랐습니다. 요즘 여기 청소년들은 면바지나 반바지를 즐겨 입습니다. 미니스커트도 등장했습니다. 외국문화가 밀려들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한국의 패션뷰티 문화를 가장 좋아합니다. 하지만 나라밖의 세상과는 상관없이 강한 문화적 자긍심과 전통적인 관습에 익숙한 사람들. 그들만의 느리디 느린 침묵의 시간. 그 시간을 깨고 두 아이는 총총이 걸어나오고 있습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