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0여 명의 태국 여성들에게 마사지 업소 내 성매매를 알선한 기업형 브로커 조직을 검거했다. 사진은 성매매 장부, 범행에 사용한 대포폰 등 압수품.
왜 태국여성들은 한국까지 와서 성매매를 하는 것일까. 이들이 성매매를 하게 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태국 여성들은 한류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류 문화 관광 등을 위해 입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에 구속된 태국 여성들의 연령대는 1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했다.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이후 연락을 주고받던 브로커에게 속아 성매매 조직에 넘겨진 경우가 있는가하면 이번 사건에서 알 수 있듯 국내 관광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먼저 브로커에게 직접 연락을 한 태국 여성들도 있었다.
이들이 한국까지 와서 성매매에 나선 가장 근본적인 까닭은 태국에서보다 더 많은 돈을 쉽게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브로커들 역시 단기 관광비자로 들어온 태국 여성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한국에서 취업이 불가능한 점을 노려 유사 성행위 등을 할 경우 돈을 더 주겠다면서 성매매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드라마와 예능 등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호감을 갖게 된 태국 여성들이 속아서 국내에 들어온 뒤 성매매 조직에 넘겨지는 사례도 있지만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국에 자발적으로 들어오는 태국 여성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태국여성들이 쉽게 한국에 올 수 있는 것은 한국과 태국 간의 체결한 사증(비자)면제협정이 있기 때문이다. 양국 협정에 따르면 태국인들은 한국에 올 때 여권만 갖고 비행기를 타면 90일 동안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다. 태국 여성들은 관광 목적의 사증면제(B-1) 체류자격을 취득해 국내에 들어온 뒤 성매매에 나서는 것이다.
사증을 면제받고 입국하면 관광 이외의 행위를 할 수 없다. 출입국관리법 18조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이 없다면 모든 취업은 불법이다. 그러나 사증면제를 통해 입국한 태국인들이 불법으로 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도별 출입국관리법 위반자 처리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출입국 관리법 위반사범 가운데 태국인은 1만 2361명으로 외국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태국 성매매 여성들이 주로 고용되는 곳은 마사지 업소다. ‘태국’ 하면 으레 떠오르는 것이 ‘태국 정통 마사지’다. 해외관광을 통해 태국 현지에서 안마서비스를 받은 경험이 있는 내국인들이 국내에서도 태국 마사지를 찾고 있다. 태국 여성들이 한국 마사지 업소에 주로 취업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데 이런 마사지 업소에는 태국 여성 뿐 아니라 중국 여성과 한국 여성도 고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전한 마사지 업소도 많지만 여전히 불법 퇴폐 마사지 업소가 적지 않다. 그런 곳에선 마사지를 하는 것처럼 꾸며 놓고 불법 성매매가 벌어진다. 실제로 마사지 업소가 밀집돼 있는 수원의 한 지역에선 성매매 의심 신고가 빈번하게 들어온다. 그렇지만 불법 성매매는 적발이 쉽지 않아 안마사 자격증 없이 영업을 하는 것을 단속하는 데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
해당 지역의 한 경찰 관계자는 “성 행위를 목격하거나 증거가 있지 않고서야 불법 성매매가 입증되기 어렵다”며 “대부분 안마사 자격증이 없다는 것만 확인이 되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안마사 자격이 없는 이가 안마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것이 적발될 경우 의료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불법 성매매가 적발되는 것에 비하면 처벌이 미미한 편이다.
다만 이번 사건은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는 마사지 업소가 아닌 성매매 알선 브로커 조직이 검거된 터라 태국 여성들의 성매매 정황이 대규모로 적발될 수 있었다.
성매매 여성과 고용관계를 맺은 뒤 성매매를 시키거나 성매매를 알선한 사실이 드러나면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각 10년 이하의 징역과 1억 원 이하의 벌금,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번 성매매를 한 태국 여성들이 받는 돈은 회당 8만~12만 원 정도였다. 이를 불법 마사지 업주들과 반반씩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태국 여성의 경우 내국인이나 다른 나라 국적 여성들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가 형성돼 있었다.
한 업소 관계자는 “태국 여성은 10만~12만 원, 우리나라 여성은 14만 원, 러시아 여성은 18만 원 정도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며 “태국 여자들은 가격이 부담이 가장 적어 학생들부터 중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자들이 쉽게 찾는 편인데 한국이나 러시아 여성에 비해 외모적인 부분은 좀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여성의 국내 불법 성매매가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중반 무렵부터다. 당시에는 러시아 여성을 비롯한 백인 여성들 위주였다. 한국 등 아시아계 여성이 아닌 백인 여성과의 불법 성매매가 은밀히 인기를 누렸는데 희귀성으로 인해 상당한 고가였다.
그런데 이번에 적발된 태국 여성들의 불법 성매매는 전혀 다른 형태다. 우선 한국 여성이 아닌 외국 여성이라는 부분도 일정 부분 메리트가 있겠지만 저렴한 성매매 비용이라는 가격 경쟁력이 주된 인기 요인이었다. 또한 태국 마사지가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라 태국 여성이 태국 마사지와 불법 성매매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윤락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206명의 태국 여성이 불법 성매매로 적발됐지만 불법 마사지 업소를 중심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태국 여성들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부분은 이번에 적발된 206명의 태국 여성 가운데 여권 확인 결과 실제로는 남성인 이들도 40여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바로 트랜스젠더들인데 전체 적발 인원 가운데 20%나 된다. 태국 여성과 불법 성매매를 한 한국 남성 가운데 20%는 자신도 모르는 상황에서 트랜스젠더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얘기가 된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한 206명 태국 여성의 여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성별이 남성으로 표기돼 있는 트랜스젠더가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했다. 경찰이 입수한 트랜스젠더 여권을 보면 성별은 남자로 표시돼 있지만 사진만 보면 여성이다.
이들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국내에서 불법 성매매를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고용한 마사지 업주들조차 일부 태국 여성이 트랜스젠더였다는 점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의 불법 성매매를 알선한 브로커 조직에선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브로커를 통해 태국 여성을 소개 받은 불법 마사지 업소 업주들은 이들의 여권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대부분 여권의 성별까지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브로커 조직이 악용해 트랜스젠더의 불법 성매매를 알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브로커조직 어떻게 활동했나 한류관광으로 여성들 낚시질 지난 2014년 피의자 정 아무개 씨가 만든 성매매 브로커 조직의 범행은 태국에서 시작됐다. 정 씨는 범행을 계획하기 전부터 관광 등의 이유로 자주 태국과 한국을 오고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랜스젠더 여권 사진(왼쪽)과 국내에 입국한 태국 여성이 공항에서 성매매 브로커 조직원의 차에 동승하는 모습. 정 씨는 학교 동창 등 10여 명과 함께 성매매 알선 브로커 조직을 만든 뒤 온라인을 이용해 태국 여성들을 끌어들였다. 태국인 이용자가 많은 인터넷 모바일 메신저에 접속해 태국 여성들을 포섭한 것. 태국 여성들로부터 그들의 사진과 프로필 등을 받은 뒤 국내 성매매 업소 업주들에게 보여주는 등의 홍보 활동도 서슴지 않았다. 또 현지 브로커들과 접촉하는 경로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후 정 씨 조직은 태국 여성들이 입국할 때 인천공항으로 직접 마중을 나가 차량에 태운 뒤 국내 불법 마사지 업소에 태국 여성들을 알선했다. 이들 조직은 한국과 태국 사증면제협정을 악용했다. 놀라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정 씨의 성매매 브로커 조직이 1년 넘게 활동하면서 태국 현지에서 입소문이 나자 일부 태국 여성들이 먼저 연락을 해와 성매매를 자청하기도 했다는 것. 경찰은 지금껏 태국 여성 불법 성매매가 적발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태국 여성들이 먼저 브로커에게 연락을 취해 적극적으로 성매매에 나선 사례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4년 6월부터 지난 7월까지 1년여간 입국시킨 태국인 여성은 무려 206명이다. 이들은 한 명당 알선비용으로 매월 150만 원을 챙겨 총 11억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마사지 업소에 불법을 고용된 태국 여성들은 마사지 업소 업주들로부터 간단한 마사지 기술과 성매매 방법을 교육받았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단속했을 경우를 대비해 콘돔 등 성매매 기구를 숨기는 방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번에 적발된 36곳의 마사지업소는 서울, 인천, 수원, 안산, 부천, 광주, 화성, 평택, 천안, 청주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지역 중 일부에서는 예전부터 마사지 업소의 불법 성매매 신고가 잦았고 적발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평택의 한 업소는 성매매 브로커 조직원이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는 태국여성을 업소에 소개해주다가 수익이 클 것으로 생각해 직접 업소를 운영한 것이다. 해당 업소는 숨겨둔 리모컨으로 조작해야 문이 개방되는 등 단속에 철저하게 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성매매 혐의로 단속된 태국 여성들이 급증하고 있음에 착안해 지난해부터 내사에 돌입했다. 태국 여성들이 취업비자 없이 사증면제로 입국해 성매매에 나서는 사례가 급증하는 이면에 배후세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불법 성매매 업소를 돌며 태국 여성을 공급하겠다고 홍보하던 브로커 일당을 발견한 경기지방경찰청은 이때부터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이번 수사를 통해 경찰은 성매매 브로커조직 총책이었던 정 씨를 포함해 5명을 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로부터 태국 여성들을 소개받아 성매매에 종사시킨 마사지 업주 이 아무개 씨(42) 등 36명을 불구속입건했고, C 씨 등 태국인 12명을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해 강제출국 조치했다. [최] |
불법의 온상 마사지 업소 자유업으로 신고해 법망 쏙쏙 ‘태국정통마사지’ ‘000타이’ ‘아로마마사지’ ‘00풋샵’ ‘00커플스파’ 요즘 어디에서나 흔하게 마사지업소를 볼 수 있다. 전신뿐만 아니라 부위별 마사지를 특화해서 영업하고 있는 곳도 많다. 그러나 이들 대다수가 의료법 위반하고 있어 법적 처벌대상이다. 태국인 성매매 여성들이 마사지 업소에 들어가는 모습.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 또는 안마 및 마사지를 이용해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는 지정된 교육과정을 이수하거나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안마수련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안마 업무를 할 수 있다. 이외의 경우임에도 영리 목적으로 안마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태국에서 합법적으로 안마를 했던 사람이라도 한국에서는 불법으로 영업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마사지업은 세무서에 허가 없이 사업자등록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는 자유업종이라 별다른 제재는 없는 실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에 등록돼 있는 안마시술소 법인에 한해서는 관리감독하고 수사시관과 보건소가 단속하고 있다”면서도 “대부분의 마사지 업소는 관할 세무서에 자유 업종으로 신고해 관리권한이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