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인간의 뇌는 언제나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이다? 만약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틀렸다. 실제로 뇌는 종종 착각에 빠진다. 사실이 아닌 선입관을 갖고 판단하며,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 우리가 때때로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잘못을 저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왜 뇌는 착각하는 걸까. 이와 관련, 일본 대중지 <주간겐다이>는 뇌과학자 이케가야 유지 씨의 설명을 토대로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지배하는 ‘뇌의 비밀’을 소개했다. 착각에 빠지는 뇌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처도 함께 살펴본다.
뇌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몇 가지만 알아도 일상생활에 적용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령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인간의 뇌는 입력된 정보 가운데, 사용빈도가 많은 것을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즉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하면 기억이 오래 유지된다.
이때 정보를 대화에 사용하면 더욱 좋다. 단순 암기보다 시험이나 실전을 거치면 기억으로 정착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말 많은 사람이 기억력이 좋다’라는 속설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얘기다. 반면, 우리의 뇌는 쉽게 얻은 지식은 곧바로 잊어버린다. 인터넷을 통해 키워드로 습득한 정보들이 잘 외워지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뇌의 또 다른 특징은 완결된 행동보다 미완결된 행동을 더 잘 기억한다는 점이다. 요컨대, 어떤 행동을 끝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긴장상태가 지속되어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다. 성공보다 실패를 더 오래 기억하고,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마케팅에서도 자이가르닉 효과는 전략적으로 활용된다. TV드라마가 만남이나 사건을 암시하는 복선을 던져주고, 결정적인 순간 끝나는 것도 이러한 효과를 최대한 얻어내기 위함이다. 뇌는 미완성 과제를 계속 곱씹는다. 따라서 완벽하게 일을 끝마치고 퇴근하는 것보다 새로운 과업을 조금이라도 살피고 퇴근하는 편이 다음날 아침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시킬 수 있다.
똑똑한 줄로만 알았던 뇌는 의외로 허점투성이다. 잊고 싶은 기억일수록 뇌는 잊지 않는다. 대체 왜 그럴까. 앞서 설명했듯이 우리의 뇌는 지속적으로 입력되는 정보를 중요한 것으로 취급한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리어 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중 ‘절대 먹어선 안 돼’라고 정한 음식일수록 더 먹고 싶어진다. 억지로 감정을 누르지 않는 것이야말로 성공하는 다이어트의 지름길이라 하겠다.
다음은 <주간겐다이>에 실린 ‘뇌의 착각’에 관한 퀴즈다. 문제를 통해 뇌의 비밀을 하나씩 벗겨보자.
①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다 ②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다
정답은 ①.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흑인의 경우 ②을 선택한 사람이 훨씬 많았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신의 세계에 사로잡혀 판단하며, 자기생각을 과신하기 쉽다. 참고로 생물학자 가운데는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라고 말하는 사람이 꽤 많다. 때로는 자신이 믿고 있는 상식이 잘못된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Q2. 레스토랑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집 근처, 또 하나는 차로 15분 거리다. 요리의 맛을 묻자 어떤 응답이 많았을까(질문 받은 사람들은 두 레스토랑이 체인점이며, 음식 맛이 같다는 사실을 모른다)?
①둘 다 비슷하다 ②집 근처가 맛있다 ③먼 쪽이 맛있다
정답은 ③. 뇌는 행복해지기 위해 변명을 한다. 자신이 내린 선택이 옳다고 확신하기 위해 뇌가 머리를 써 속이는 것이다. 문제의 상황에서는 ‘시간이 걸려 먹으러 갔으니 맛있다’고 선택을 합리화한다. 만약 여러 옷 중에서 고민하다 조금 싼 옷을 샀다고 하자. 뇌는 돈이 없어서 그 옷을 고른 게 아니라 ‘정말 마음에 들어서 샀다’며 옷이 마음에 드는 이유를 떠올린다. 반면에 노력해도 손에 넣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필요하지 않았다’며 정당화시킨다.
Q3. 상대가 거짓말을 하지 않길 원한다. 어느 쪽 말이 더 효과적일까?
①거짓말을 안했으면 좋겠다 ②거짓말쟁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정답은 ②. ①은 행동을 부정하지만, ②는 인격을 부정하고 있다. 뇌는 어떤 잘못이나 행동이 부정당하는 것보다 ‘인간으로서의 본질’이 부정당하는 것에 저항을 느낀다. 이를 ‘인격동일성 보호’라고 부른다. 선거에서 “투표하러 갑시다”보다 “유권자가 지닌 힘을 보여주세요”라고 호소하는 편이 투표율을 상승하게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Q4.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있다. 어떤 대응이 많을까?
①잘못 울렸나? 상황을 살핀다 ②불이야! 즉각 대피한다
정답은 ①. 뇌는 비상사태에 대한 대응력이 서투르기 때문에 경고를 낙관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경험한 적 없는 재앙일수록 준비와 대응을 게을리 하기 쉽다. 야생 동물세계에서는 달아나는 것보다 그 자리에서 지켜보는 쪽이 결과적으로 적에게 습격당하지 않을 때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생존 전략이 인간의 뇌에 남아 있는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①6종류의 잼을 판매하는 부스 ②24종류의 잼을 판매하는 부스
정답은 ①. 뇌가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은 한정적이다. 너무 많은 정보가 주어지면 오히려 뇌는 선택 자체를 포기하고, 정보를 무시하게 된다. 진열이 많을수록 눈에 띄어 발걸음을 멈추는 고객이 많아져도 구입하는 건 별개다. 실제로 한 실험에서 물건을 산 고객의 비중은 6종류 부스가 30%였지만, 24종류 부스의 경우 불과 3%에 그쳤다.
Q6. 경영학 전공 대학생들에게 경제주간지를 연간구독하게 했다. 다음 선택사항 중에서 구독 예약이 가장 많았던 것은?
①웹사이트 구독 5만 9000원 ②잡지 구독 12만 5000원 ③잡지와 웹사이트 세트 구독 12만 5000원
정답은 ③. 조사결과 대상자의 84%가 ③을 선택했다. 흥미로운 건 ①과 ③ 두 가지만 존재할 경우 ③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32%까지 줄었다는 점이다. 즉 선택사항 ②는 그 자체가 선정되지 않더라도 존재만으로 ③을 선택하게 만드는 ‘미끼’역할을 한다. 이는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이용된다. 예를 들어 카레식당의 메뉴가 카레덮밥(1만 원), 특제 카레덮밥(1만 5000원) 두 가지가 있다고 하자. 만일 매출액을 늘리고 싶다면 여기에 극상 카레덮밥(2만 원)을 추가하면 좋다. 분명 중간 가격인 특제 카레덮밥을 주문하는 손님이 늘어나 기존보다 매출액이 증가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뇌는 종종 착각에 빠진다.
Q7. 미국에서는 매년 허리케인에 이름을 붙인다. 남성과 여성이름을 번갈아가면서 사용하는데, 어느 쪽 피해가 더 클까?
①남성이름을 붙인 허리케인의 피해가 크다 ②여성이름을 붙인 허리케인의 피해가 크다 ③큰 차이가 없다
정답은 ②. 여성이름의 허리케인은 부드러운 인상을 주기 때문에 느슨하게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이 붙여놓은 라벨에 의해 행동경향이 달라지는 것을 ‘라벨링(Labeling) 이론’이라고 한다. 실제로 2005년 미국에서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허리케인은 ‘카트리나’와 ‘리타’로 모두 여성 이름이었다.
Q8.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먼저 접시에 먹이를 담아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환경을 꾸며준다. 그리고 레버를 누르면 먹이가 주어지는 장치를 만들어 학습하게 한다. 쥐는 곧바로 적응, 능숙하게 레버를 누르고 먹이를 먹게 됐다. 만약 먹이가 담긴 접시와 레버를 누르면 먹이가 주어지는 장치를 함께 놓으면 쥐는 어느 쪽을 더 많이 선택할까?
①그냥 접시에 놓인 먹이를 먹는다 ②레버가 장치된 먹이를 먹는다
정답은 ②.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먹이보다 자신이 직접 찾아서 먹는 먹이를 더 좋아하는 성향을 심리학용어로 ‘콘트라프리로딩(Contrafreeloading)’이라 부른다. 쥐뿐만 아니라 개, 원숭이, 새,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동물들에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물론 인간도 해당된다. 열심히 일해 받은 월급과 아무런 노력 없이 그냥 주어지는 돈의 가치는 분명히 다르게 느껴진다. 참고로 이 성향이 유일하게 나타나지 않는 동물이 있는데, 바로 고양이다. 고양이는 손쉽게 먹이를 얻는 편을 선호한다. 어쩌면 고양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동물일지 모른다.
Q9. 돈에 관한 다음의 선택사항 중 어느 쪽을 택하는 사람이 많을까?
①10억 원을 받는다 ②50% 확률로 20억 원을 받는다. 덧붙여, 혹시 손해를 입는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까? ③10억 원을 손해 본다 ④50% 확률로 20억 원을 손해 본다
정답은 ①과 ④다. 사실 어느 선택지도 평균을 취하면 10억 원의 금액이 움직이는 양상으로 똑같다. 하지만 뇌는 그렇게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 이득보다는 손해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익이 날 때는 착실하게, 손해를 볼 때는 조금이라도 최소화하려는 선택을 한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용어인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요컨대 인간은 손실을 매우 싫어해 수익이 날 때는 쉽게 팔지만, 손해를 볼 때는 죽기 살기로 되찾을 때까지 버틴다는 이론이다.
①왼쪽 그림이 좋은 인상이다 ②오른쪽 그림이 좋은 인상이다
정답은 ②. 일반적으로 오른손잡이는 왼쪽 시야를 중시한다. 우뇌 쪽이 영상 처리를 잘하기 때문이다. 시야 절반을 중시하고, 나머지 한쪽을 무시하기 쉬운 인지경향을 ‘가성무시’라고 한다. 예를 들어 생선요리는 머리를 왼쪽으로 놓는 것이 식욕을 돋우고, 슈퍼마켓에서 간판상품도 왼쪽 선반에 진열하는 편이 더 잘 팔린다. 만일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을 경우 상대의 왼쪽 시야, 즉 자신의 오른쪽 부분에 신경을 쓴다면 좋은 인상을 남기기 쉽다.
Q11. 아래의 수식을 보고, 직감적으로 대답하라. 계산해서 나온 값이 큰 수식은 A와 B 중 어느 쪽일까?
① A=1×1×2×2×3×4×5×9×8×7×6
② B=9×8×7×6×2×7×5×1×3×2×1
정답은 ① A다. (A=725760, B=635040).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수식만 보고, B의 계산값이 더 클 것이라고 느낀다. 뇌는 재빨리 무언가를 판단해야만 할 때, 서두 정보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일명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다. 처음 입력된 정보가 뒤의 판단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이것이 여러 가지 착각을 부르는 원인이 된다.
인간의 행동, 생각을 관장하는 뇌는 똑똑하지만, 이처럼 무의식중에는 때때로 ‘착각’을 일으킨다. 특히 일상적으로 자주 접하는 장면에서는 비합리적인 패턴대로 해석할 때가 많다. 이와 같은 뇌의 습관을 인지편향이라고 한다. 시간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려고 해서 생기는 일종의 버그 같은 것이다.
지위 높다고 여길수록 비도덕적 성향 보인다
-치어리더효과
혼자 있을 때보다 무리로 모여 있을 때 매력적인 인상을 받는다. 예)솔로 활동을 시작한 아이돌. 그러나 그룹에 있었을 때가 더 예뻐 보였다.
-상류계급편향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여기는 사람일수록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예)조사에 따르면 “보통 승용차보다 고급 승용차를 모는 사람의 운전매너가 나쁜 것”으로 확인됐다.
-헤일로효과
후광효과라고도 불린다. 하나의 특정요소로부터 받은 인상이 다른 요소를 평가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것. 예)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보고 성격도 좋고, 머리도 좋을 거라고 느낀다.
-심리적 반발
강요받거나 침해받았다고 느낄 때 이를 회복하려는 의지가 발생한다. 예)“공부 좀 해라!”라는 말을 듣는 순간, 하기 싫어진다.
-밴드왜건효과
주위의 의견이나 유행에 영향을 받기 쉬운 것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속담과 일맥상통. 예)좋아하는 메뉴는 아니지만, 친구들이 주문한 것과 같은 메뉴를 골랐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