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지난해 최종적으로 카카오 컨소시엄과 KT 컨소시엄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았다. 현재 이들은 하반기 본인가 신청을 앞두고 ‘은행 만들기’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결국 무산되면서 인터넷은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초 은행법이 개정되면 컨소시엄 내 주주들이 협의해 최대주주를 선정, 경영권을 맡길 것으로 예상된 까닭에서다.
현행법상 비금융주력자는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또 이 중 4%에 대해서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법 개정으로 인터넷은행에 한해서만 비금융주력자가 50%까지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은산분리의 예외를 두겠다는 말이다. 지난해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정의, 최저자본금 완화, 소유구조 완화 세 가지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소유구조 완화에 대한 것으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신동우 의원 및 몇몇 야당 의원들은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다. 신 의원 측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자체 및 핀테크산업 등 유관산업으로부터 새로운 일자리 및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이 효과적으로 도입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동우 의원실 박현규 보좌관은 “현행법 체제에서는 카카오 등 ICT 기업이 오너십을 갖고 은행을 운영할 수 없다”며 “오너십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이 핵심기술을 내놓겠느냐”고 지적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정무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18일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발표하자마자 반대 취지의 논평을 냈다. 핵심은 은산분리의 예외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시중은행과 동일한 영업행위를 할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이 산업자본에 의해 지배될 경우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같은해 9월 14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예비인가 심사를 철저히 할 것을 당부하며 “은산분리 원칙을 지킨 인터넷 은행, 찬성한다. 그러나 원칙은 지켜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기식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입장도 지난해 논평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내용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은행법이 개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예정대로 인터넷은행 설립이 가능할까? 이윤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 은행과장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 과장은 “현행법을 적용해도 인터넷은행 본인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업계에서도 은행법 개정이 원활하게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나 KT가 최대주주가 되지 못해 경영권을 갖지 못할 경우에 대해서도 그는 “지분소유 때문에 은행 영업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로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핵심기술을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카카오와 KT는 대주주로 경영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물론 컨소시엄 내 주주들의 협의를 통해 이들 기업에게 경영권을 일임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예상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올 6~8월로 예정된 본인가 신청 전에 각 인터넷은행의 CEO(최고경영자)가 선임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은행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쉽사리 CEO 선임을 못 하고 있다는 전망이다. 암묵적으로는 은행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카카오 등 ICT 기업의 경영 주도권을 인정했다지만, 이들이 실질적인 대대주가 아닌 상황에서 다른 주주들이 굳이 경영권을 쥐어줄 이유는 없어 보인다.
최근 한국카카오뱅크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은행지주사로의 전환 준비를 마무리했다. 연내 한국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 자연스레 자회사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한국카카오뱅크 준비 작업에 대해서 한국금융 관계자는 “현재 한국금융과 카카오 양사가 주도적으로 본인가 신청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은행지주사 전환은 현행법 체계에 맞추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향후 경영권에 대해서는 “컨소시엄 내 모든 주주가 협의할 사항”이라면서도 “대주주에 걸맞은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 카카오 관계자는 “사업의 주도권을 경영상의 주도권이냐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주도권이냐로 나눠서 생각해 봐야 한다. 카카오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며 “컨소시엄 설립 당시부터 은행법이 개정되면 카카오가 최대주주가 되는 것으로 합의가 있었다. 현재는 최대주주가 되는 문제보다는 향후 있을 본인가 준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 역시 KT와 우리은행 두 회사가 주도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21개 주주사가 다함께 준비하고 있다. 다만 KT와 우리은행이 일종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인적 구성은 우리은행에서는 1월 말 사내 공모를 통해 직원 선발을 거의 마무리했고, 다른 주주사들도 협의 중이며 외부 전문가도 적극 영입할 계획이다. 케이뱅크의 창립 멤버는 200명 내외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반면 우리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 준비는 KT에서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주장대로 현행법상으로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영업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문제는 ICT 기업이 경영권을 갖지 못한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이 갖는 상징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의 KT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취지가 무엇인가. 새로운 플레이어가 금융판에 들어와 금융 개혁‧혁신을 하라는 것 아닌가. 이를 위해서는 IT 기업들이 은행 경영 등에 있어서 주도를 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