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시절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동관 전 홍보수석(맨 오른쪽). 사진제공=청와대
MB맨이라고 분류되는 청와대 인사들은 대개 수석비서관급이다. 그 정도는 돼야 MB맨이라고 ‘명함’을 내밀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오는 총선에 출마 선언한 MB맨들이 대부분 홍보수석이라는 점이다. 물론 MB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역임한 김효재 예비후보도 서울 성북을에 출마한다. 하지만 그는 국회의원 출신으로 출마가 특별한 일은 아니다. 경기도 남양주병에 출마하는 김장수 예비후보는 MB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하긴 했지만 수석급은 아니다.
눈길을 끄는 출마자는 따로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집필한 김두우 전 홍보수석이 대구 북구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SBS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 홍보수석을 역임한 최금락 예비후보는 서울 양천갑에 출마해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입이자 청와대 ‘핵관(핵심관계자)’으로 통했던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서울 서초을에 출마해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홍보수석 출신이라는 것이다.
갑작스런 이들의 출마 선언에 정가에서는 많은 ‘설’들이 난무했다. 특히 국회 인근인 양천갑에 출마한 최 전 수석의 갑작스런 출마가 설에 기름을 부었다. 이 전 수석, 김 전 수석의 출마설이 솔솔 나올 때조차 한사코 출마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었기 때문이다. 또한 보통의 출마자처럼 오랜 시간 지역구 관리에 힘쓰지도 않았다. 최 전 수석의 양천갑 이사 날짜도 예비후보 등록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갑작스런 홍보수석들의 출마 러시에 혹시 ‘MB가 직접 지시한 것 아니냐’ ‘배지 달고 돌아와 호위무사가 되라는 것’이라는 확인 안 된 소문까지 나오게 됐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 측근의 이야기는 이렇다.
“전직 대통령이 직접 출마하라, 말라 할 수가 없다. 진짜 그런 말을 했다면 틀림없이 새어나갈 게 뻔한데 그런 말을 할 이유도 없고, 필요도 없다. 출마한다는 사람들이 다들 정치에 뜻이 있어 출마한 게 전부다. 이 전 대통령이 출마한다는 사람에게 격려 정도 한 게 전부라고 알고 있다.”
또 다른 친이계 인사는 “노무현 정부가 끝나고 청와대 경력을 지닌 사람이 대거 정치권에 들어가고, 총선에 출마했다. 박근혜 정부가 반환점을 돌자 오는 총선에서도 청와대에서 일한 경력을 내세워 진박들의 출마러시가 이어지고 있다”며 “청와대 경력을 가진 사람의 정치활동이나 출마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청와대 출신들은 왜 출마하는가’란 궁금증이 자연스레 고개를 든다. 이 같은 질문에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일하다 출마를 고민하기도 했다는 한 인사는 “청와대에서 일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정무나 정책을 보는 눈이 확 달라지고 엄청난 경험치가 쌓인다”며 “그 같은 경험을 그냥 사장시키느니 한 번 출마해서 뜻 있는 곳에 써보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MB계 총선 출마에 대해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MB계에 대한 정치적 사면이 이뤄진 상황에서 세력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총선 국면에서 (당선 등) 선전은 쉽지 않다”면서도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어 세력으로 움직이면 보수세력 연대에 의미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라고 평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