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일요신문>과 통화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 선거 기탁금은 1500만 원이다. 2015년 12월 15일 선관위는 20대 총선의 예비후보자 등록을 시작하면서 기탁금의 20%, 즉 300만 원을 받았다. 이 비용을 내지 않으면 예비후보에 등록할 수 없다. 나머지는 본선 후보로 등록한 뒤 납부해야 한다. ‘300만 원’은 예비후보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다.
지난 25일 새누리당 공천 면접 장면. 사진공동취재단
예비후보자들은 공천 심사를 받기 위해 또 다른 비용을 치러야 한다. 각 정당은 공천 심사에 들어가면서 일정한 금액을 후보자들에게 요구했다. 지난 16일 새누리당은 지역구 후보자를 공모하면서 예비후보자들에게 심사비 100만 원, 특별당비 180만 원, 안심번호로 전환한 지역구 당원명부 판매비용 30만 원을 포함해 총 310만 원을 받았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공천심사비로 예비후보자들로부터 각각 200만 원, 300만 원을 받았다.
여야의 ‘공천장사’ 논란이 나오는 지점이다. 새누리당의 공천 신청자는 822명. 최대 약 24억을 벌어들이는 셈. 물론 새누리당은 공천 관리 비용이라는 입장이지만 특별당비까지 후보자에게 전가한 부분에 대해선 ‘고액’ 논란이 일 수 있다. 여성과 만 40세 이하의 청년, 국가유공자에 대해서도 심사비 100만 원을 ‘전액 면제’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특별당비와 안심번호 당원명부 판매비용은 면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특별당비는 현역 의원에 준하는 형태로 받기 때문에 무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민주의 공천신청자는 381명. 더민주는 공천신청자로부터 최대 약 7억 원을 거둬들일 수 있다. 더민주는 예비후보자가 공천에 탈락해도 심사비를 돌려주지 않는다. 이에 대해 더민주 관계자는 “우린 등록비를 받지 않고 공천 심사비만 받는다”며 “심사위원들에 대해 회비를 지급하고 당직자들의 지역실사소요비용에 쓴다. 심사비를 돌려주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의 이번 공천신청자는 330명. 하지만 국민의당은 공천에 탈락한 후보자들에게 심사비용 30만 원을 제외한 270만 원을 돌려준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다른 당과 달리 심사비를 일률적으로 추산할 수 없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심사비와 등록비 등을 받지 않으면 선거 살림을 꾸리기조차 빠듯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기탁금 등록비 경선비용 등만 합산해도 예비 후보자 한 사람이 쓰는 비용은 수천만 원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 안심번호를 활용한 여론조사 경선이 활성화되면 이번 선거에서도 부유한 계층의 예비후보들은 막강한 화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지난 16일 <일요신문>과 만난 더민주 예비후보자의 최측근은 “정말 어이가 없다. 이렇게 돈이 많이 들 바에야 차라리 전략공천을 해주면 좋겠다”며 “경쟁력 있는 후보가 있는데도 지도부가 전략공천을 안 하고 계파별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 돈 없는 것도 서러운데 그마저도 안 해주니…”라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