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법원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성현아에게 성매매를 알선했던 브로커 강 아무개 씨가 최근 같은 혐의로 또 다시 경찰조사를 받으면서다. 성매매 알선 혐의로 두 번이나 경찰조사를 받을 정도면 그를 통해 남자를 소개받은 성현아도 성매매 혐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강 씨는 성현아 등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징역 6월의 실형을 살다가 지난해 출소한 후 다시 경찰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 환송으로 성매매 혐의를 벗은 성현아. 사진은 영화 <손님은 왕이다> 스틸 컷.
이에 대해 성현아는 일관되게 2010년 1월 하순 강 씨로부터 채 씨를 소개받을 당시, 이미 전남편과 이혼해 별거 중이었고 전남편과의 관계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에 재혼해 의지할 사람을 만나기를 원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주장을 배척하고 성현아를 200만 원에 약식기소 하기에 이른다. 성현아는 이에 불복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만, 1·2심은 검찰 판단대로 성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성현아의 주장은 그러나 대법원에서 3가지 근거를 바탕으로 받아들여진다.
첫째 브로커 강 씨와 사업가 채 씨의 진술이 성현아의 주장에 부합한다는 게 주요 근거였다. 대법원은 판결문에 따르면 1심 법정에서 채 씨는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강 씨, 피고인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피고인이 좀 어렵다, 전남편 문제로 많이 힘들다는 얘기는 나누었던 것 같다. 조금 지나다보니 피고인이 결혼도 생각하면서 자신을 만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피고인이 자신에게 같이 살자고 몇 번 이야기를 하였으나 자신이 싫다고 했다.”
또한 강 씨는 이런 진술을 했다. “피고인이 자신에게 채 씨가 결혼상대로 어떠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 전남편에게 협박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해 채 씨를 연결해 주었다. 피고인의 경우는 돈도 돈인데 그 이상 되는 쪽을 원하는 스타일이었고, 예를 들어 정상적으로 남자친구로 지내다가 남자친구에서 더 발전되는 그런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채 씨와 강 씨가) 피고인의 위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경. 일요신문 DB
두 번째로 대법원은 성현아와 채 씨를 통상적인 연인 관계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채 씨는 서로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피고인이 미국 여행을 하는 중에도 연락을 주고받았고, 피고인은 미국 여행에서 돌아와 채 씨에게 옷을 선물하기도 했다”며 “채 씨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과 채 씨는 성관계 없이도 몇 번 만났다는 것이고, 피고인이 채 씨를 만나는 동안 다른 남자를 만나거나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찾아 볼 수 없다”고 했다.
셋째, 브로커 강 씨를 통해 실제 남편을 소개 받은 정황도 성매매가 아닌 ‘의지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는 성현아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채 씨에게 결혼 의사가 전혀 없음을 확인하고 2010년 2월 21일 미국 여행에서 돌아와 채 씨와의 관계를 정리한 후 같은 해 3월 하순경 채 씨를 소개해 주었던 강 씨로부터 최 아무개 씨를 소개받았는데, 약 두 달 만인 5월 19일 실제로 최 씨와 결혼해 혼인신고를 하고 아들을 낳아 기르며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들 근거를 통해 대법원은 “설령 채 씨에게는 피고인과 결혼이나 이를 전제로 한 교제를 할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진지한 교제를 염두에 두고 채 씨를 만났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피고인이 자신을 경제적으로 도와 줄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사람이면 그가 누구든지 개의치 않고 성행위를 하고 금품을 받을 의사로 채 씨를 만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불특정인을 상대로 성매매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사 출신의 법조계 한 인사는 “원심은 아마도 브로커인 강 씨를 통해 채 씨를 소개 받았기 때문에 성매매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이지만 대법원은 오히려 1, 2심에서 배척한 진술이나 정황 등을 성현아 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로 판단했다”며 “결국 ‘이런 사건까지 기소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은 물론, 너무 쉽게 한 여자의 인생을 재단해선 안 된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원 한 관계자도 “사건을 내용을 보면 성현아 씨는 정말 진지하게 채 씨를 사귀려고 했던 것 같은데 남자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한 남자에게 의지하려고 했던 대가치고는 너무 큰 대가를 치른 감이 없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성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