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관악(을) 지역은 소선거구제가 실시된 13대 총선부터 줄곤 야권 후보가 승리한 야당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당선된 뒤 내리 5선을 지냈고, 18대 때엔 통합민주당 김희철 전 의원이, 19대 때엔 야권연대가 이뤄지면서 이상규 전 의원이 국회의원 배지를 단 전통적 야당텃밭이었다.
▲ 새누리당 오신환 예비후보
그러나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당선되면서 판을 뒤집었다. 오신환 후보의 당선을 야권 분열 때문에 어부지리로 얻은 결과로 단순하게 볼 수도 있으나, 선거 때마다 야권이 분열되어도 야당 후보가 당선되었던 지역인 만큼 야권 분열이 결정적 원인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지역 내 여론이다.
관악(을)에서 새누리당이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이길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후보를 공천했기 때문이다. 관악이 낙후되고 발전이 정체되어 있어 주민들의 발전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차 있는 상황이었고,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해찬 의원을 5선 의원으로 만들고 국무총리까지 오르게 야당을 밀어주었지만 관악을 낙후시켰다는 비판 여론이 누적되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을 잘 아는 지역 토박이 여당 후보에게 몰아주자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새누리당에서 거물급 외부 인사를 공천했더라면 쉽게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이다.
27년 야권텃밭을 바꾸자는 분위기가 결국 새누리당의 보궐선거 승리를 이끈 주요 원인이었다.
따라서, 오신환 의원이 사실상 여권 후보로 결정된 가운데 야권 후보는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or 김병관 전략공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출마 예상인물들이 탈당에 탈당을 거듭해, 거론되는 후보로는 지난 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정태호 지역위원장만 남은 상태다.
▲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예비후보
정태호 예비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의 원외 측근 3인방 중 한 명으로, 문 전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지난 해 보궐 선거 때에도 문재인 전 대표는 매일 같이 관악(을)을 드나들며 지원유세를 펼쳤고, 서울지역 지방의원 총동원령을 내리고 중앙당을 지역으로 옮겨오다시피 하며 사상 유례없는 총력전을 전개했으나 패배를 피할 수 없었다.
당내 경쟁자가 없어 지난 보궐 선거의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영입인사인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의 전략 공천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24일 전북 익산(을) 전정희 의원이 공천배제자에 포함되면서 익산 남성고 출신인 김병관 의장의 익산 전략공천설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김희철 vs 박왕규 vs 이행자 등 치열한 3파전 전개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3인방들의 각축으로 지역 내 당세가 계속 확장되고 있다.
▲ 국민의당 김희철 예비후보
김희철 예비후보는 관악구청장 연속 당선과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으로 관악구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고, 지역구 조직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관리하면서 승승장구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지난 총선 시 서울에 있는 몇 안 되는 현역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야권연대 지역으로 결정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으며, 2차례의 석연찮은 여론조사 경선에 패배하면서 친노패권주의에 희생된 대표적인 정치인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친노 세력에게 여러 번 억울하게 당했다는 동정론이 존재하고, 성실하고 지역장악력이 뛰어나지만 4년의 공직 공백과 타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령인 점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박왕규 예비후보는 ‘안철수의 남자’로 불리는 안철수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안철수 대선캠프 대외협력실 부실장을 역임했다.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대선 후보를 양보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안 된다” 고 절규했던 인물이라고 하며, 개소식 날 안철수 대표가 직접 방문해 격려한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 국민의당 박왕규 예비후보
지역구 내 학교인 남강고와 서울대를 졸업했고, 특히 남강고 동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최근에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역 내 안철수 조직인 관악내일포럼을 창립하고 상임대표를 역임한 천범룡 전 관악구의회의장이 더불어민주당에 잔류하면서 세력화 시동에 제동이 걸렸고, 공직선거 경험이 없는 관계로 중앙무대에서 알려진 만큼 지역에서의 인지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고공전(高空戰)도 중요하지만 지역 밑바닥 민심을 어떻게 움직이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이행자 예비후보는 지난 보궐선거 시 정동영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다. 부친인 이재진 전 서울시의회 부의장이 이 지역에서 3선을 하고 이 예비후보가 부친에 이어 구의원 1번, 시의원 2선을 하며 지역기반을 튼튼히 다진 후보다. 천정배 의원과 함께 국민회의 창당을 주도해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았을 시 순식간에 관악(을) 지역에서만 2천여명의 당원을 만들었을 정도로 지역 내의 인지도와 조직력이 막강하다.
▲ 국민의당 이행자 예비후보
특히, 시의원으로서 지역 현안을 해결해가면서 생활정치로써 많은 사람들을 조직화했다는 점이 큰 무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예비후보는 중앙정치 초년병이라는 점과 국민회의가 국민의당으로 흡수되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으며, 무소속으로 예비후보를 등록하게 되면서 언론보도에 제외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고 있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국민의당의 세 예비후보가 공정한 경선을 통하여 후보가 결정된다면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소속 이상규 전 의원의 출마, 나경채 정의당 공동대표의 광주 광산(갑)으로 선회
▲ 무소속 이상규 예비후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출신 이상규 전 의원이 24일 출마를 선언했으며, 당초 관악(을) 출마가 유력했던 나경채 정의당 공동대표가 광주 광산(갑)으로 지역구를 변경함에 따라 진보정당 출신의 후보로는 이 예비후보가 유일하다.
시민사회운동의 뿌리가 깊고 유권자들의 정치의식도 매우 높아 진보진영이 꾸준하게 두 자릿 수 득표를 올리는 곳이기 때문에 이상규 후보의 존재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훈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