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이 침체국면으로 바뀜에 따라 가계의 연쇄부도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거래가 안되고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집을 팔아서 빚을 갚기가 어렵다. 특히 주택시장의 침체가 계속될 경우 집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그나마 집을 팔지도 못하여 계속 빚을 얻어 살아야 하는 하우스푸어가 양산될 전망이다.
더욱 큰 문제는 주택시장의 침체는 ‘소비와 투자감소→물가와 성장률 하락→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경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최근 경기침체의 악화로 인해 가계부채가 1200조 원을 돌파했다. 이미 경제가 기력을 잃고 부채만 쌓고 있다는 뜻이다. 현 추세로 나갈 경우 우리 경제는 빚더미 위에 올라앉아 생산과 소비기능을 상실하고 침몰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주택시장이 별안간 침체로 돌아선 원인은 무엇인가.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1월까지는 은행대출을 받아서 아파트를 사면 3년 이상 거치기간을 두고 이자만 갚다가 나중에 아파트 가격이 오른 후에 원금을 갚으면 됐다. 그러나 2월부터는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아야 하고 상환능력이 있는 경우에 한해 대출을 해준다. 이에 따라 매달 갚아야 하는 상환액이 평균 두 배로 늘고 가격상승을 겨냥한 단기매매가 거의 어려워졌다. 당연히 구매수요가 떨어져 주택시장이 침체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사실은 주택의 공급이 과잉상태라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공급은 총 70만 가구이나 실제 수요는 35만 가구 수준이다. 공급이 수요의 두 배나 되어 주택시장이 침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경제 불황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6%에 불과하다. 올해 전망은 더 어둡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취한 대출규제 강화정책은 주택시장 붕괴의 뇌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온탕냉탕’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기준금리를 네 차례나 낮추는 등 강력한 주택경기 활성화 정책을 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주택시장을 일시적으로 부양하는 데 그치고 오히려 가계부채를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대출을 다시 규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급선회하자 주택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다. 주택시장만 살린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자칫하면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
근본적으로 경제가 살아야 국민소득이 늘어 주택시장이 산다. 이런 견지에서 정부는 대출규제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여 일단 주택시장의 붕괴는 막아야 한다. 다음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고 산업발전을 촉진해서 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내놓아 경제가 주택시장의 활성화를 이끌게 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