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규선씨. | ||
사업 초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씨의 명함에는 ‘유아이엔터프라이즈’의 대표이사 및 부사장 직함 이외에 ‘지이 에어크래프트 엔진 컨설턴트’(GE Aircraft Engines Consultant:항공기 엔진 상담자문역)라는 별도의 직함이 병기돼 있다. GE사는 우리 공군 차세대전투기로 낙점된 F-15기의 엔진 공급업체로 선정된 회사다.
F-X사업과 관련, 그동안 최씨 등 주변 인물들과 GE사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긴 했지만 구체적인 정황증거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씨와 친인척 관계인 김아무개씨는 최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규선씨와 이씨가 그 회사를 통해 ‘뭔가’ 하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씨에 따르면 이씨는 오래 전부터 국내 방위산업 분야에서 일을 해오던 사람이다. “84∼85년쯤부터 방위산업 관련 일을 했다”는 김씨의 기억대로라면 벌써 18년 이상 군수 관련 계통에서 잔뼈가 굵은 셈이다. 이씨의 주 업무는 무기중개업. 대표적으로 동파이프 제조업체인 P사에서 제조한 탄알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일들을 도맡아 했다.
이씨가 최규선씨를 알게 된 것은 지난 99년 말께. 두 사람은 한국외국어대 선후배지간일 뿐만 아니라 이씨의 고향은 전남 화순, 최씨는 나주로 고향까지 비슷해 쉽게 친해졌다는 것이다.
이후 그동안 쌓아온 이씨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편으로는 최씨의 현 정권의 인맥을 동원해 F-X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씨는 그러나 “일이 된 것이 없다”면서 몇 가지 정황을 들었다. 김씨는 “지난해 4월쯤 집안의 행사가 있었는데 그때 이씨는 최씨와의 관계를 한 달 전쯤에 정리했다고 말했다”면서 “F-X사업자가 선정되기도 전에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난 것만 봐도 특별히 추진했거나 성사시킨 일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씨는 두 사람의 결별 배경에 대해 “사업 초기 최씨는 돈이 한푼도 없었다. 직원 급여 등 사무실 운영비는 모두 이씨가 부담했다”면서 “최씨는 말뿐이었지 실제로 하는 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6억∼7억원 정도 회사에 투자했는데 최씨와 지분 정리가 되지 않아 회사 등기부상 대표이사로 그대로 남아있을 뿐”이라고 김씨는 덧붙였다.
그러나 김씨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먼저 이씨와 최씨가 결별했다는 지난해 3∼4월은 최씨가 김동신 국방부장관을 집중적으로 접촉한 시점이다. 최씨는 지난해 3월26일 장관 취임 전에 2∼3번, 취임 후 한 차례 정도 김 장관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최씨 등이 유아이홀딩컴퍼니를 통해 F-X사업자 선정과정에 로비를 시도했다면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 현재 검찰 수사결과 지난해 3∼4월에는 최씨의 가차명 계좌로 수십억원의 자금이 흘러 들어왔고, 최씨가 아파트와 전남 영암 선산 등 부동산을 집중 매입한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최씨는 싱가포르 소재 금융기관에 이씨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자금을 은닉하거나 이동경로로 사용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무관의 실세였던 권노갑 전 고문의 아들 정민씨를 GE사에 취업을 시켜줬다고 스스로 자랑하고 다니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난 4월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F-X사업자 가운데 엔진부문에 GE사가 선정된 것은 말 그대로 우연의 일치일까.
GE사측은 유아이홀딩컴퍼니사와의 컨설턴트 계약(상담 자문계약) 체결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모든 질문에 ‘노코멘트’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엄상현 기자 gangpe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