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자동차를 알아갈수록 간단한 부품 하나라도 엄청난 내공이 쌓여야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비전문가가 쉽게 생각하는 분야 중의 하나로 도어가 있다. 도어만 해도 엄청난 지식·경험·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흔히 ‘자동차 도어’라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도어의 개수다. 대부분의 승용차는 ‘2도어’ ‘3도어’ ‘4도어’ ‘5도어’ 중의 하나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의 시저도어(Scissors Door·왼쪽)와 메르세데스-벤츠 SLS의 걸윙도어(Gull-wing Door).
가장 일반적인 것은 4도어다.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에쿠스(이상 현대자동차) 등 흔히 보는 세단들이다. 5도어는 해치백(뒤 유리와 트렁크 덮개가 함께 열리는 차), 왜건(세단형의 트렁크 부분까지 실내공간을 늘린 것)이나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대부분이 해당된다. 세단처럼 4도어가 있고, 추가로 트렁크를 개방해 사람이 실내로 들어갈 수 있으면 그것을 하나의 도어로 간주해 5도어가 되는 것이다.
2도어는 좌우로 도어가 하나씩밖에 없는 차들이다. 이 경우는 동승객의 편의보다는 쿠페 또는 스포츠카처럼 운전의 재미를 중시하는 차들이 대부분이다. 포르셰 911,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등 스포츠카는 2열 시트가 아예 없기 때문에(포르셰 911은 시트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탑승 용도는 아니다) 도어 2개면 충분하다. 세단을 개조한 쿠페라면 뒷좌석이 있을 테지만, 승하차는 측면에 각 하나밖에 없는 도어를 통해 해야 하므로 불편하다. 쿠페는 주로 앞좌석에 2명이 타고, 뒷좌석 사용률은 극히 떨어지는 라이프스타일에 걸맞다.
쿠페가 도어를 2개만 장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멋진 스타일 때문이다. 쿠페의 멋은 뒤로 갈수록 루프가 좁아지고, 리어 숄더가 넓어지는 데 있다. 그 경우 뒷좌석은 좌우 폭이 좁아져 실내가 넓지는 않다. 그렇다고 2열 좌석을 아예 없애면 활용도가 떨어지므로 좌석을 남겨 두긴 했다. 또 다른 목적은 무게를 줄이기 위함이다. 쿠페는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스포츠 성향을 추구한다. 엔진 출력을 높이고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에 스포츠카 성격을 접목한다. 문이 2개이거나 4개이거나 사용되는 철판의 면적은 동일하겠지만, 경첩, 유리창 개폐용 모터, 도어락 등 만만치 않은 무게의 부품 수가 반으로 줄어든다.
유일한 ‘4도어 해치백’인 현대차 벨로스터.
4도어와 5도어의 차이를 이해했다면 3도어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BMW 미니 쿠퍼처럼 좌우로 각 1개의 문이 있고, 트렁크를 열었을 때 실내와 연결되면 3도어다. 별종이 있다. 현대차 벨로스터는 좌측 도어가 1개, 우측 도어가 2개인 비대칭형이다. 따라서 탑승용 도어 3개에 해치백 도어 1개가 추가돼 4도어다. 현재 시판되는 모델 중에서는 벨로스터가 유일한 ‘4도어 해치백’이다.
도어 손잡이에도 눈여겨볼 만한 얘기들이 있다. 2000년 전 모델의 자동차들은 손을 아래로 집어넣어 손잡이를 위로 제치는 형태의 손잡이가 대부분이었다. 손잡이를 여는 방향과 도어를 당기는 방향이 달라 탑승자는 불편하고, 도어 손잡이 고장이 잦았다. 지금은 돌출형 손잡이를 잡아당기는 형태가 대부분으로, 잠금을 해제하는 동작과 문을 여는 동작이 하나로 연결돼 편리하다.
도어를 잘 관리하는 요령을 말하자면, 살살 닫는 것이다. 자동차는 기계이므로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이 오래 쓰는 길이다. 최근 나오는 차들은 도어와 차체 거리가 5㎝가 될 때까지 천천히 잡아당긴 뒤 마지막에 살짝 힘을 주면 큰 충격 없이 잘 닫힌다. 특히 도어는 새로운 모델이 나올수록 보다 부드럽게 닫히도록 개선되고 있다. 신형 쏘나타(LF)를 타보면 확실히 구형 쏘나타(YF)에 비해 문이 부드럽게 닫힘을 체감할 수 있다. 쏘나타 택시가 많으므로 구형과 신형을 탈 때마다 테스트해 보면 알 수 있다.
도어를 세게 닫다 보면 어느 순간 제 기능을 상실한다. 구형 쏘나타(YF) 중에서 평소의 감각으로 문을 닫아도 잘 닫히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걸쇠와 고리의 위치가 미세하게 틀어져 있기 때문이다. 드라이버로 이를 재조정하면 원래대로 잘 닫힌다.
최고급 세단에는 이런 여닫음의 충격을 없애기 위한 ‘오토 도어 클로징(또는 전동식 파워 도어)’ 기능이 장착돼 있다. 일본 택시들처럼 완전히 개방된 도어가 자동으로 여닫히는 장치는 아니고, 사람의 팔 힘으로 도어를 당겨 차체에 닿도록 하면 그 이후는 모터에 의해 스르륵 잠기는 기능이다.
VIP 전용차들은 운전기사가 외부에서 도어를 열고 탑승 후 닫아주며, 기사가 탈 때 한 번 더 운전석 도어를 닫게 되는데, ‘오토 도어 클로징’ 기능이 없다면 뒷좌석 승객은 불필요하게 차문이 닫히는 충격을 두 번 경험해야 한다. 시판중인 차들 중 국내 메이커로는 현대차 제네시스, 에쿠스(EQ900 포함), 기아차의 K9, 쌍용차의 체어맨 최고사양에 적용돼 있다. 해외 메이커로는 BMW 7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아우디 A8 등 역시 최고가 차량에 장착돼 있다.
페라리 ‘라 페라리’의 버터플라이 도어(왼쪽)와 코닉세그의 다이히드럴 싱크로 헬릭스 도어.
지금까지 설명한 도어들은 부채꼴 반경으로 열리는 일반적인 것들이다. 그 외에 특별한 형태들을 살펴보면, 가장 유명한 것이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의 시저도어(Scissors Door)로, 도어가 수직으로 개폐된다. 가위가 벌어지듯 열린다고 해서 시저도어라 불린다. 경첩이 지붕에 달려서 도어를 열면 마치 갈매기 날개처럼 펼쳐지는 걸윙도어(Gull-wing Door)도 있는데, 메르세데스-벤츠의 SLS가 대표적이다.
페라리의 ‘라 페라리’는 시저도어처럼 위로 열리면서 또한 앞쪽으로 펼쳐져 일명 버터플라이 도어로도 불린다. 코닉세그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다이히드럴 싱크로 헬릭스 도어’는 살짝 돌출된 뒤 90도 회전하는 형태다.
이들 초고가 스포츠카들의 수직 개폐 도어는 전복 사고 시 열리지 않는 대신 경첩이 분리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국내에서 과거 투스카니(현대차) 도어를 걸윙 형태로 개조하기도 했는데, 이런 안전장치 없이 개조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우종국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