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근 디자이너. 사진출처=황재근 페이스북
현재는 천연모피 애완견 옷의 판매가 중단됐다. 애견숍 측은 모피 논란 때문은 아니고 단순히 판매 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견숍 관계자는 “판매 시즌인 겨울이 지나서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며 “해당 제품들은 디자이너 측이 의뢰해서 입점한 제품들이고 수거한 모피제품들도 디자이너 측에서 진행한 일”이라고 전했다.
대중들은 유명 디자이너가 벌인 일이라 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애완견 모피코트가 흔한 건 아니지만 이전에도 종종 있어왔다”며 “디자이너가 유명한 사람이다보니 논란이 커졌고 이에 따라 분노도 더 커진 것 같다”고 전했다. 황재근 디자이너는 세계 3대 예술학교라 불리는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예술학교 출신으로 현재 ‘제쿤옴므’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최근 각종 TV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애완견 관련 활동도 수차례 했다. 지난 2013년 황 씨는 케이블 채널 엠넷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 출연해 반려견과 반려인의 커플룩을 제작하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지난 1월에도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애완 옷을 직접 만드는 모습이 방송을 탔다.
이에 대해 제쿤옴므 관계자는 “명품 애견숍에 맞는 컬래버레이션을 준비하다 일어난 일”이라며 “상위 1% 견주랑 맞춰 입는 커플룩을 준비하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했다. 딱 3벌만 만들었고 추가 제작을 할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12월 및 연간 소매판매·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애완용품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2600억 원을 넘어섰다. 또한 농협경제연구소는 2020년 애완산업 규모가 5조 8100억여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애완용품 관련 산업도 발전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강릉시에 ‘애견 해수욕장’인 사근진 해수욕장이 문을 열었고 2014년에는 LG유플러스가 IPTV로 ‘도그TV’ 방송을 시작했다. 애견용품 역시 소비자들을 위해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유명 명품 브랜드에서도 각종 애견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LF의 헤지스 액세서리는 애견 브랜드 ‘헤지 도기’를 출시했고 MCM도 한정판으로 애견용품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2013년 MCM이 출시한 애완견 가방은 70만 원이 넘는 고가였다. 루이비통은 300만 원이 넘는 애완견 가방을 판매하고 있다. 앞서 애완견 모피코트로 문제가 된 애견숍에서는 1200만 원짜리 개집과 600만 원의 소파 등을 판매한다.
이러한 명품 애견용품이 이번 모피코트처럼 논란이 된 적은 거의 없었다. 모피코트는 동물학대 등의 이유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모피 반대운동으로 인해 인조 모피를 사용하는 의류 브랜드도 늘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서구권에서는 애견용 모피코트 판매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한 미국 온라인 매장은 애견용 모피코트를 주문제작까지 해준다. 이 매장 홈페이지는 “특별한 애견용 모피를 만들어 주겠다”며 “최고급 밍크, 친칠라, 흑담비 등의 털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애견용 모피코트 판매 홈페이지.
이런 현상을 두고 동물단체들은 항의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앞서의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모피코트에 희생되는 동물들은 사람의 생존과 상관없는 패션이나 미적인 부분에 의해서 희생된다”며 “모피에 이용되는 동물의 털은 생살을 잡아 뜯어서 만들어지며 살이 자라나면 또 잡아 뜯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디자이너들이 모피에 대해 무감각한 면이 있다”며 “그들이 모피라는 재료 자체를 많이 접하다보니 윤리문제에 대해서는 생각들을 잘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