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재응 선수 | ||
현재 뉴욕 메츠 산하의 트리플A팀 노포크 타이즈(Norfolk Tides)에서 뛰고 있는 서재응은 16경기에 선발로 나서 7승3패에 방어율 3.19의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지난 10일 등판에서 리치몬드 브레이브스(애틀랜타 산하)를 상대로 6이닝 7실점(6자책)한 것을 제외하면 서재응의 성적은 눈부시다. 인터내셔널리그 14개팀의 수많은 투수 중에 방어율, 다승 모두 공동 10위다.
시즌 초반에 메이저리그에서 3경기를 뛴 공백과 타선 지원 부족을 감안하면 역시 트리플A는 서재응의 무대가 아닌 것 같다.
서재응의 또 한 가지 놀라운 변신은 기교파 투수의 대명사이던 그가 무시무시한 삼진 투수로 변했다는 점이다. 총 1백개의 삼진은 인터내셔널리그 1위다.
서재응은 또한 최근 13게임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고 있다. 선발 투수가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면 퀄리티 스타트로 기록되는데, 최근 선발 투수의 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다른 선발 투수들보다 2~3경기 정도 등판수가 적은 서재응이 104와 1/3이닝을 소화하면서 이닝수 리그 4위에 오른 것도 바로 잇단 퀄리티 스타트 때문이다.
방어율, 승리, 퀄리티 스타트, 이닝, 삼진 등 서재응은 선발 투수에게 필요한 모든 덕목을 갖춘 완벽한 피처로 거듭나고 있다.
메이저와 마이너 ‘하늘과 땅’
이렇게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빅리그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없다. 지난 7일(한국시간) 오랜만에 서재응과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왠지 힘이 없었다. 그러나 서재응은 “잠자리에 들 시간이어서 그럴 뿐 컨디션도 최고이고, 아주 좋다”고 부정했다.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는 천지 차이다. 특히 서재응처럼 특급 호텔과 전세 비행기의 빅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에겐 마이너 생활이 더욱 고역일 수밖에 없다. 연봉도 비교할 수 없지만 모든 대우도 짜증 날 정도다.
▲ 서재응 선수. | ||
사실 마이너리그 중에 최고인 트리플A 타자들의 수준은 메이저리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특히 중심 타선에는 대부분 빅리그를 경험한 노장들이거나, 잠깐 재활을 위해 내려간 스타들, 그리고 당장이라도 빅리그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최고 유망주들이 포진해 있다. 물론 하위 타선으로 가면 아무래도 빅리그와는 좀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스타팅 멤버 중에 적어도 5~6명의 타자들은 뛰어난 파워와 기교를 자랑한다.
그렇다면 서재응이 이렇게 빼어난 기록을 보이고 있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마이너리그 타자들을 상대한다고 해서 서재응의 패스트볼이 갑자기 160km가 나올 리도 없고, 자신의 특기인 체인지업이 타자들이 절대 칠 수 없는 마구로 변했을 리도 없다.
전화 통화에서 서재응에게 무엇이 바뀌었기에 그렇게 삼진이 늘어났냐고 묻자 올해 들어 ‘커터’와 ‘스플리터’를 던진다고 밝혔다. 커터는 ‘컷 패스트볼(Cut Fastball)’의 약칭이고, 스플리터 역시 ‘Split Fingered Fastball’의 약칭이다. 서재응은 시즌 초반 노포크 투수 코치인 댄 와턴(Dan Wathen)에게 커터를 배웠다. 커터는 슬라이더와 유사하게 오른손 타자의 바깥쪽으로 휘는데, 궤적이 슬라이더보다 덜 휘는 반면에 구속은 더욱 빠르다. 타자가 직구로 생각하고 배트를 휘두르면 끝에 가서 살짝 휘면서 범타나 헛스윙을 유도하는 구질이다.
반면에 스플리터는 반포크볼이라고도 하는데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구종이다. 상하로 떨어지는 커브볼과 궤적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만 구속이 훨씬 빠르고 역시 끝에 가서 공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 두 가지 구질을 제대로 몸에 익히면서 삼진이 몰라볼 정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서재응의 9이닝당 삼진은 8.7개로 인터내셔널리그 전체 투수 중에 최고다. 예리한 제구력과 발군의 체인지업으로 버티던 서재응이 커터와 스플리터까지 장착했으니 타자들로서는 그야말로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두 가지 구질만으로도 마음먹은 대로 제구가 되는 날에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농락하던 서재응인데, 이제 네 가지 구질로 무장했으니 타자들의 머리 속이 보통 복잡해진 것이 아니다.
이제 남은 것은 참을성이다. 뉴욕 언론이나 여론은 어서 ‘Jae Seo(서재응의 영어 표기)’를 불러오라고 압력이지만, 서재응은 아직까지 메츠 구단에서 아무런 소식도 없다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7월 말이면(트레이드 데드라인)이면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고, 9월에 로스터가 40명으로 불어나면 그때는 복귀하지 않겠느냐며 애써 태연자약하다.
‘주머니 속의 송곳’ 주목
요즘 정도의 컨디션과 구위라면 분명히 빅리그 어떤 팀에 가도 선발 자리를 꿰찰 수 있다. 그러나 메츠 구단은 남 주기는 도저히 아깝고, 메이저로 불러올리자니 자리가 없어서 나름대로 고민이다. 그러나 주머니 속의 송곳을 계속 숨길 수는 없다. 이미 많은 팀들이 서재응을 주목하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요즘 같은 꾸준한 능력을 계속 과시하는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유지한다면, 멀지 않은 시기에 서재응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숨겨두기엔 그의 빼어난 능력이 너무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조선 야구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