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영국으로 떠나기 직전 기자와 만난 박지성은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에 대해 부담이 크다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지난 7월6일 오전 10시 인천공항 주차장. 사전에 주차장에서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출국 일정이 당겨지다 보니 마무리짓지 못한 음료 CF의 지면광고 촬영까지 아침에 처리해야 했다. 아버지 박성종씨와 함께 수원집을 나서 공항에 도착한 박지성은 곧장 매니지먼트사 FS코퍼레이션 김정일 팀장의 차로 옮겨 타곤 공항 부근의 호텔로 향했다. 촬영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광고 스태프들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박지성은 10시50분에 다시 주차장에 나타났다. 출국 시간 때문에 쫓기는 듯한 인터뷰를 해야 했다.
―표정이 너무 어두워 보여요. 기분 좋게 가야죠.
▲네. 그래야 되는데 별로 기분이 안 좋아요. 솔직히 정리할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생각도 정리하고 마음의 준비도 다지고 그래야 하는데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서….
―그동안 이런저런 행사가 많아서 많이 못 쉬었죠?
▲정신없이 보냈어요. 2002월드컵 때도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더 해요. 그 당시엔 (김)남일형이나 (송)종국이형 등 언론의 관심들이 골고루 분포된 반면에 지금은 오로지 저한테만 쏠리잖아요. 그게 부담스러웠어요. 말 한 마디하기도 조심스럽고.
―일본과 네덜란드, 그리고 지금 영국으로 떠나기 직전이에요. 새로운 세계를 접하기 직전의 느낌이나 마음가짐 등이 다 다를 것 같아요.
▲솔직히 일본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간 거죠. 축구 잘 하고 못하고보다 일본에 간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어요. 네덜란드는 일본 갈 때보다는 부담이 덜 했어요. 감독님도 아는 분이고 자신감도 있었구요. 가장 두렵고 떨리는 곳이 지금 가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예요. 이전의 두 곳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일 것 같아서. 내 어깨에 놓인 짐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요.
―너무 부담 갖지 말아요. 최선을 다해서 안 되면 할 수 없는 거잖아요. 분명한 건 최선을 다할 거란 사실이잖아요.
▲물론 그래야죠. 다행인지 행운인지, 내가 팀을 옮겨갈 때마다 소속팀이 업그레이드된다는 사실이에요. 이 점은 참 기분 좋아요. 성적 부진으로 쫓겨나거나 트레이드되는 게 아니라 내가 골라서 가는 팀이 유명하다는 부분이 위안을 줘요.
▲ 박지성 선수 | ||
▲한 50 정도. 그 정도가 맞을 것 같네요. 지금까지 달려온 인생이 50이었으니까 앞으로 남은 50을 위해서 또 뛰어야겠죠.
―박지성 하면 ‘무쇠 체력’ 운운하잖아요. 그때마다 무슨 생각이 들어요?
▲체력이 좋다는 얘긴 어렸을 때부터 들었어요.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제 위치가 조금 올라가다보니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 같아요. 특별히 체력이 좋아진 건 없어요. 이전부터 계속 그래왔듯이 체력은 자신 있었으니까요.
―말솜씨가 꽤 늘었어요. 이전 ‘박지성 일기’ 연재 때문에 네덜란드로 전화를 자주 했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것 같아요.
▲좀 달라졌죠? (웃음) 대표팀 선수로 생활하고 외국에서 활동하다보니까 언론들도 절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신 것 같은데요? 제가 생각해도 인터뷰 솜씨가 좀 늘긴 늘었어요. 마이크 앞에 서는 기회가 많아지니까 절로 말이 늘더라구요.
―퍼거슨 감독의 성격이 괴팍하기로 소문났는데 걱정 안 돼요?
▲걱정은요, 무슨. 전 그동안 지도자들의 스타일에 묵묵히 따랐어요.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고. 물론 퍼거슨 감독을 처음 만나는 거라 부담은 있어요. 긴장도 되고. 하지만 크게 걱정은 안 해요. 잘 맞춰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지금 가장 걱정되는 건?
▲방출될까봐 걱정돼요. 하하. 농담이구요, 방출 안 되도록 더 노력해야겠죠. 이젠 철저히 홀로서기를 하는 거니까. 만약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다 받아들이려구요. 모든 결과는 제가 책임지는 거니까.
박지성이 공항으로 들어가고 기자들한테 둘러싸여 출국 인사를 하고 있는 사이, 한켠에서 박지성을 지켜보던 이철호 FS코퍼레이션 대표가 한 마디 한다. “돈 엄청 받고 군대 가는 심정이겠지. 부담스러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