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수 GS칼텍스 대표이사 부회장.
허 부회장은 GS칼텍스 정유영업본부·석유화학본부·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 2013년 GS칼텍스 대표이사에 올라 사촌형인 허동수 회장과 함께 GS칼텍스를 이끌었다. GS칼텍스는 허 부회장 단독체제에 대해 “책임경영이 더욱 강화되고 급박한 대내외 환경변화에 보다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일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허창수 GS그룹 회장 친형제들의 ‘그룹 접수’로 보고 있다. 허진수 부회장은 허창수 그룹 회장의 친동생으로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의 3남이다. 허 명예회장의 4남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5남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모두 허창수 회장 친동생들이다. 차남 허정수 회장은 그룹 방계 계열사 중 하나인 GS네오텍을 맡고 있다.
허준구 명예회장의 아들들, 즉 허창수 회장 친형제들은 GS그룹 핵심 계열사를 맡고 있다. 비록 허명수 부회장은 지난 2013년 GS건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그때까지 7년간이나 대표를 맡았다. 또한 부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어 언제든 대표에 복귀할 수 있다. 현재 GS건설 대표는 허창수 회장이 맡고 있다.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GS그룹의 계열사는 모두 79개. 이 가운데 GS그룹의 대표 계열사로 꼽히는 곳은 GS건설과 GS칼텍스, GS홈쇼핑, GS리테일이다. GS그룹에 따르면 2014년 GS칼텍스가 약 38조 원, GS건설이 약 8조 원, GS리테일이 5조 원, GS홈쇼핑이 약 1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네 계열사가 거둔 매출액이 52조 원가량으로 그해 GS그룹 전체 매출액 63조 원의 82%가 넘는다.
GS칼텍스가 허진수 부회장 단독체제로 전환하면서 허창수 회장 친형제들이 대부분 그룹 핵심 계열사에서 최고 위치에 올랐다. 건설과 홈쇼핑은 이미 허창수 회장 친동생들이 맡고 있는 데다 허진수 부회장이 칼텍스도 맡는다. 게다가 그룹 회장은 맏형 허창수 회장이다. GS리테일을 제외하고 허창수 회장 친형제들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을 모두 경영하게 되는 셈이다.
GS그룹 계열사들은 대표이사가 장수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허창수 회장과 허명수 부회장이 오랫동안 경영 일선에서 활동해왔으며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역시 지난 2007년 대표이사에 선임된 후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지난 2013년 공동대표에 오른 허진수 부회장도 이번에 단독대표에 선임된 만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대표직을 오랫동안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GS리테일 역시 지난해 허승조 부회장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표이사직을 수행한 후 조카인 허연수 사장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허연수 사장은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지난해까지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다 조카에게 대표직을 넘긴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은 고 허만정 창업주의 막내아들로 허창수 회장의 두 살 어린 숙부다.
허승조 부회장은 지난 25일 물러난 허동수 GS칼텍스 회장과 마찬가지로 대표직을 아들이 아닌 조카에게 넘겨줬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의 경우 보통 계열분리 등을 염두에 두고 적자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데 GS의 경우는 특이하다”고 평했다.
현실적으로 고 허준구 회장의 차남이자 허창수 회장의 동생인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GS그룹 중심으로 들어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GS리테일은 허창수 회장의 사촌동생인 허연수 대표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GS그룹 관계자는 “친형제들이 그룹을 장악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각 분야 전문가들로서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