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승계 원칙에 충실하다면 GS그룹은 ‘허만정-허정구-허남각’으로 이어지는 것이 맞다. 그러나 장자 자격으로 그룹 회장에 오른 사람은 허창수 회장뿐이다. 한 지붕 두 가족이었던 LG그룹이 ‘구인회-구자경-구본무’로 이어지며 철저히 장자 승계 원칙에 따른 것과 비교된다.
여기에는 GS가의 속사정이 있다. 허만정 창업주의 장남 허정구 명예회장은 삼성그룹 초기 고 이병철 삼성 회장,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와 함께 사업을 함께했다. 삼성물산 사장까지 지냈을 만큼 허 명예회장은 삼성 내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던 인물이다. 재계 일부에서는 ‘삼성’이라는 이름이 ‘이병철, 조홍제, 허정구’라는 3개의 별을 뜻한다는 얘기도 전해 내려온다. 그러나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은 ‘크고, 강하고, 영원하다’는 세 가지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허정구 명예회장은 삼성에서 나온 후 삼양통상을 설립해 독립했다.
GS그룹은 지난 2005년 LG그룹에서 분리해 출범했다. 즉 그 이전까지 허씨 일가는 LG그룹에서 구씨 일가와 함께 경영에 참여했다. 2005년까지 LG그룹 내에서 경영활동을 한 중심인물은 허만정 창업주의 3남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과 4남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이다. 허준구 명예회장의 아들들인 허창수 회장과 허진수·허명수·허태수 부회장, 허신구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연수 GS리테일 대표 등이 LG그룹과 분리 당시 GS그룹의 주축이 됐다. 따라서 지금의 GS그룹 오너 일가의 핵심인물도 이들이 된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재계 일부에서는 GS그룹 창업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반적으로 허만정 창업주로 알려져 있지만 GS그룹의 발판을 다진 허준구 명예회장을 창업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GS그룹 초대 회장인 허창수 회장을 창업주로 해야 마땅하다는 의견도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