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이 그룹 전체를 한국 법인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에 나섰지만 금융당국은 오히려 일본으로 국부 유출 여부를 예의주시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시앤캐시와 미즈사랑 등 대부업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지난 2월 초 일본에 자리 잡고 있는 그룹의 뿌리를 통째로 뽑아 한국으로 옮겨 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룹 오너인 최윤 회장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틈날 때마다 역설하고, 한국에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음에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일본계라는 낙인(?)을 지우기 위해서다.
평소 일본계라는 단어에 유난히 예민한 반응을 보여온 최 회장이 선택한 극약처방은 한국에 새로운 법인인 ‘아프로서비스(가칭)’를 세워 ‘아프로파이낸셜’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모두 사들임으로써 완전히 한국 기업화하는 방법이다. 현재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아프로파이낸셜 밑에 러시앤캐시, 미즈사랑, 원캐싱 등 주요 계열사를 둔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한국에 만들어지는 새로운 금융지주사 소속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 작업을 위해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총 1조 4500억 원 규모의 상환우선주(CPS)를 발행할 예정이며, 새로 설립되는 아프로서비스는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아프로파이낸셜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과 사업권을 인수키로 했다. 상환우선주는 평소에는 우선주로 취급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발행한 회사에서 다시 사들여 소각하는 주식을 말한다. 아프로그룹은 3개 주력 대부업체의 지분과 사업권 이전을 올해 안에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된 청사진만 놓고 보면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이제 일본계라는 주홍글씨를 지우고 한국 기업으로 재탄생해 국내에서 떳떳하게 사업을 펼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아프로서비스그룹의 계획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겉으로는 큰 변화가 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바뀌는 것이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의 주요 브랜드가 입점한 서울시내 한 건물.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최 회장은 지난 2004년 한국에 진출해 대부회사를 운영하던 일본기업 A&O를 인수해 국내 대부업에 진출했다. 당시 일본 법원은 A&O의 인수 자격을 일본 기업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최 회장은 일본에서 특수목적회사(SPC)인 J&K캐피탈을 세워 A&O를 인수했다. 그리고 A&O의 이름을 아프로파이낸셜로 바꾼 뒤 러시앤캐시를 설립했다.
결국 아프로서비스그룹의 지배구조는 아프로파이낸셜이 꼭짓점에 있는 구조가 아니라 그 위에 J&K캐피탈이라는 일본 기업이 하나 더 있는 형태다. 따라서 아프로파이낸셜을 대신할 새로운 법인이 세워진다 해도 J&K캐피탈이 있는 한 지배구조는 사실상 바뀌지 않는 셈이다. J&K캐피탈은 일본 나고야에 있는 최윤 회장의 가족 기업으로 알려졌다.
아프로서비스그룹 측은 J&K캐피탈에 대해 “A&O그룹 산하 7개 한국 계열사가 매물로 나올 때 ‘일본 소재 법인만 인수할 수 있다’는 일본 법원의 조건을 맞추기 위해 만든 페이퍼컴퍼니 성격이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지배구조 재편 작업에 쓰이는 자금의 조달처, 즉 CPS 인수자금이 아프로파이낸셜에서 나온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설법인이 발행하는 1조 4500억 원의 CPS의 대부분인 1조 3500억 원어치는 아프로파이낸셜이 인수할 예정이다. 결국 현 지주회사인 아프로파이낸셜이 자금을 대서 새로운 지주회사를 세우는 방식인데, 문제는 CPS가 향후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
CPS는 기본적으로 상환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일종의 부채라고 할 수 있다.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만기까지 배당만 지급하면 특별한 이벤트가 생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아프로서비스그룹의 경우 바로 이 배당이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 CPS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기본적으로 보통주보다 배당률이 높다. 게다가 아프로서비스는 아프로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기 때문에 배당금 전액이 아프로파이낸셜로 들어가게 된다. 아프로파이낸셜은 또 J&K캐피탈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이 돈을 다시 배당하는 등의 방식으로 J&K캐피탈에 보낼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통상 상환우선주의 배당률은 4~6%선이고, 만기는 수년~수십 년으로 다양하다. 1조 3500억 원 규모일 경우 매년 500억~800억 원에 달하는 배당이 지급되는 셈”이라면서 “형식은 배당이지만 내용상으로는 계열사끼리 고금리 대출을 해주는 것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결국 러시앤캐시와 미즈사랑, 원캐싱 등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이 아프로서비스와 아프로파이낸셜을 거쳐 J&K캐피탈로 흘러들어가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국부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 보고받은 내용으로는 왼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오른쪽으로 옮기는 수준의 작업이어서 다소 의아하다”며 “다만 아프로서비스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이후 국내 자금이 일본으로 유출되는지 유심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며, 국부 유출이 확인되면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