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로 보이는 여성이 건물 앞 의자에 앉은 채 사진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인천 숭의동 일대에는 1960년대 미군과 외국선원들로 붐볐던 옐로하우스(성매매집결지)가 있다. 미군들이 잘 안 쓰는 노란색 페인트를 얻어다가 건물에 칠했다는 것에서 옐로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이곳은 인천의 유일한 집창촌이다. 2000년대 90여 곳의 성매매업소에서 230여 명의 여성들이 종사했지만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은 다 쓰러져가는 폐허 속에서 밤마다 불이 켜지는 집이 하나둘씩 줄고 있는 형편이다. 수십 년째 시간이 멈춰있는 옐로하우스를 찾았다.
인천시 남구 숭의역 앞에 설치된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간판.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숭의역 4번 출구를 나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허름한 단층 상가건물들과 청소년통행금지구역이라는 안내판이다. 도로 건너편에 아파트촌과 대학교가 들어선 것과는 대조가 되는 스산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소위 옐로하우스와 양대산맥을 이뤘던 것으로 유명한 학익동 집창촌(끽동)은 2007년 완전히 폐쇄돼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중학생인 정 아무개 양은 “예전에는 식당이나 가게들이 장사를 했었는데 문을 닫고 나서는 사람들이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소년통행금지구역 안으로 들어서니 노란색 필름으로 유리문을 가린 집들이 즐비했다. 1층만 유리문으로 돼 있고 위층부터는 일반 주택의 형태인데 여성들이 지내는 숙소다. 건물들에는 2호, 19호 등 호수가 적혀 있어 단번에 옐로하우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해당 구역에는 숫자로 X호라고 표기해 성매매를 하는 장소임을 나타낸다. 영업은 저녁 9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새벽 1~2시까지 계속된다.
옐로하우스 밤거리 풍경. 최근 노란색 필름으로 유리창을 가려 내부를 전혀 볼 수 없는 상태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업소는 33호까지 있지만 이 가운데 아직까지 영업을 하는 곳은 16군데에 불과했다. 업주 없이 아가씨만 있는 상태로 운영되는 곳도 많았다. 노란색 필름으로 1층 유리문 윗부분 약간을 제외하곤 모두 가려서 내부를 전혀 볼 수 없었다. 상부와 틈새로 빨간 불빛이 새어나와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기자가 지나다니는 것을 알고 난 뒤에는 문을 잠그거나 불을 꺼버리기 일쑤였다.
한 업소 앞에서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밖으로 나온 여성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단속과 추운 날씨 탓인지 패딩에 두꺼운 옷을 껴입고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이 아무개 씨(43)는 “여기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여자들이 있다. 우리 같은 40~50대의 경우 애는 있지만 결혼은 못하고 빚만 떠안은 채 살고 있다”며 “요즘 단속이 심해져서 경찰차 번호 네 자리만 눈에 보이면 다들 오줌을 지릴 정도로 놀란다. 지하철역이 생겨서 학생들이 다닌다니 필름으로 가리는 것이 이해는 가지만 우리 보고는 죽으라는 거다”라고 말했다.
옐로하우스 안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성매매 여성이 담배를 찾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노란색 필름으로 유리창을 차단한 것은 불과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지난 2월 27일 수인선 숭의역이 개통되면서 청소년 유입이 우려된다고 해 인천 남구청과 업주 대표가 협의해서 조치한 것이었다. 두 개 업소의 업주는 일주일 만에 영업에 어려움을 느끼고 문을 닫기도 했다.
인천 남구청은 앞서 성매매업소 업주들과 옐로하우스를 점진적으로 폐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청소년 통행을 막기 위해 순찰을 강화하고 경찰 단속을 통해 호객 행위와 성매매 행위를 단속하기로 했다”며 “숭의역과 연계해 CCTV를 추가 설치하고 성매매 피해자 지원책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성매매 업주들은 자발적으로 업소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업소 외관 유리에 필름을 부착하고 호객행위를 자제하겠다고 논의한 바 있다.
업주 대표인 김 아무개 씨는 “원래는 언니(성매매 여성)들이 반라로 유리문 앞에 앉아서 손님을 맞곤 했는데 숭의역이 개통된 이후에는 학생들도 지나다닐 수 있기 때문에 유리문에 필름도 붙이자고 했고 언니들을 밖에 서있지도 못하게 했다”면서도 “숭의역이 개통되긴 했지만 이 동네 자체가 개발이 안돼서 유입 인구가 거의 없다. 4번 출구로 나오는 사람들을 세어봤지만 하루에 열 명도 안 된다. 그래도 성매매 영업을 아예 못하게 할까봐 일단 우리가 선 대응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지역은 수년 전부터 도시정비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경기침체로 지연되고 있다. 인근에 모델하우스까지 지어진 상태였지만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것이다.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재개발이 불가능한 상태다.
업주 정 아무개 씨는 “조폭이나 기둥서방 없이 언니들 중심으로 영업을 한 재래식 윤락문화를 수십 년 동안 형성해 왔다”며 “요즘은 남동공단이나 근처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특히 동남아 남성들이 주로 찾지만 이마저도 줄고 있다”면서 손님을 맞아야 하니까 빨리 가라고 재촉했다.
성매매 여성들 중에서도 20대 여성들은 짐을 싸서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성매매 여성인 김 아무개 씨는 “이곳의 모두가 2~3년 안에 옐로하우스가 없어질 것을 안다. 그때까지만이라도 먹고 살 수 있도록 우릴 좀 놔뒀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