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카카오택시로 O2O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카카오는 지난 2014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옛 카카오가 합병해 만들어진 회사다. 당시 다음은 네이버에 한참 밀려 포털 2인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카카오는 인적‧물적 인프라가 회사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주도권은 카카오에게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합병 후 30일 만에 사명은 ‘다음카카오’로 바뀌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23일자로 사명에서 ‘다음’은 지워지고 카카오만 남았다. 카카오 측은 “보다 강점이 있는 모바일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실제로 카카오는 모바일에 집중해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스토리 등 SNS 관련 서비스로 호평을 받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공세 속에서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또 애니팡 열풍을 일으키며 모바일게임의 부흥을 이끌었다. 금융에도 발을 디뎠다. 무한 경쟁 중인 온라인 지급결제시장에서도 카카오페이는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카카오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금년 내에 은행업도 하게 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그만큼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O2O시장에 진출했다. 카카오택시는 택시기사와 손님 그리고 카카오 모두에게 이득이 되었다. 이런 점에서 카카오택시의 시사점은 크다. 다만 수수료가 없기에 카카오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카카오택시블랙을 추가로 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카카오는 택시를 통해 O2O시장에서 자신감을 얻었고 가능성을 확인했다. 수익모델에 대한 연구가 병행된 것은 당연한 수순. 카카오는 향후 다양한 업종에서 수십 가지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택시 다음은 미용실과 대리운전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헤어샵(미용실)과 카카오드라이버(대리운전)가 출격 준비를 마치고 대기중이다.
상반기 출시 예정인 카카오헤어샵 이미지.
카카오택시가 출시되었을 때 관련 업계의 반발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한 가지다. 무료였기 때문. 그러나 카카오가 수익을 위해 뛰어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카카오의 첫 수익형 O2O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카카오 측에 따르면 카카오헤어샵과 카카오드라이버는 상반기 중 출시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발 ‘땅따먹기’가 시작되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가 진출하려는 업종 대부분이 생활밀착형이기 때문이다. 미용, 대리운전 등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터전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대리운전의 경우 전국적으로 6000~7000개 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다. 대리운전 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대리운전협회는 카카오의 대리운전 진출을 규탄하고 있다. 협회에는 현재 규모가 큰 대리운전 업체를 중심으로 700여 개 회원사가 가입되어 있다.
한국대리운전협회 관계자는 “대리운전 업체는 대부분 영세한 사업자들이다. 카카오와 같은 대기업이 들어온다면 규모와 자금력 면에서 도저히 경쟁할 수가 없다”고 토로하며 “관련법이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카카오가 들어오면, 카카오를 기준으로 관련법이 정비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카카오는 감당할 수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기존 업체는 운영이 힘들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카오는 오히려 순기능이 많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기존 시장을 교란시키는 것은 아니다”며 “대리운전기사들의 높은 수수료, 보험료 부담 등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해 업계 종사자와 고객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는 1인당 연간 100만 원에 이르는 대리운전기사의 보험료를 사측이 모두 부담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또 “카카오헤어샵은 미용실과 고객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영세 사업자의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며 “플랫폼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효율적으로 연결해 주는 것으로, 오히려 기존 마케팅 채널이 없던 작은 미용실의 경우에는 (카카오헤어샵을 통해서) 신규고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측의 말마따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주는 ‘중개’ 역할을 한다면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 양자에게 모두 수수료를 받을지, 일방에게만 받을지 등 구체적인 수익모델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수수료 등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것은 서비스 출시와 함께 공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