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반지의제왕(부3세·수·5전4/1/0·정형철·울즐리:64 부:엑톤파크,모:스위트오일)=브리더스컵에서 준우승을 하는 등 벌써부터 싹수를 보인 말로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마체중 500㎏대의 당당한 체격에 선행과 선입을 자유로이 구사하면서 벌써 4승을 올렸다. 2위 1회까지 합치면 복승률 100%의 가공할 입상행진 중이다.
직전 경주에선 외곽에서 선행경합을 하고도 막판까지 선전하며 끈기를 발휘하더니 앞선이 비교적 약한 이번 경주에선 수월하게 선행을 나선 뒤 2위마를 무려 9마신이나 따돌렸다. 덩치마답게 성장속도가 빠르며, 특히 순발력을 장기로 내세우면서도 선입력까지 좋아 대성이 기대되는 말이다.
2월 26일 열린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제9 경주에서 반지의제왕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직전 브리더스컵에서도 언급했듯 거리적성이 길어 장거리로 갈수록 더 뛰어줄 가능성이 높다. 부모와 조부모 등등 선대들이 도시지프로파일상으로나 실전 능력 모두 2000미터 이상의 장거리 적응력을 보여주었다. 3세마라 올 한 해 대상경주에도 자주 출전할 전망이다. 명장 울즐리 조교사가 관리하고 있어 더욱 듬직한 느낌도 든다.
# 담양장군(부3세·수·5전1/1/1·최원호·양귀선:29 부:Albertus Maximus,모:마리나디쉐본)=이 마필의 혈통은 경마팬들에겐 낯설지만 눈여겨볼 만하다. 부마나 조부마의 이름 모두 전혀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라 ‘웬 듣보잡?’ 할 수도 있겠지만 거슬러 올라가보면 부계가 히스메이저스티(His Majesty)다. 히스메이저스티는 1970년대에 활동한 명마로 당시에 트랙(1과 1/8마일) 신기록을 달성했을 만큼 탁월한 스피드를 뽐내던 말이다. 씨수말로 데뷔한 1980년대에도 리딩사이어와 리딩사이어 2위에 각각 한 차례씩 올랐다. 현역시절 능력뿐만 아니라 그 후대들의 씨수말 활동도 나쁘지 않았다.
좀더 현미경을 들이대보면 모마가 블랙타입에서 1승을 포함 세 차례나 입상한 적이 있는 것도 눈에 띈다. 모계 형제마로는 푸른미소(1군)와 내사랑담양(3군)이 있다.
담양장군의 현재 5차례의 실전을 거쳤는데 매번 한 걸음 정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이번 경주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모았는데, 이전까지의 능력을 보면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번 경주에선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선행권의 3번과 6번 뒤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며 비교적 빠른 페이스를 흔들림 없이 따라가더니 막판에 7마신이나 여유있게 따돌리고 1위로 골인했다. 갖고 있던 잠재력이 이제야 발휘되기 시작했다는 게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520kg이 넘는 큰 체격에 빠른 발놀림까지 갖고 있고 부마와 조부마의 거리적성도 긴 편이라 중거리까지는 큰 기복없이 뛰어줄 전망이다.
# 슈거캣(서3세·수·6전1/0/1·김방철·양희진:28 부:원쿨캣,모:슈거크리스)=이 말의 이번 경주를 보면 조교사들이 왜 훈련에 정성을 들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 차례 입상하기는 했지만 걸음 자체가 너무도 평범했다. 그 결과 상대가 강하지 않은 이번 편성에서도 인기를 모으진 못했다. 그렇지만 실전에선 외곽에서 안쪽의 2번과 머리를 맞대며 나란히 선행을 나선 뒤에 외곽주행의 불리함을 극복, 우승을 차지했다. 단승식 배당이 16.0배였고, 그동안 부진했던 최원준 기수에게 일종의 터닝포인트를 줄 수도 있는 결과를 보인 것이다.
이제 5군에 진입했고, 막 걸음이 나오기 시작한 말이라 다음 출전 때는 의도적으로 노려볼 만한 말로 보인다. 물론 기수가 바뀌면 금상첨화다.
# 클린업휘슬(서3세·암·5전1/0/0·민형근·김효섭:27 부:메니피,모:센텀)=이 말은 메니피의 자마로 계속 관심을 모아왔던 말로 5전 만에 걸음이 일차로 터졌다고 할 만하다. 부계가 너무도 유명한 씨수말이라 당연히 거기에 주목하지만 모마인 센텀도 눈여겨봐야 하는 말이다. 센텀은 국1군까지 진출했던 최상위군에서도 2~3위를 하는 등 어느 정도 활약했던 우수한 암말이다. 초반 200미터를 13초대 중반에 끊을 정도로 스피드도 뛰어났었는데 클린업휘슬이 첫 자마다. 클린업휘슬이 데뷔전이나 그 다음 경주에서 뛰어난 순발력과 대시 능력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 이번 경주에선 초반 빠른 발로 선입권에 나섰다가 중반에 조금씩 처져 힘 안배를 한 후 막판에 추월하는 작전을 폈는데, 뒷심을 발휘하면서 비교적 여유 있게 뒤집었다. 500㎏을 넘나드는 체격에다 부계와 모계의 장점을 잘 이어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번에 보여준 능력이 우연이 아니라면 5군에선 물론 그 상위군까지도 예상보다 빨리 진출할 수 있는 마필이라는 판단이다.
# 월드챔피언(부3세·수·5전3/2/0·태희종합건설·김영관:47 부:디디미,모:어센드더스론)=데뷔초부터 1000미터와 1400미터를 넘나들며 100%의 입상률을 보이고 있다. 1000미터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지 않고 적성에 맞는 경주를 통해 성적을 올리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 성장 속도는 만족스럽지 않다. 다섯 차례의 경주를 통해 보여준 스피드와 주파기록 등을 분석해보면 걸음이 탄탄해진 느낌을 받긴 하지만 스피드가 보강된 느낌은 없다.
그럼에도 이 말에 주목하는 것은 모마인 어센드더스론의 자마들이 모두 잘 뛰어줬기 때문이다. 어센드더스론은 국내에서 모두 7두를 낳았는데, 한라여신이라는 말만 5군에서 머물렀을 뿐 나머지 마필들은 모두 1군이나 1군에 준하는 능력을 보였다. 돌풍강호나 샌드퀵은 1군까지 진출해 활동했었고, 장풍파랑은 현재 부경 2군에서 활약하고 있다. 3군 진출에 그쳤던 파라오는 데뷔초 파죽의 3연승을 달렸던 말이다. 불의의 부상으로 관절경 수술까지 받았지만 이후 한 번 반짝하고 마생을 달리했다.
월드챔피언은 모계 형제마 중 돌풍강호와 전형제마(부마 디디미)다. 돌풍강호가 주로 단거리에서 활약하고 중장거리에선 힘을 쓰지 못했는데, 이 말은 어떨까. 모계의 유전자를 잘 물려받았다면 돌풍강호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지만 이는 상위군으로 진출했을 때의 일이라 현재로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