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의혹은 사실 지난주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내부사정에 밝은 정치 관계자는 “더민주 핵심 인사로부터 ‘물밑협상이 성사 직전으로 막판 조율만 남겨뒀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협상의 골자는 컷오프에 포함된 의원들이 비록 자신들은 퇴장하더라도 자신의 지역구 공천만큼은 뜻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요구 중 일부는 지난 7일 발표된 전략공천 명단에 반영됐다는 관측이 있다. 더민주가 발표한 전략공천 명단을 보면 유인태 의원 지역구인 서울 도봉을에 오기형 변호사가 배치됐다. 오 변호사는 사실 도봉을이 아닌 광주 동남을에 공천신청을 하고 이미 면접까지 본 상태였다.
그런데 돌연 공천신청을 취소했다는 것이 알려져 광주의 또 다른 다른 지역구에 내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호남 출신임을 강조했고 광주지역에서 면접까지 봤기 때문이다. 결국 연고도 없고, 준비도 하지 않은 도봉을로 갑작스레 공천을 받은 것은 어떤 힘이 작용하지 않고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일은 도봉을 지역 한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라고 전해진다. 컷오프로 사실상 무주공산이 된 지역구에서 용퇴한 지역구 의원들이 자신들의 후계자를 내세우기 위해 당과 협상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요신문>은 유인태 의원과 더민주에 의혹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은 없었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공천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만 밝혔다.
더민주의 한 당직자는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유 의원이 영입부터 주도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억측일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전략지역이 됐으니, 영입 후보들 간에 역할 분담이나 용퇴한 지역구 의원과의 교감은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장 전경.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최근 낡은 정치 청산을 명분으로 단행된 컷오프는 더민주의 혁신으로 꼽히며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당의 기득권층인 다선의원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이 같은 밀실협상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민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더민주 도봉을 지역 당원은 “경선을 코앞에 두고 전략공천하겠다고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더민주에 계속 표를 준 도봉을을 누군가의 소유처럼 생각하는 행태가 우습다”며 “이미 등록한 예비후보들도 당의 소중한 인적자원 아닌가. 총선 승리 가능성을 떠나서 이건 정말 당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에서도 벗어나는 결정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용퇴나 결단이라는 것에 진정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물밑에서 특정인 공천을 요구했다고 당당하게 밝히라”라며 “유 의원이 특정인 지지선언을 하고 다른 주자와 경선을 시키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장예찬 시사평론가도 “아름다운 퇴장으로 박수를 받은 중진들이 지역구 후계자를 낙점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은 주민들에게도, 더민주의 다른 후보들에게도 폐를 끼치는 일이다”며 “사실이라면 다시 한 번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 드러난 셈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