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428i 컨버터블은 하드톱을 적용해 지붕을 올렸을 때 컨버터블임을 눈치채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컨버터블 자동차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만큼 지붕을 열고 다닐 만한 날이 1년 중 채 절반이 되지 않는다. 또한 한국에선 눈에 띄는 일을 꺼리는 문화가 지배적이다 보니 선뜻 비싸고 비실용적인 컨버터블 차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대개 컨버터블은 ‘뚜껑이 안 열리는’ 일반 승용차보다 비싸다.
국내 메이커들은 컨버터블을 만들지 않는다. 국내 수요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며 이 경우 수출도 어렵다. 또한 지붕이 접히는 공간 때문에 뒷좌석과 트렁크가 좁아 실용적이지도 않다. 거의 세컨드 카로 구매되는 이유다. 따라서 컨버터블을 구매하려면 해외 메이커를 찾아봐야 한다.
현재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컨버터블은 피아트 500C다. 흔히 생각하는 컨버터블은 버튼을 누르면 루프가 자동으로 접혀 트렁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500C는 루프라인을 따라 전동식 슬라이딩으로 지붕이 제쳐진다. 어떻게 보면 썬루프가 극대화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개방감은 꽤 크기 때문에 컨버터블 차량에 못지않다. 500C의 가격은 2790만 원으로 일반 500(2490만 원, 플러스 사양)보다 300만 원 비싸다.
‘변신하는’ 컨버터블 중 가장 저렴했던 것은 현재 단종된 푸조 207CC로 판매가는 2990만 원이었다. 1600㏄급으로 성능보다는 ‘오픈카’의 기분을 느끼는 목적이 강했다. 다음 단계로는 역시 단종된 2세대 미니 쿠퍼 컨버터블로, 가격은 3860만 원이었다. 동일한 파워트레인의 미니 쿠퍼는 3530만 원으로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다. 터보차저가 장착된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은 4400만 원, 일반형은 3950만 원으로 450만 원의 차이가 났다. 미니 2세대 모델을 기반으로 한 미니 컨버터블은 국내에서는 단종 상태로 신형 3세대 모델의 컨버터블 버전이 해외에서 판매 중이다.
미니의 덩치가 너무 작아서 불만이라면 골프 카브리올레는 그 다음 선택지였다. ‘카브리올레(Cabriolet)’는 컨버터블을 뜻하는 프랑스어. 2014년 신형이 나오기 전의 폭스바겐 골프(6세대) 카브리올레의 가격은 4390만 원이었는데, 이는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가진 골프 2.0 TDI(3310만 원)보다 1080만 원이나 더 비쌌다. 폭스바겐은 7세대 골프에는 컨버터블 모델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
상위급에서는 렉서스 IS 250 컨버터블을 들 수 있는데, 6490만 원이다. 같은 모델의 세단형은 단종된 상태로 2014년 신형이 나와 있다. 비슷한 경우로 인피니티 Q60 컨버터블을 들 수 있는데, Q60 쿠페는 6140만 원, 컨버터블 버전은 7005만 원이다. Q60은 과거 G37이 인피니티식 개명을 한 것으로, 세단은 국내 단종됐고, 쿠페와 컨버터블 버전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차종들이 구형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반면, 비교적 신모델에서 찾는다면 BMW 428i 컨버터블이 최신형이다. 428i 쿠페는 6450만 원인데, 컨버터블 버전은 그보다 950만 원 비싼 7400만 원이다. 428i 컨버터블의 지붕은 천으로 된 소프트톱이 아니라 금속으로 된 하드톱이다. 지붕을 올리면 일반인들은 컨버터블인지 눈치 채기 어렵다.
현재 가장 저렴하게 선택할 수 있는 컨버터블 피아트 500C(왼쪽)와 미니 컨버터블.
컨버터블이라고 하면 로봇이 변신하듯 지붕이 접히고 닫히는 것을 떠올리지만 쉐보레 콜벳처럼 사람이 직접 지붕을 떼다 붙이는 형태도 있다. 현재 국내 단종된 2012년형 콜벳은 출시가가 8562만 원으로, 일반형의 경우에도 지붕만 수동으로 떼어 트렁크에 보관할 수 있었다. 개방감을 맛보기 위한 용도라면 굳이 비싼 개폐장치를 장착할 필요가 없어 합리적이지만, ‘뚜껑 열고’ 멋있게 목적지에 도착해 낑낑거리며 지붕을 장착하는 것도 모양새가 좀 그렇다.
컨버터블이 동일한 베이스 모델(세단 또는 쿠페)보다 1000만 원가량 비싼 이유는 물론 지붕을 개폐하기 위한 장치를 달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차체 강성을 지지하는 B필러, C필러, 루프가 없기 때문에 섀시 내부에 별도의 보강을 해야 하는 까닭에서다. 지금처럼 차체(Chassis)의 90% 이상을 로봇이 조립하는 자동화된 공정에서 판매량이 많지 않은 컨버터블 공정을 별도로 만든다는 것은 비용과 시간의 증가를 의미한다.
비록 바닥 부분과 엔진룸 섀시 부품은 공유하겠지만 측면 보디 부품은 별도로 제작해야 한다. 도어에도 별도의 보강작업을 거쳐야 한다. 지붕만 잘라내면 오픈카가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당연히 국내 자동차 법규는 일반 차량의 B필러, C필러, 루프를 떼어내고 오픈카로 개조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보디 강성은 둘째 치고 전복사고 시 버텨줄 세이프티 팝업 바(전복 시 돌출돼 머리 공간을 지탱해 주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아주 위험하다.
보통사람이 생각하는 오픈카가 실제와 다른 점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컨버터블은 낭만성 때문에 영화나 광고의 로맨틱한 장면에 자주 등장하지만, 그건 조명과 선풍기 등의 장치를 통해 연출된 것이다. 실제로 지붕을 열고 차를 몰면 와류가 실내를 휘감기 때문에 남자들이 좋아하는 긴 생머리의 여성이 탔다면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전설의 고향’을 연출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픈카를 모는 여성들이 머리를 묶고 있거나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또한 도심에서 오픈카를 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황사, 매연, 소음, 먼지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름이라면 땡볕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컨버터블은 이런 계절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붕을 연 상태에서는 일반 차량의 에어컨, 온풍기보다 훨씬 센 바람을 내뿜어 일종의 에어커튼을 만들기도 한다. 약간 쌀쌀한 날씨에 온풍기 바람을 쬐며 달리는 기분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우종국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