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셀위 | ||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프로전향을 공식 선언한 ‘천재 소녀’ 미셸 위(16·한국명 위성미)가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팜데저트 빅혼골프장에서 개막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삼성월드챔피언십에 출전,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비록 데뷔전에서 논란이 된 ‘오소 판정’으로 석연찮은 실격을 당하기는 했지만 이번 삼성월드챔피언십은 마치 그녀를 위해 마련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제 막 프로에 입성한 선수라고 보기엔 어려울 만큼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밀리언달러 베이비’ 미셸 위.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미셸 위의 열풍을 분석해 보았다.
‘The golf sports of the Michelle, by the Michelle, for the Michelle!(미셸의, 미셸에 의한, 미셸을 위한 골프).’
전 세계가 미셸 위의 프로전향으로 들썩거리고 있다. 미셸 위는 나이키, 소니와 연간 1천만달러의 스폰서 계약을 맺은 것을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세계 골프 정복에 나섰다.
현재 체결된 두 건의 스폰서 계약만으로도 이미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ㆍ6백만달러)을 제쳤으며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ㆍ1천7백만달러)와 ‘흑진주’ 세레나 윌리엄스(미국ㆍ1천1백만달러)에 이어 전세계 여자 스포츠 스타들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수입을 올리는 갑부가 됐다. 더욱이 앞으로 더 많은 후원제의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여 스포츠계 최고 거부인 타이거 우즈를 능가하는 것도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골프계도 미셸 위의 등장으로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우선 그녀의 데뷔전에서 논란이 되었던 ‘오소 플레이 규정’은 LPGA 사무국을 통해 규정 변경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으며, 만 18세 이상 선수에게만 입회 자격을 주고 있는 첫 번째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 출전 자격도 흥행 보증수표인 미셸 위를 출전시키기 위해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경제지인 <포춘>은 이례적으로 미셸 위를 표지모델로 삼고, 미셸 위의 경제적 가치가 수억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기사를 전세계에 내보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를 비롯하여 각종 경제연구소는 지구촌을 들썩이고 있는 미셸 위의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말 그대로 ‘미셸 위 효과’는 쓰나미(?) 급이다. 지구촌을 들썩이고 있는 ‘미셸 위 신드롬’. 전 세계는 왜 이토록 미셸 위에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그녀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이미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셸 위 발 쓰나미의 근원지는 미국. 미국인들의 성향을 들여다보면 미국인들이 왜 그녀를 향해 엄청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나의 꿈은 마스터스에 출전해 그린재킷을 입는 것이다.” 도전정신과 모험정신, 역경을 이기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존경하는 그들에게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고를 향해 한걸음씩 내딛고 있는 그녀가 ‘본받을 만한 대상(roll model)’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는 존재다.
미셸 위는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재능, 외모, 정신자세의 삼박자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 어린 나이에도 미국 남자 프로골퍼들에게 당돌(?)하게 도전장을 내미는 미셸 위의 모습은 결과를 떠나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 미셸 위는 미스코리아 출신 어머니(왼쪽)로부터 매력 넘치는 외모를 물려받았다. | ||
김광호 원장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임원들을 위해 운영하는 유료사이트 세리CEO에 올린 글을 통해 미셸 위는 마스터스 도전을 통해 성별의 장벽을 깨트렸으며 18세로 형성된 일반적인 프로데뷔 시기를 16세로 앞당기며 나이의 장벽 또한 무너뜨렸다고 설명했다.
미셸 위는 한 마디로 ‘Innovator(트렌드를 창조하는 사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스코리아 출신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늘씬한 몸매로 타 골프 선수와 비교해 눈에 띄는 외모를 타고났기 때문에 그녀의 상품가치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젊고, 이쁘며, 동양적인 매력까지 흠뻑 가지고 있는 그녀에게 ‘look & feel’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전세계 마케팅 시장에서 최고의 모델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특히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한국계 미국인이란 점은 그녀의 가치를 배가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동안 LPGA에서 한국 골퍼들이 사랑받지 못했던 것은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다른 나라 사람이란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LPGA 코리안 열풍을 일으켰던 박세리(28·CJ) 또한 “실력 못지않게 미국 문화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 그중 언어가 가장 큰 장벽”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는 미셸 위를 자랑스러운 미국인 골퍼로 생각하는 것이다.
더욱이 동양계라는 사실은 미국 외에도 전세계 팬들한테 친근감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무기다. 전문가들이 “미셸 위가 한국계라는 사실은 핸디캡이 아니라 축복”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다 이 때문이다. 아시아 여자골프 시장의 무한한 잠재력을 알고 있는 나이키나 삼성에게 빼앗긴 자존심을 찾으려는 소니가 이를 놓쳤을 리 없다는 것.
여기에 그녀가 골프 선수로서 가진 무한한 잠재력은 그녀가 가진 최고의 매력이다. 183㎝의 큰 키와 균형 잡힌 몸매, 긴 팔다리. 그녀는 골프 선수로서는 최적의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하드웨어를 최대한 활용한 부드럽고 힘찬 스윙은 골프 테크닉 관점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다. 파워와 테크닉, 그리고 젊은 나이. 골프선수로서 가져야 할 모든 요소들을 갖춘 미셸 위. 그녀가 마스터스 대회 우승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가지게 만드는 이유다. 그만큼 잠재력이 큰 선수라는 반증인 셈.
▲ 전세계가 ‘천재소녀’ 미셸 위의 프로 전향으로 들썩거리고 있다. 프로 데뷔전인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어이없이 실격처리되자 동정여론이 일기도 했다. 로이터/뉴시스 | ||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SBS TV의 김재열 해설위원은 데뷔전 실격판정에 대해 “이번 실격 판정은 프로로 전향한 미셸 위에 대한 견제의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성공적인 프로골퍼가 되기 위해선 아마추어에서 보였던 단점을 시급히 보안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물론 이번 데뷔전 실격 판정이 오히려 큰 이슈가 되어 미셸 위의 스타성을 더욱 부각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가올 수많은 견제를 극복하는 것은 그녀 앞에 놓인 큰 과제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또한 성적에 대한 압박감도 그녀에게 큰 장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추어 신분에서는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말하는 프로 세계의 특성상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
특히 끝없이 도전하는 이미지를 지닌 그녀에게 ‘성대결’ 같은 도전이 계속된 실패로 이어질 경우 사춘기 소녀가 받을 상처는 굉장히 클 수 있다. 물론 그녀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냉혹한 프로세계에선 동정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일까. 그녀의 최고 조력자인 아버지 위병욱씨(45·하와이대 교수)가 딸을 위해 ‘미셸 팀’을 구성했다. 이젠 미셸 위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일만 남았다.
최혁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