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추진하는 ‘2016 세계친환경디자인박람회’는 5월 5일부터 25일간 전남농업기술원과 빛가람혁신도시 등 나주시 일대에서 열린다. 박람회에는 97억 원(국비 27억 원, 도비 7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하지만 박람회 개막을 두 달여 앞두고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남도에 따르면 세계친환경디자인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6일부터 20억 원을 목표로 박람회 입장권 판매를 시작했으나 2월 말 기준 5000여만 원 어치를 파는 데 그쳤다. 세계친환경디자인박람회 입장권 판매실적 등은 지난해 국제농업박람회와 비교된다. 국제농업박람회 조직위원회는 박람회를 한 달여 앞두고 농협에 3억 2000만 원어치 입장권을 판매했다.
전남도청 전경.
그나마 전남도청 근무 곡성향우회가 입장권 250매를 구입하는 등 판매된 입장권은 대부분 전남도청과 조직위 내부에서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입장권 판매가 부진하면서 기업과 기관, 단체 등에게 ‘반강제적’으로 할당해 판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조직위는 최근 전남 지역 22개 시·군과 시·도 교육청, 광주시청, 지역 기업체 등에 입장권 구매를 요청하고 있지만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남지역 주력산업인 철강과 화학, 조선업체들이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입장권 구입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또한 메인 스폰서도 구하지 못해 국제행사를 치르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회의적이다. 광주비엔날레가 매회 광주신세계에서 1억 원을 후원받는 등 굵직한 이벤트 대부분은 메인 스폰서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97억 원이 들어가는 이번 박람회는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람회의 사전 흥행몰이가 변변찮은 것은 전반적인 경기불황과 함께 ‘세계친환경디자인박람회’의 콘셉트 모호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친환경+디자인’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조합이 박람회로서 창조적인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으나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고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국제농업박람회가 D-100 행사 등 다양한 콘텐츠로 박람회를 알렸지만, 세계친환경디자인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아직 외부에 두드러진 붐업 행사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남도 한 공무원은 “세계친환경디자인박람회 이름에 맞게 여론의 반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도민들 입장에선 친환경디자인박람회가 생소하고 생업과 크게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번 행사 이후 지속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많은 도민들은 관련 분야에 전문성과 경험이 미흡한 상태에서 개념이 모호한 행사를 행정력을 동원해 국제행사라는 타이틀로 개최를 주도하는 데 의아해 하며 이 행사가 흥행은 물론 전남을 세계에 알리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기업체를 방문해 박람회 콘셉트를 설명하지만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개막 전까지 홍보활동을 강화해 입장권 판매 실적을 높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