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삼성에스원은 지배구조상 삼성그룹 보유지분이 매각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에스원의 주주구성을 보면 일본 세콤이 25.65%를 가진 최대주주다. 삼성 측 주주는 삼성SDI(11.03%)와 삼성생명(5.34%)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계열사 지분을 통합하고 있다. 삼성이 금융계열사들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셈”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삼성생명이 가진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에스원이 이에 해당한다. 최대주주인 일본 세콤을 매각 후보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삼성SDI의 지분 역시 길게 보면 파는 게 낫다.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에스원’의 구조는 향후 지주사로 바뀌면 유지가 쉽지 않다. ‘삼성지주(가칭)-삼성전자-삼성SDI-에스원’이 되면 에스원이 증손회사가 된다.
현행 법규에서 지주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 합작 상대방이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50% 지분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합작 조건을 바꾸든지, 상장을 폐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스원이 삼성그룹의 보안담당 회사지만 매출과 이익 면에서 핵심 계열사라고 보기도 어렵다.
# 에스원 다음은 호텔신라?
삼성생명의 비금융 계열사 지분정리가 본격화된다면 다음 대상은 호텔신라가 유력하다. 삼성생명이 최대주주 또는 주요주주인 비금융계열사는 삼성전자, 호텔신라, 에스원, 삼성중공업 등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5%는 워낙 규모가 크고, 그룹 지배구조와도 직결되는 만큼 쉽게 건드릴 수 없다. 에스원을 정리한다면 그 다음은 호텔신라 또는 삼성중공업이 지목되는 이유다.
호텔신라는 삼성생명이 최대주주(7.9%), 삼성전자가 2대주주(5.1%)다. 따라서 일단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에 지분을 매각하는 형식이 예상된다. 물론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로부터 호텔신라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어떤 형태든 현재 호텔신라는 이부진 사장이 경영을 책임진 곳이다. 시장에서도 결국 호텔신라는 이 사장의 몫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이 사장이 미래 어느 시점에 계열분리를 시도한다면 삼성물산 지분을 활용해 호텔신라 경영권을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매각이 진행중인 제일기획(왼쪽)과 매각설이 돌고 있는 삼성에스원.
# 결국은 3남매 지배구조 강화
지난해 초 방위산업과 화학부문을 한화에 넘기면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매각, 10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쥐었다. 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을 갖게 됐다.
또 최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로부터 삼성카드 지분을 매입했다. 상장 후 가장 낮은 주가 수준인 주당 3만 5500원이 거래 가격이다. 삼성생명은 이건희 회장이 1대주주,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하는 삼성물산이 근소한 차이로 2대주주다. 삼성카드는 수년 전부터 매각설이 돌던 곳이다. 삼성카드가 가진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지분을 KCC에 매각하면서 지배구조상의 역할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만약 삼성생명이 향후 삼성카드 지분을 매각한다면 주가에 상당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팔 확률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삼성전자로부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입한 삼성카드 지분으로 상당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 당연히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도 간접적 수혜가 예상된다”고 풀이했다.
최근 삼성이 지분매각 방침을 밝힌 제일기획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1, 2대 주주인데, 경영권까지 매각하게 되면 삼성물산은 상당한 프리미엄을 생길 수도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사재 300억 원을 투입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300만 주를 매입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연말 기준 전액 자본잠식에 빠졌지만 최근 유상증자에 성공해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커졌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이익을 볼 가능성과 이 부회장이 평가이익을 거둘 확률이 높아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주식과 함께 삼성물산 주식도 2000억 원어치를 매입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삼성SDI의 지분율이 높아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순환출자 강화 판정을 받은 까닭이다.
# 오너 있는 곳에 기회 있다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해 합병 이후 13만~15만 원대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향후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삼성물산이나 자회사인 삼성생명이 수익기회를 누린다면 주가에 긍정적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삼성이 공을 들이고 있는 바이오산업의 수혜도 삼성물산이 가장 크다.
익명의 펀드매니저는 “결국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사업합리화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이익과도 직결될 공산이 크다. 이른바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회사의 주가가 오른다는 오너불패 투자전략은 여전히 확률이 높은 방법이라 보인다”고 조언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