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 사유지(569.9㎡) 무상 개방키로
- 공유정원 조성 마을가드너 모임이 주도
- 토지매입비 24억 원 예산 절감
[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1968년 미국 생태학자 개릿 하딘(Garret Hardin)은 사이언스지에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공유지의 자유로운 이용이 모두에게 파멸을 안겨주므로 공유지 관리에 정부의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오늘, 용산구(구청장 성장현)가 ‘공유지의 희극’을 이야기하며 공유정원 프로젝트를 개시한다. 사유지를 공유정원으로 되살리고 시민 주도형 녹색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서울은 회색 콘크리트 도시다. 시내 녹지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걸음마 수준. 지나치게 상승한 땅값은 녹지 확보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여건상 토지 매입을 통해 공원을 늘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구는 색다른 아이디어를 냈다. 놀고 있는 사유지를 찾아내서 ‘공유지화’ 하기로 한 것이다.
구는 참여기관을 물색한 끝에 한남제일교회와 이달 중 협약을 체결한다. 교회는 교육관 일대 사유지(569.9㎡)를 주민들을 위해 무상 개방한다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 한남동 골목길 가꾸기 (2015년)
구는 이곳을 화사한 봄꽃으로 새단장하고 지역주민과 외부인이 함께 소통하는 공유정원으로 조성한다. 정원 조성에 ‘한남동 꿈꾸는 조경사’ 30여명이 참여해 주민 주도형 자율적인 사업으로 진행한다.
이들은 지난해 한남동 골목길 가꾸기 사업에 참여하며 함께 마을정원을 꾸미고 원예교육을 수강했다. 구는 이달 중 한남동 꿈꾸는 조경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녹화 재료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모임에 참여하는 강선주(50)씨는 “처음에는 도시 녹화에 관심이 없었다. 우연히 마을 사람들과 함께 꽃과 나무를 심고 교육을 들으면서 가드닝에 대한 열의가 생겨났다. 앞으로도 지역 녹화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는 한남동 꿈꾸는 조경사를 비롯한 마을가드너 모임이 녹화활동 노하우를 널리 전파하고 도시녹화 공동체문화를 확산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마을가드너 양성과정을 연2회(5월, 9월) 운영한다.
이번 공유정원 사업으로 구는 약 24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이는 토지매입을 통한 공원 조성에 필요한 보상액이다. 정원 조성 사업비는 시 보조금을 활용코자 한다.
구는 지난 2013년부터 주민들이 참여하는 골목길 가꾸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4년 서빙고동 주민들이 골목길 녹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꽃피는 서울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 후암동 마을숲 조성사업 (2015년)
2015년 후암동 마을숲 만들기에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을 이끌어냈다. 구는 유한킴벌리, (사)생명숲국민운동과 협약을 체결하고 마을가드너 41명을 육성해 골목과 계단 곳곳에 마을화단을 꾸몄다. 이로써 주민 간 유대가 강화되고 ‘꽃피는 서울상’ 인증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사업비 2억 원은 전액 유한킴벌리에서 지원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공유정원 프로젝트는 예산 절감과 함께 시민의 자율적인 관리를 유도하고 부족한 녹지도 확보하는 1석 3조의 정책”이라며 “주민 주도형 도시녹화와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 문화를 선도함으로써 골목골목 꽃향기 가득한 용산을 만들어 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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