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라고 알려지긴 했지만 영화 몇 편에 출연한 게 전부인 단역배우로 확인되면서 연예계는 한숨을 돌렸다. 2013년 연예인 성매매 수사의 중심이던 브로커 강 아무개 씨가 또 다시 같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는 얘기가 연예계에선 큰 화젯거리가 됐지만 성매매 여성은 단역배우와 지망생 등이 전부라 엄밀히 말해 ‘연예인 성매매 사건’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상황은 급변했다. 며칠 뒤 경찰이 밝힌 불구속 입건 피의자 명단에 유명 가수 A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A는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유명 연예인이다. 이로써 이번 사건은 정식으로 ‘연예인 성매매 사건’이 됐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연예관계자들은 ‘여기까지는 별 무리 없는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영화 <노리개> 스틸컷.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뭐라고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돼버린 건 분명하다. 그렇지만 정말 소수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이다. 요즘 연예계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화제성도 높다. 그러다 보니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가 금세 사라지는 반짝 스타들이 많다. A를 반짝 스타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최근 주춤한 스타임에는 분명하다. 유명 연예인이지만 활동이 줄어들어 사실상 연예계의 범주를 벗어난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인 만큼 냉정한 의미에선 연예인 성매매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예인이 연루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연예계 범주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진 않았다. 만약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연예인이 연루돼 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관건은 브로커 강 씨와 연루돼 성매매에 나선 연예인이 더 있느냐다. 이번에는 강 씨가 같은 회사 직원 등 알선책까지 운영하며 조직적으로 성매매 브로커 활동을 했으며 먼저 돈을 빌려준 뒤 빚을 갚으라며 성매매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행보로 인해 연루 연예인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 역시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한 대형 연예기획사 이사의 말이다.
“한 명은 감당할 수 있다. 2013년 당시에도 사실상 성현아 한 명이라 연예계 전반의 일이 아닌 개인의 일로 받아들여진 측면이 많다. 게다가 결국 성현아는 무죄를 받아 성매매 오명을 벗었다. 이번에도 A 개인의 일로 볼 수 있으며 그 역시 무죄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문제는 유명 연예인이 추가되는 것이다. 한 명이면 몰라도 두 명 이상이면 개인의 일이 아닌 연예계 전반의 일로 볼 수도 있다. 그 부분이 가장 우려된다.”
더욱이 연예계가 긴장하고 있는 부분은 시기적인 민감성이다. 총선이라는 정치적인 대형 이슈와 맞물린 시점인데 유독 이번 총선은 경선 과정부터 매우 시끄럽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인 성매매 수사가 여론몰이를 위해 활용될 수도 있다는 부분을 연예계에선 경계하고 있다. 현재는 현직을 떠나 있지만 여전히 연예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한 연예기획사 전 대표의 말이다.
“이번 사건은 해외 원정 성매매가 키워드였고 수사도 국제수사를 전담하는 경찰이 주도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해외 원정 성매매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여기서 파생된 국내 성매매까지 수사 대상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경찰이 국내로 방향을 돌려 또 다른 팀에 연예인 성매매 관련 수사를 할 수도 있다. 또한 워낙 연예계 성매매가 화제가 되고 있어 2013년 당시처럼 검찰이 경찰과 무관하게 관련 수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강 씨라는 한 명의 브로커가 문제가 됐고 그가 검찰에 이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브로커 강 씨 한 명이 연예계 물을 흐리고 다닌 모양새다. 그런데 또 다른 성매매 브로커가 수사 대상이 돼 혐의가 입증되면 상황은 매우 복잡해진다.”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연예인 성매매와 관련된 다양한 루머가 이어져왔다. 몇몇 성매매 브로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거듭 문제가 된 브로커 강 씨는 그런 루머에서 언급되어 온 인물은 아니다. 연예관계자들은 강 씨가 연예계 주류에서 언급될 만큼 유명한 브로커는 아니었다고 본다. 그런 터라 두 번이나 수사 기관에 체포될 만큼 일을 치밀하게 진행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두 번의 사건에 연루된 여성의 상당수가 무명이나 신인 연예인인 까닭 역시 같은 이유라고 본다. 앞서의 연예기획사 전 대표는 이런 말을 보탰다.
“유명 연예인이 성매매에 연루됐다면 매우 치밀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브로커가 수사망에 걸려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만약 그런 연예계 주류에서 움직이는 브로커가 잡힌다면 연예계에 엄청난 재앙이 닥쳐올 수도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