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사퇴 의사를 밝힌 박용오 KBO 총재(왼쪽)와 그의 ‘오른팔’ 격인 측근 이상국 총장. | ||
<일요신문>에선 취재 과정에서 박용오 총재의 사퇴 배경이 알려진 것과는 상당 부분 다른 사실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 내용을 정리해 본다.
지난 11월25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힌 박용오 총재의 사퇴 배경을 놓고 한동안 의견이 분분했다. ‘외압’이 있었다는 것과 자진 사퇴라는 주장이 맞섰던 것. 속사정을 살펴보면 이 두 의견의 ‘종합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총재가 사퇴를 결심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KBO의 이상국 총장이다. 이 총장은 박 총재가 사퇴를 발표하기 하루 전에 총재실을 찾아가 “이제 그만 물러나셔야할 때인 것 같다. 더 이상 이 자리에 계시면 모양새만 우스워진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고 한다. 당시 박 총재는 자신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이 총장의 고언에 “그래? 자네가 물러나라고 하면 물러나지 뭐”라고 말했다는 것.
이 총장은 박 총재 방을 나와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폭음을 했고 그후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는 후문이다.
이 총장이 박 총재에게 ‘감히’ 총재직을 그만둘 것을 호소했던 이유는 한 가지다. 이 총장이 자세한 언급은 꺼리지만 총재직을 두고 사방에서 조여 오는 ‘보이지 않는 압력’에 대응하다 너무 괴로운 나머지 박 총재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 야구인 A씨는 “이 총장 입장에선 박 총재가 더 이상 총재직에 머물러 있다간 이상한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라고 걱정했던 것 같다”면서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순순히 받아들이는 박 총재의 배려에 이 총장은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총장이 느꼈던 ‘보이지 않는 압력’이란 어떤 것일까. 또 다른 야구인 B씨는 그것이 바로 ‘신상우 추대설’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권 이후 야구계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고 있다는 루머가 떠돌았다. 즉 청와대의 실세들이 부산상고 출신의 야구인들과 연계해 야구계 요직에 손을 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 김응용 사장(왼쪽),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 ||
김용철 경찰청 감독은 내정되기 전부터 가장 유력한 경찰청 감독 후보에 꼽혔었다. 김성한, 천보성 전 감독 등 인지도가 높은 감독들이 후보에 있었지만 김용철 감독이 선임되자 부산이라는 출신 성분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당시 경찰청 창단 작업의 주요 핵심 인사는 감독 문제를 결정한 뒤 한 야구계 인사에게 “우리의 목(목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위로부터 내려오는 압력에 대해 고충을 토로했다고 한다.
한편 김응용 사장이 본인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신상우 추대설의 주인공으로 몰리는 이유는 그의 말이 시류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는 데에 기인한다.
김 사장은 지난 5월 수원구장에서 당시 화두가 된 프로야구의 샐러리캡 도입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한 기자가 샐러리캡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야구판을 죽여도 유분수지, 만약 샐러리캡을 도입하면 선수들이 가만 있겠냐”면서 “샐러리캡을 하면 선수들 다 죽는다. 우린 샐러리캡이 필요 없는 구단”이라고 샐러리캡 도입에 유일하게 반대 의사를 피력한 구단 사장이었다는 것. 그랬던 김 사장이 지난 11월21일 가평베네스트골프장에서 벌어진 야구인골프대회에선 구단 적자를 들먹이며 프로야구 위기론을 주장했으니 야구 관계자들 입장에선 지난 5월과 상반된 입장을 표명한 김 사장의 의중이 궁금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 12월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상우씨를 총재로 영입하자고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신’자도 꺼낸 적이 없다”고 말을 하면서도 부산상고 4년 선배인 신상우씨에 대해선 “학교 이야기만 하면 여기저기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니 말을 하기도 어렵다.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능력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야구인 C씨는 8개 구단주 회의를 통해 총재가 결정되는 부분에 대해서 “현 구단주 중에선 총재를 할 만한 적임자가 없다. 가장 유력해 보이는 사람이 LG의 구본무 구단주인데 그분이 KBO 총재를 할 의향이나 있겠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KBO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야구 인사들은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의 KBO 총재 추대와 관련해서 “추대되기도 전에 이렇게 구설수가 많다면 거의 성사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