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중순 동부제철은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 성과급은 월급의 약 200%. 정상적인 회사로 봐도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성과급을 지급한 동부제철은 직원들에게 특별히 입단속에 신경을 썼다. 동부제철이 현재 겪고 있는 상황이 성과급이란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동부제철은 세계적인 철강경기 불황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돌입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말 동부제철은 97.8% 자본 잠식 상태라고 공시했다. 3월 말까지 자본잠식 규모를 줄이지 못하면 2년 연속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로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된다. 이에 채권단은 동부제철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출자전환을 하기로 했다. 일단 급한 불인 상장폐지를 막고 매수자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동부제철에는 반가운 출자전환 소식에 비판 여론이 많았다. 동부제철의 주 채권단이 산업은행이기 때문이다. 결국 또 다시 공적자금이 투입된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고 해 파문이 예상된다.
이 같은 성과급 잔치는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또 다른 회사인 대우조선에서도 벌어져 큰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2분기 3조 원 규모의 손실을 한 번에 반영해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대우조선 노사는 임금 단체협상을 통해 직원 1인당 기준 임금의 250%에 각종 격려금 230만 원, 회사주식 150주를 받기로 합의했다. 직원 1인당 약 900만 원 정도다. 수조 원의 적자로 회사에 공적자금이 투입됐음에도 ‘돈 잔치’를 벌인 격이다. 당시 이 소식이 알려지자 산업은행의 지원이 보류될 만큼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동부제철 공장 전경.
동부제철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지속적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성과급 잔치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많다. 한 동부제철 개인투자자는 “동부제철에 많은 돈을 투자해, 상장 폐지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 속된 말로 ‘한강 갈 생각’까지 했는데 성과급 잔치를 했다니 이해할 수 없다. 모럴해저드의 전형이다”라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상장폐지를 국민 혈세로 막고 있다고 비판이 많다. 또한 나 같은 개미투자자를 생각해서라도 박탈감 느끼는 행동은 삼가달라”고 토로했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성과급을 일정 지급한 것은 맞다. 하지만 대규모 적자가 발생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채권단과 협의해 목표를 설정했고 작지만 흑자전환하면서 이 목표가 충족돼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다.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다”면서 “회사 전체를 생각했을 때 직원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주주들의 우려를 생각해 입단속시킨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회사가 정상화되고 주주들에게 배당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언제인지 예측하기 힘들다. 중요한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풀려 재무구조 정상화가 먼저 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