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달 개성공단 폐쇄 조치와 함께 남측 인원들을 강제 추방했다. 사진은 개성공단 남측 직원들이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을 차에 가득 싣고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국관리소로 입경하고 있는 모습이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핵심은 여론의 악화다. 북한 당국이 연간 개성공단을 통해 가져가는 수입은 5000만 달러 수준이다. 연간 70억~80억 달러의 무역거래액을 기록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이 돈은 큰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곳에 북한 근로자 5만 4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 근로자들은 수당을 포함해 월 150달러 남짓한 월급을 챙겨왔다. 월급은 외화나 자국 화폐가 아닌 쌀, 설탕 등 우대상품을 포함한 물품을 교환할 수 있는 교환권 형태로 지급된다. 크게 풍족하진 않지만 4인 가족이 한 달 동안 식량을 살 만할 정도의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금액이다. 게다가 개성공단의 근무 환경은 북한 내 일반 기업소와는 비교조차 안 되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현재로선 당연히 5만 4000여 명의 근로자는 물론 이를 밥줄로 삼는 일가족 모두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이들의 사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해가 쉽다. 초창기 1만여명의 근로자들의 경우 북한 당국에 의해 출신 성분 등을 따져가며 엄격하게 선별된 인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측의 요구에 따라 북한 근로자의 수는 5만여 명을 훌쩍 넘어섰다. 현재 북한 근로자가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선 응당 뇌물이 필요하다. 초창기 300달러 수준의 뇌물 액이 현재는 500~1000달러까지 급상승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북한 주민들 대다수는 총 자산액이 500달러 이하다. 사실상 이곳에 취업하기 위해선 자신의 전 재산을 모두 투자하게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북한 주민들은 개성공단에서 몇 달만 일한다면 본전을 찾고도 남는다는 인식에 일종의 투자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자산의 여유가 없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부족한 뇌물 액을 메우기 위해 고리대금을 빌리기도 한다.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특히 최근 2년 사이 들어온 4000여 명 미만의 근로자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자신의 총 자산을 투자하거나 혹은 고리대금을 빌려 취업한 상황에서 이 같은 공단 폐쇄로 인해 나앉게 생긴 것이다. 본전 회수는커녕 어떤 이들은 당장 빚 상환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여론이 악화된 배경에는 이젠 북한 내부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에서 기인한다. 시장은 돈과 물건이 거래되는 곳이지만 언로(言路)이기도 하다. 순식간에 말에 말이 붙고, 부정적으로 퍼지고 비판여론이 형성되는 통로로 작용한다. 시장의 비중과 지위는 몇 년 전과도 비교해 월등해진 상황이다. 이 시장과 개성공단의 연결고리는 생각 외로 긴밀하다.
무엇보다 몇 년 사이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하자 상품들이 인근 시장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성공단의 생산라인에서 나오는 물품의 불량률은 5% 남짓이다. 이렇게 나오는 하자 상품들은 근로자들에 의해 인근 시장으로 유통된다. 하자 상품을 유통하는 근로자들에겐 그야말로 쏠쏠한 수입원인 셈이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김정은을 향한 북한 내부 여론이 매우 악화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이러한 하자 상품들이 시장에 유통되는 과정에서의 경로는 완성된 상황이다. 중간 중간 이 유통에 개입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더군다나 비록 일부 하자 상품일지라도 남한의 높은 기술력으로 생산된 이 상품들은 북한 시장에서 꽤나 인기가 높고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루아침에 이러한 하자상품 유통이 중단된 것이다. 이를 유통하는 근로자, 상인은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불만이 폭증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됐다는 것이 북한 내부 소식통의 전언이다. 비록 북한 당국은 공단 폐쇄의 책임을 남한 당국에 돌리고 이를 선전하고 있지만, 근로자들을 비롯한 북한 주민들은 이 화살을 점차 김정은에게 돌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제는 재개의 기약이 없어진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단의 이번 폐쇄조치는 파장 면에서 비교 가능하다. 금강산관광지구의 경우, 평양과 지근거리에 있는 개성과 비교한다면 매우 폐쇄적이고 동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또한 이곳에서 일했던 종업원들은 소수에 불과하며 모두 북한 기관에 직속된 검증된 인사들이다. 개성공단의 근로자는 일반주민이면서 사실상 한국기업들이 고용한 형태였다. 여론 형성과 파장 면에서 두 곳은 큰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북한이 떠안게 된 문제는 바로 신뢰도 하락의 문제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 개성공단이 막히면 다른 무역 통로를 통해 이를 보충해야 한다. 문제는 이번 개성공단 폐쇄조치에 따라 중국의 기업가들을 중심으로 한 외부 투자 자체가 뚝 끊겼다는 것이다. 기존의 거래는 진행 중이지만 신뢰도 하락에 따라 신규 투자 및 거래가 전무해진 상황이다.
개성공단 폐쇄조치에 따른 신뢰성 하락이 다른 무역거래 통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는 개성공단 폐쇄조치와 함께 국제사회의 거래제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 달 남짓한 시간이지만, 현재 북한 당국은 굉장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필자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 과정에서 개성공단과 관련한 내각과 당, 군 기관에 해결책 모색과 관련한 안을 마련하라는 명령을 하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과 북한 수뇌부는 이렇게 모아진 안을 토대로 후속조치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만 북한 각 기관에서는 벌써부터 공단 재개와 관련한 여러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추후 북한 당국의 선택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개성공단 폐쇄 후폭풍 줄이고·자르고·조이고…무역회사 구조조정 본격화 앞서 밝혔듯 ‘개성공단 폐쇄’ 후폭풍은 UN의 거래 제재조치와 더불어 다른 무역거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하루아침에 싸늘해진 북-중 접경지역의 풍경으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쌀과 몇몇 제품을 제외하곤 국제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큰 부분을 차지했던 광물 및 광석 등 지하자원 거래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한다. 예전엔 석탄 10톤을 기준으로 한다면 넉넉히 1~3톤의 여분에 대해선 (비공식적으로) 무관세를 적용해 거래가 이뤄졌다. 중국 무역가들은 물론 북한 기관들 역시 이 과정에서 쏠쏠한 이득을 챙겨왔다. 중국 무역가들 입장에선 이 여분의 소득이 큰 메리트였다. 하지만 이득은커녕 거래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굳이 북한을 고집할 이유는 없어졌다. 물론 이 과정에서 틈새를 공략하는 중국의 밀무역자들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경에서의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위험부담만 염두에 둔다면 오히려 이전보다 높은 이윤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무역가라면 이 제재를 뚫고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북한 각 기관에서 운영 중인 무역회사들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바로 구조조정이다. 평양시당만 해도 광명성무역총회사를 중심으로 10개가 넘는 무역회사들이 산하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 회사가 개성공단 폐쇄 및 국제제재 등 악영향 탓에 거래액과 먹거리가 줄어 통폐합 조치가 시작됐다는 후문이다. 당분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걸] |
북한 해외식당도 타격 열 곳 중 두세 곳 정리 수순 직격탄이 떨어진 곳은 또 있다. 바로 북한 당국이 운영 중인 해외식당이다. 통일부와 외교부는 이미 북한식당에 대한 내국인들의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수차례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실제 이러한 영향으로 해외 일선 북한식당들의 영업은 최악의 상황을 치닫고 있다. 베이징에서 영업 중인 북한 식당. AP/연합뉴스 필자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미 북한 내부의 한 기관에선 현재의 130여 곳 식당 중 최소 20~30%는 정리해야 한다는 제의서를 지도부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으로 몇몇 식당 내부에선 웃지 못 할 풍경도 목격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 주재하는 북한 공무원들이나 무역일꾼들이 되도록 ‘식사는 반드시 인근 북한식당에서 해결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는 것이다. 즉 영업 부진에 따라 외부인들과의 비즈니스 목적의 식사자리까지 되도록 외부가 아닌 북한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해결하여 이익을 높이라는 뜻이다. [걸] |
필자 이윤걸은? |
그동안 ‘이윤걸이 쓰는 진짜 김정은 이야기’를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