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재응이 LA 다저스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귀국 때 모습. | ||
그러나 LA 다저스로의 트레이드는 수면 아래 잠수해있던 의외의 카드였다. 보스턴 레드삭스나 텍사스 레인저스, 템파베이 데블레이스의 이름은 자주 거론됐지만 다저스는 금시초문이었다. 본인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트레이드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미 메츠는 오래전부터 서재응의 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었다.
사실 이번 트레이드는 항상 퀄리티 스타트가 가능한 젊은 선발 투수를 꽤 쓸 만한 중간 구원 투수와 맞바꾼,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거래였다. 왜 메츠가 서재응을 트레이드 했는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메츠의 다른 선발 투수인 잼브라노나 트랙슬, 벤슨 등은 몸값이 비싸서 다저스가 거부했겠지만 서재응보다는 애런 헤일맨을 트레이드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메츠는 평소 솔직하고 거칠 것 없으며 고집 센 서재응이 부담스러웠다. 루키 시절 감독의 마이너리그행 통보에 정면으로 반발했고 빅리그 최고로 꼽히는 투수 코치의 투구폼 수정 지시도 거부할 정도로 대가 센 서재응이 속된 말로 메츠 구단에 찍혔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반항아적 기질이 강한 서재응보다는 모범생 헤일맨을 데리고 있겠다는 결정이었다. 결국 서재응은 올 겨울 트레이드 폭풍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본인의 말대로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것이 만년 동네북인 템파베이나 AL(아메리칸리그) 투수들의 무덤인 알링턴 구장을 홈으로 쓰는 텍사스로 이적한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좋은 결과다. 오래 정이 들고 작년에 집까지 구입한 뉴욕을 떠난다는 것을 아쉬워하지만 1백만 교민들이 거주하는 LA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서재응이 머물기에 좋은 환경이다. 다저스로의 이적은 서재응한테 빅리그에서 자리를 굳힐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LA 다저스로 이적한 서재응에 대한 평가와 예상은 아직은 갖가지로 엇갈린다. 15승을 거둘 수 있는 투수를 메츠가 내쳤고 다저스가 횡재를 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유망주 채드 빌링슬리가 성장하는 동안 서재응이 한시적인 선발을 맡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메이저리그 팬터지 사이트 중 하나인 로토오소리티에서는 서재응이 올시즌 다저스에서 2백 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15승에 평균자책점 3.51의 뛰어난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구체적인 예상도 내놨다. 그리고 다저스타디움은 셰이스타디움만큼이나 투수들에게 유리한 구장이다
서재응이나 타자들이나 모두 생소한 만남을 해야 하는 올 시즌, 서로 상대를 모를 때 유리한 것은 당연히 투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호재는 다저스가 불펜 코치로 댄 워슨을 고용했다는 점이다. 워슨은 작년 시즌 초반 메츠의 트리플A 노포크 타이즈에서 칼을 갈던 서재응에게 컷 패스트볼을 전수해준 주인공이다. 패터슨 코치와의 불화로 마음 고생을 하던 서재응으로서는 새로운 환경에서 마음에 맞는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이다. 2월19일부터 일본에서 훈련에 합류하고 본선까지 치를 경우 3월 중순이 넘어서까지 대표팀에서 뛰어야 한다. 다저스의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는 시점이 바로 2월 중순이다. 3월 초부터는 시범 경기도 시작된다. 새로운 팀에 합류하는 서재응으로서는 코칭스태프, 동료들과의 관계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작년에 마이너리그를 합해 2백이닝을 넘게 던지며 고생했던 점을 감안하면 페이스 조절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4월 초의 정규 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3월초의 WBC에 몸을 맞춰야 하니 올 시즌이 한 달은 더 길어지는 셈이다.
이적 첫 해에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초반의 오버페이스가 시즌 중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걱정이다.
민훈기 스포츠조선 야구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