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더민주 비상대책위원은 “박근혜 정부는 대선 당시 ‘국민행복’을 위한 10가지 약속을 내놓았지만 지금 어느 것 하나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불과 두 달 전까지 게임업체의 오너 경영자였기 때문인지 선거 명함을 돌리는 모습이 어색해 보이는데.
“(‘신제품 김병관’이란 선거명함을 보여주며) 신제품이다. 신제품, 하하(웃음). 일단 재미있다. 평소 안 해봐서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고 있다. 젊은 사람들에겐 인사만 해도 되는데, 어르신들은 명함 없으면 제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다. 명함도 드리고 손도 잡아드려야 한다. 오늘 들렀던 경로당에선 ‘사람은 좋은데, 너무 젊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치권 인사들이 다들 연세가 꽤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길거리 인사도 처음에는 시선처리가 어려워 힘들었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지역에선 의외로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다. ”
—IT 전문가 이력 때문에 비례대표 출마설이 돌았다. 분당갑 출마는 예상 밖이다. 최근 네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한 경험이 없는 지역인데 출마 동기는.
“IT 전문가로 영입됐지만 그 덕에 비례대표를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저는 표창원 교수에 이어 더민주 인재영입 2호로 입당했다. 당의 혁신과 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 어떤 요청이든 수락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오히려 분당갑 출마 결정은 당이 저를 배려한 거다. 웹젠은 제 분신과도 같은 기업이다. 분당에서 10년간 기업 활동을 해서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웹젠의 본사가 분당에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7년간 거주했던 도시도 분당이다. 정말 고마운 도시다. 분당이 여당 강세 지역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이겨 분당 지역민들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다. 설사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고 해도, 분당을 떠나지 않을 생각이다. 분당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행동으로 옮길 거다.”
—처음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87년 6월 항쟁이 일어났을 때 저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당시 아버지께서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을 하셨다. 병원에서 학교로 통학을 했는데 데모하는 모습을 종종 봤다. 그때 처음으로 ‘저 사람들은 왜 데모를 할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해야 했지만, 대학에 입학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가 91학번인데, 대학 1학년 시절이 ‘분신정국’이었다. 사람들이 분신자살을 많이 했다. 그때 김지하 시인이 썼던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는 글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좀 시끄러웠을 때라 정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실제로 학생운동에 참여했었나.
“적극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대학시절 내내 관심을 가지고 쭉 지켜봤다.”
—IT 분야에서 성공을 이뤘다면 인공지능 등 새로운 꿈을 꿈꿀 수 있었다. ‘정치’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도전을 한 이유는.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 앞에서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는 행동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영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집권 이후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무너졌다. 원칙과 상식이 흔들렸다. 그런 와중에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하자 깊은 비통함을 느꼈다. 민생은 더욱 어려워졌고 IT산업을 포함해 한국 경제가 점점 위기에 빠져 들었다. 양극화 때문에 중산층과 서민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졌고 청년들은 지금 희망을 잃었다. 좌절 중이다. 이런 좌절과 분노를 누가 풀어주어야 하는가. 저는 정치가 대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할 제1야당인 더민주가, 새로운 정치로 응답해야 했다. 지난해 말 문재인 전 대표의 제안을 받고 고민 끝에 입당을 결심했다. ”
—이명박 박근혜 정부 이후 ‘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진단한 이유는.
“과거에 비해 언론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쉽게 말해 ‘말할 수 있는 권리’가 후퇴 중이다. 국민이 정부를 비판하면 바로 고소와 고발이 들어온다. 국민이 있어야 정부가 존재할 수 있다. 정부가 못하면 국민은 당연히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정부가 나서서 고소·고발을 하고 있다. 언론 환경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 같다. 언론의 자유 역시 후퇴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
“첫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당시 ‘국민행복’을 위한 10가지 약속을 내놓았지만 지금 어느 것 하나 지키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 경감, 무상보육, 고교 무상교육, 반값 등록금 등 모든 공약을 폐기하거나 이행하지 않았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말을 바꿨다. 둘째, 불통과 오만이다. 박근혜 정부는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은 유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나 위로를 하지 않았다. 정부는 여전히 세월호에 대한 진상조사를 꺼려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협상에서 굴욕적인 결과를 그대로 밀어붙였다. 국민의 반대가 많은데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도 강행했다. ‘국정원의 국민감시법’에 불과한 테러방지법도 밀어붙였다. 3권 분립의 원칙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국회를 무시하고 압박을 가했다. 12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경제를 위협하고 부자감세와 서민증세로 중산층과 서민들의 삶이 피폐해져 가는데도, 오히려 특혜를 주면서 재벌 대기업을 감싸고 있다. 국민들은 이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현 정부를 보고 도대체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겠나.”
—정치 참여는 비판을 수반한다.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데.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제가 ‘누구를 대변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진보와 보수 프레임, 이런 것들을 떠나 특정 문제에 대해 한쪽을 대변하면 다른 쪽이 공격을 할 거다. 저는 게임업계 출신이기에 게임업계를 대변할 수 있다. 넓게 보면 IT 쪽을 대변할 수도 있다. 만약 제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유권자들을 대변해야 한다. 하지만 집단들 사이에 서로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 제 생각과도 다를 수 있다. 누구를 대변해야 할지는 여전히 제게 고민거리이자 숙제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
김병관 ‘꼰대까기’ 인터뷰②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