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더민주 비대위원은 “요즘 청년들이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며 “청년들이 좌절과 분노를 이겨내려면 선거를 통해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김병관 ‘꼰대까기’ 인터뷰①에서 받음
—더민주 입당 때부터 벤처기업가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많이 비교됐다. 지난 대선 당시 안 의원의 정치 참여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들었나.
“안철수 신드롬 초창기엔 저 역시 안 의원을 지지했다. 우리나라 정치권, 당시 여당도 책임이 있지만 야당의 잘못도 있었다. 그때는 새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안철수’로 응집됐다. 하지만 안 의원이 처음 ‘이것이 새정치다’고 하면서 내세웠던 1호 대표 공약은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줄이기’였다. (목소리를 높이며) 하지만 이런 공약은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측면이 있었고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공약이기도 했다.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서 정치에 참여했지만 그때 이후로 안 의원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안철수 신드롬’은 사라졌고 정치인 안철수만 남은 거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직장인으로서 안 의원이 사장님인 회사는 다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는 더 세게 말씀하셨는데 하하(웃음), 사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안 대표를 개인적으로 비난하려는 뜻은 전혀 없다. 다만 안 의원이 보여준 모습은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2년 전 새정치민주연합 통합 당시 안 의원을 따랐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과 공감대 없이 안 의원이 당을 합쳤다. 그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없었다. 때문에 안 의원의 지지자들이 대부분 떠났다. 또 안 의원의 ‘마이웨이’식 탈당과 국민의당 대표직 수행 방식에서 나타난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면,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보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는 스타일 같다. 이런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지켜보며 저는 ‘개인’ 안철수가 정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는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는 과정이 아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것이 정치다. 기업을 경영할 때에도 다르지 않다. 최종 의사결정은 자신이 하지만, 투명성을 보장해야 다수가 동의하고 인정할 수 있다. 그런 뜻으로 했던 말이었다.”
—주식 자산 평가액이 ‘3632억 원’이라고 들었다. 국내 주식 부자 8위라고도 한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의 경우 업무와 관련한 주식(3000만 원 이상)을 처분하거나, 주식과 관련한 권한을 대리인에게 위임해야 한다.
“관련 규정을 살펴본 뒤 문제가 생기거나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규정에 따를 것이다.”
—더민주 입당 당시 ‘노오력’과 ‘꼰대’를 비판해 화제가 됐다. 스스로 꼰대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
“꼰대란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이다. 저도 의사결정을 할 때 직원들의 말을 많이 들으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직원들이 보기에는 저조차도 제 생각을 강요한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제가 요즘 젊은이들에게 ‘노오오오력해봤나’라고 말하는 것을 ‘꼰대의 언어’라고 표현 것은, 젊은이들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생각만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청년들이 처한 상황이 어떤가. 과연 그들이 노력하지 않아서 취업 결혼 출산 육아도 포기한 건가.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성적·스펙관리에 알바까지, 청년들은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열심히 살고 있다. 이들이 바보 같아서, 그렇게 열심히 살고도 취업 결혼 등을 포기한 걸까. 결코 아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IT업계에 몰려드는 청년들 중엔 정말 똑똑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청년들이 많다. 이런 청년들에게 ‘노력하지 않아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고 청년들에게 탓을 돌리는 거다. 이런 말들이 ‘꼰대의 언어’다.”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인터뷰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저도 가끔 비슷한 질문을 한다. 누군가 제게 ‘무엇을 하고 싶다’고 하면, 그걸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봤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요즘 젊은 청년들은 노력을 한다고 해도 대부분이 잘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꼰대의 언어는 ‘더 노력해’ 이거다. 이렇게 쉽게 얘기 할 수 있지만, 이것이 ‘니가 노력을 좀 덜해서 그런 거야’라는 뉘양스라면 잘못된 거다. 그건 오로지 청년들의 절망을 개인 탓으로 돌리는 거다. 누가 노력을 안 하고 싶겠나. 다들 노력하면서 열심히 산다. 제가 정치에 입문하기 전엔 ‘사회가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 너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얘기를 했지만 이제는 ‘바꿔보겠다. 청년들이 노력하면 정당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한다.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다. ”
—그렇다면 절망하는 청년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요즘 청년들이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낭떠러지로 내몰리고 있다. 헬조선을 말하며 이 나라를 떠나고 싶어하는 심정을 이해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저는 ‘열심히 노력하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취업 연애 결혼 출산까지도 포기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를 향해 분노한다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유럽의 청년들은 선거 때 투표율이 80%에 달한다. 프랑스나 독일 대학의 등록금은 공짜이거나 아주 적은 금액이다. 우리나라에선 청년들이 대학 등록금, 취업난, 비정규직 일자리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고 있지만 정치에 대해선 너무 무관심하다. 투표율이 겨우 30%라고 한다. 청년들이 좌절과 분노를 이겨내려면 선거를 통해 정치를 바꿔야 한다. 반값등록금 약속을 지키지 않고 비정규직을 자꾸만 늘리고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대한민국을 금수저 흙수저의 나라로 갈라놓는 정부를 향해 청년들이 돌을 던졌으면 좋겠다. 좌절과 분노만 하지 말고, 투표장에 나가 표를 던지면 그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 ”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