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관련 투자는 기업 차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국가 차원의 투자도 이뤄지고 있는 것. 미국 정부는 2013년 차세대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브레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발표해 매년 2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한국 역시 국가 차원에서 관련 연구를 수행하며 올해 인공지능 기술에 3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은 더 공격적인 투자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중국 정부의 ‘13차 5개년 계획’의 100대 프로젝트 가운데 뇌과학 관련 연구가 4번째에 올라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 역시 ‘인터넷 플러스 프로젝트’를 내세워 중국 인공지능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기업 바이두는 최근 3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했다. 2014년에는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 교수도 영입했다. 앤드류 응은 구글과 인공지능 관련 공동 연구를 진행해 이름을 날렸다. 또 다른 중국 IT기업인 알리바바는 지난해 중국 최초의 인공지능 플랫폼 ‘DT PAI’를 공개했다. 또한 소프트뱅크, 팍스콘과 로봇 개발에 공동 투자 중이다. 텐센트 역시 기사작성 로봇 ‘드림라이터’를 개발하고 인공지능 연구소인 ‘스마트컴퓨팅 검색실험실’을 설립했다.
인공지능 개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중국 IT 기업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로고(좌측부터).
이처럼 중국 IT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론 미국과 일본 등의 국가에서도 정부 차원의 투자는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성을 이용해 단순 투자를 넘어서 인공지능 개발을 정책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은 어떨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과학기술 발전을 강조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 ‘북한 김정은 시대의 과학기술정책 변화와 시사점’에 따르면 북한의 ‘제4차 5개년계획(2013~2017)’에 첨단기술 육성이 더 강화됐다. 또한 북한 IT 관련 고급인력들이 외화 벌이를 위해 대거 외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중국에 파견된 인력만 1000명이 넘는다.
북한은 알파고 이전까지 최강의 바둑 프로그램을 보유한 국가였다. 북한 조선컴퓨터센터(KCC) 산하 삼일포정보센터는 1997년 바둑프로그램 ‘은별’을 개발했다. 은별은 1998년 FOST배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 연속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우승했다. 국내에서도 2006년 프로기사 김찬우 6단(42)에 의해 은별을 수입해 판매했다. 은별은 알파고의 핵심 알고리즘인 몬테카를로 방식을 활용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은별의 소식은 없다. 북한 언론에서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은별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국내 온라인 매장에서 판매 중인 바둑 프로그램 ‘은별’.
북한은 인공지능 기술을 무인기에 접목해 군사적 목적으로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파주와 백령도 등지에서 북한의 무인기가 발견됐다.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에는 청와대 상공에서 찍은 것을 포함해 200여 장의 사진이 나왔다. 그렇지만 아직 북한의 인공지능 기술력은 그렇게 높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북한의 무인기 제품으로 북한의 인공지능 기술을 평가하자면 80년대 수준”이라며 “북한에 ‘두루미’라는 무인기가 있는데 실시간의 영상을 전송하는 등의 기술은 있지만 자동으로 비행하는 기능까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기술 발전에 노력을 하고 있으나 과거보다 크게 진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선진국과 기술력의 차이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IT 강국 반열에 오르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