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영상에서 뽑지 말라고 주장하는 후보들의 유형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1. ‘대통령과 친하다’ ‘당 대표와 친하다’ 등을 언급하는 후보. 밑도 끝도 없이 대통령 혹은 당 대표와 찍은 사진 걸어놓고 마케팅하는 사람 뽑지 맙시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하나의 입법기관으로서 합리적이고 올바른 입법활동을 해야 한다. 누군가의 눈치 보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2. ‘출마 지역구의 아들입니다, 딸입니다’라고 외치는 후보. 막상 오래 살았다고 하는 후보 중 많은 수가 주요 업무 지역은 다른 곳이었던 경우가 많다. 또한 오래 살았다고 해서 그 지역을 아는 것도 아니다. 그 지역을 모르기 때문에 할 이야기가 연고밖에 없을 수도 있다.
3. 지역구 선심성 공약만 남발하는 후보. 국회의원은 지역구 예산만 따내서 지역에 다리 놓는 게 본업이 아니다. 국정 전반을 보면서 정책을 만드는, 이른바 ‘빅픽처’를 그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큰 그림 없이 지역구만 말하는 후보는 구청장하고 시의원 도의원해야 한다.
영상을 만든 매체는 <청춘씨:발아>라는 곳이다. 다소 거친 이름은 ‘땅에 심은 씨, 한국의 청춘이 발아’한다는 뜻이다. 이들은 ‘왜?’라는 질문을 잃은 청춘들, 이들로부터 ‘왜?’라는 질문을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뛰고 있다.
영상에 출연한 청년의 이름은 구현모 씨. 사실 구 씨의 인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악플 읽어주는 소년’으로 한 차례 인기를 끈 바 있다. 지난 10일 <일요신문>은 구 씨와 만났다.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20대, 30대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페이스북에서 이 영상이 엄청난 인기를 끈 이유는 뭘까. 다음은 일문일답.
구현모 씨는 20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치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영상이 엄청난 화제였다.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해 봤나.
“청춘씨 내부에서 인기 요인을 분석을 해보면 첫째는 오피니언 리더가 초기 공유를 많이 했다. 여기에 여러 언론사도 공유해갔다. 두 번째는 형식이 달랐다. 내용도 대화하는 형식에다 욕설 등이 자극적이었다. 양쪽 끝을 블러 처리해서 ‘직캠’처럼 눈에 확 들어오는 면이 있다.”
―영상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한건 언제인가.
“서울 신천역에 자주 가는데 총선에 출마한 후보의 대형 현수막에 진실한 사람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사진이 반 정도 들어가 있었다. 한 국회 상임위원장은 경력에 상임위원장을 자랑스레 내보이면서도 총선 공약을 보면 해당 지역구 이야기밖에 없다. 그럴 거면 구청장하는 게 낫지 않나. 밑도 끝도 없이 던지는 게 꼴 보기 싫었다. 그래서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이런 사람 뽑지 말자’고 텍스트로 썼다. 이 글을 언젠가 영상화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만들게 됐다.”
―20, 30대 표심을 잡기 위해 각당이 청년비례대표도 만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청년비례대표로 출마한 후보들 모두 갑자기 나왔는지 준비가 안 된 게 보인다. 청년들을 위한 공약이라고 할 만한 게 별로 없다. 이들이 말하는 청년도 재벌가 자제와 가난한 대학생의 서로 다른 입장이 반영되지 않고 뭉뚱그려져 있을 뿐이다. 또한 한 후보는 취업 준비를 하다 취업이 안 돼 출마한다고 한다. 국회의원이 훨씬 힘든데 취업이 안 되면 출마가 아니라 취업 준비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대가 느끼기에 20대가 보수화됐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20대가 보수화됐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김정은이나 북한 독재에 대한 악감정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 군대에 복무할 때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사건 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지 필요성이나 경제 정책으로서의 보수는 아닌 것 같다. 투표성향으로 20대를 보수적이라고 한다면 야당이 능력이 없어서 새누리당을 찍는 느낌이다.”
구현모 씨와 ‘청춘씨:발아’ 팀원들.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 건가.
“정치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고 싶다. 소선거구제, 대선거구제, 석패율 등을 쉽고 간략하게 설명해주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 정치인들이 청년들과 대화한다면서 토크콘서트 같은 부흥회 형식으로 꾸미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정치인과 청년들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장이 생각보다 없다. 그런 장도 만들고 싶다.”
―<청춘씨:발아> 활동을 통해서 원하는 게 있다면.
“20대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면 좋겠다. 이 영상이 수백만이 본다고 널리 알려지면 정치인들이 20대와 소통하는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우리의 목소리를 정책에 조금은 반영하지 않을까 싶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