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기사 조훈현 9단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입당식을 갖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스포츠계 승부사들 정계도 접수할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인물들은 스포츠계 스타들이다. 이들은 현역시절 각 종목에서 국위선양을 꾀했던 만큼 그 어떤 분야보다 인지도에서 앞선다. 무엇보다 최근엔 스포츠 외교의 중요성이 더욱 확대되면서 해당 인사들의 전문성까지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스포츠계 스타들의 국회 진출은 지난 19대 총선을 통해 본격화됐다. 아테네 영웅 문대성 의원과 왕년의 핑퐁 스타였던 했던 이에리사 의원이 각각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으로 원내 진출한 바 있다.
이번 20대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스포츠계 스타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프로기사 조훈현 9단이다. 조 9단은 국내 최초의 입신(9단)의 경지에 오른 바둑기사로 한국 바둑계를 세계최강의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조 9단은 한국기원 통산 최대 타이틀, 국내 및 세계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조 9단은 국회 기우회 회장인 원유철 원내대표가 영입한 인사로 최근 국내에 불고 있는 ‘이세돌 열풍’을 타고 원내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비례대표에 출사표를 던졌다. 역대급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자 대한민국 대표팀을 첫 월드컵 원정 16강의 길로 인도한 감독 경력까지 허 부회장은 축구계의 상징적 인물이다. 정계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허 부회장은 개인적 의사도 있었지만, 정몽준 전 의원의 원외 이탈 이후 정계 커넥션에 목말라있던 축구계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임은주 전 강원FC 대표도 빼놓을 수 없다. 임 전 대표는 국내 최초의 여성 국제 축구심판으로 스포츠계 스타이자 여성 리더로서도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다. 무엇보다 임 전 대표는 지난해 구단과 강원도의회 사이에서 구단 운영문제와 일부 비리의혹의 중심에 섰던 터라 이번 정계 진입 도전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도 홍영숙 전 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 선수도 출사표를 던졌다. 2006년 국제테니스연맹 올해의 선수로까지 뽑혔던 홍 전 선수는 장애인 출신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출사표 낸 정부·기관장들, 낙하산·코드 인사 논란 뚫을까?
매번 반복되고 있는 논란이지만, 정부인사 및 기관장들의 정계 진입 시도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의심의 눈초리를 살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들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사는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이다. 최 전 사장은 새누리당에 비례대표 후보자 신청을 한 뒤 지난 14일 곧바로 국토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최 전 사장은 코레일 재직 시 코드인사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3년 12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민영화 논란에 휩싸이면서 노조와 대립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철도대학 교수 시절 민영화에 반대하는 칼럼을 발표한 바 있어 이전 입장과는 반대되는 행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최 전 사장은 또한 2014년 1월 16일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에 ‘지역구 정치를 하고 싶은데 잘 봐 달라’는 취지의 말을 건네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시민사회에선 벌써부터 최 전 사장의 정계 진출과 관련해 “그동안 최 전 사장은 정계 진출을 위한 이력 쌓기용 행보를 해온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장옥주 전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해 발생한 메르스 사태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시 감사원은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보건당국의 무능도 한몫했다는 감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보건당국 관계자 16명만 징계대상이 됐을 뿐 정작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장 전 차관은 징계대상에서 제외됐다. 장 전 차관은 메르스 사태 공식 종료 직전이었던 지난해 10월 사직했고, 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장 전 차관이 사직했을 당시 그의 정계 진출 시도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터라 논란은 더욱 불을 지폈다.
한편 기관장 출신 중에는 유독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출신 후보자들이 많아 관심을 끌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4대 사회악 척결’ 중 불량식품 유통 근절과 관계가 깊다. 식약처는 기존의 보건복지부 외청이었던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2013년 국무총리실 산하의 처로 승격됐다. 사실상 식품·의약품 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되면서 힘을 받았다.
이에 1대 식약처장인 정승 전 처장과 2대 식약처장인 김승희 전 처장 모두 비례대표에 출사표를 던졌다. 전신이었던 식약청장 출신인 이희성 전 청장까지 합치면 모두 세 명이나 된다.
김재철 전 MBC 사장
이번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청자 명단에는 과거 적잖은 사회적 파장을 던졌던 각계 인사들도 눈에 띈다. 이미 지난 지방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이번 총선 비례대표에 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기자 시절 이미 두터운 친분을 쌓았던 김 전 사장은 MBC 사장 재직시절 줄곧 정치 편향성 논란으로 노조와 대립했다. 이명박 정부 말년에는 지인인 무용가 A 씨 및 A 씨 오빠에 대한 특혜지원 논란으로 자사 노조로부터 고소당한 바 있다. 2013년 2월엔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예산 및 카드사용 내역 자료 제출을 거부해 업무상 배임 혐의 및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2015년 2월 법원으로부터 결국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방문진 인사에 입김을 넣었다는 이유로 방문진 이사회로부터 중도 해임된 최초의 MBC 사장(실제론 주주총회 전 자진사퇴했다)으로 남기도 했다.
국정교과서 전도사로까지 불리는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은 일찌감치 새누리당 지도부의 영입대상이 되며 이번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그는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공개석상에서 줄곧 국정화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그를 ‘영웅’이라고까지 치켜세우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다만 진보진영에선 “한국사 교과서뿐 아니라 다른 과목 교과서들도 좌편향·왜곡됐다”는 전 사무총장의 다소 극단적인 주장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밖에 사회적 이슈마다 현장에서 적극적인 퍼포먼스로 강경 보수의 목소리를 내온 홍정식 활빈당 대표도 비례대표 신청자 명단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제2의 이자스민, 제2의 조명철 꿈꾸는 외풍(外風) 인사는?
지난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시대를 반영하는 파격적인 비례공천으로 주목을 끌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귀화자, 탈북자 출신의 인사를 비례대표로 영입한 케이스였다. 이번 총선 비례대표 명단에도 제2의 이자스민, 제2의 조명철을 꿈꾸는 후보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우선 귀화자 중에는 유명 방송인이자 교육자인 하일(본명 로버트 할리) 광주외국인학교 이사장이 눈에 띈다. 하 이사장은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귀화자 출신 의원의 명맥을 이을지 주목받고 있다.
탈북자 출신 후보자들도 있다. 탈북자 출신 1호 박사(국내 학위)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과 북한이탈주민들의 여성지도자 중 한 명인 남영화 NK여성연대 대표이사가 경쟁에 가세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탈북자 사회의 내부 갈등, 대표성 및 실효성을 이유로 탈북자 출신의 원내 진입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모양새다.
오히려 주목받고 있는 인사들은 중국동포 후보자들이다. 김무성 대표가 직접 언급한 만큼 사회 내 위치와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는 재한 중국동포사회는 올 총선 ‘외풍’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번 비례대표 신청자 명단에만 옥기순 재한중국동포유권자연맹 고문, 표영태 재한동포국적자총연합회 이사장, 이길복 안산시 귀한동포연합회장, 조명권 전국귀한동포총연합회장 등 다수의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 장사로 쏠쏠한 수입 올린 사연 새누리당은 이번 비례대표 후보자 모집 및 심사를 통해 제법 큰 수입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이번에 후보자 면접비로 책정한 금액은 100만 원이다. 여기에 직책당비 납부 기준액(월 50만 원)에 해당하는 최근 6개월 분(300만 원) 당비 납부를 최소한의 조건으로 걸었다. 따라서 한 후보자가 새누리당에 비례대표 후보자 신청을 하기 위해선 면접비 100만 원에 당비 300만 원 등 총 400만 원이 필요하다. 올해 611명의 신청자가 몰린 것을 감안한다면 단순 산술로 새누리당은 24억 4400만 원의 수입을 챙기게 되는 셈이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