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몰린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사업부 등 알짜 사업부 매각에 나서고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그런데 파는 쪽이 있으면 사는 쪽이 있게 마련. 현재 기업들은 하나같이 경기가 어렵다며 자산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웅진그룹 등이 겪었던 이른바 ‘승자의 저주’ 이후 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드는 데도 몸을 사리는 추세다. 재계 관계자는 “요즘은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인수전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이유가 분명하면 시장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도 M&A가 성사되지만 예전처럼 흔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음에도 M&A 시장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까닭은 사모펀드(PEF)와 금융자본이 경기침체를 틈 타 향후 고수익을 노리고 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 금융자본을 비롯해 유동성은 넘쳐난다”며 “심지어 산업자본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최근에는 PEF에 몰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상대적으로 자금이 여유로운 기업들이 직접 인수전에 뛰어들기보다 재무적 투자자(FI), 전략적 투자자(SI) 형태로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의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 참여, 유통업체들의 킴스클럽 인수 참여 등이 대표적인 예다. 대기업 관계자는 “경기가 불투명한 탓에 새로운 사업을 확장하기는 께름칙하고, 은행에 넣어두자니 금리가 너무 낮아 기대수익에 못미치고, 결국 PEF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으려는 것”이라며 “훗날 경기 상황에 따라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지난해 8월 삼표그룹의 동양시멘트 인수나 지난 1월 카카오의 로엔 인수, 최종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는 LG화학의 동부팜한농 인수,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처럼 기업이 직접 인수 주체인 경우도 있다. 기업들의 목적과 이유가 뚜렷한 경우다.
목적과 이유가 너무 분명해 잡음이 일어나기도 한다. 삼표의 동양시멘트 인수와 카카오의 로엔 인수는 고가 인수 논란에 시달린 바 있으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경쟁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일간신문 1면 광고까지 내가며 “반경쟁적 인수합병”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말부터 지난해에 걸쳐 이뤄진 삼성-한화 빅딜이나 지난해 롯데의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과 삼성비피화학(현 롯데비피화학) 인수처럼 재계를 들썩이게 한 M&A도 있으나 이는 대기업 간 이해관계에 따른 거래라는 의견이 다수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