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주민들을 위해 공구세트, 복사기, 팩스 등 무료로 빌려줘
- 관내 60개 중개업소 참여
- 민간 주도로 공유문화 확산 기여
[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용산구에 사는 김대훈(35)씨는 얼마 전 집수리를 위해 몽키를 구매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망설였지만 공구를 빌려쓸만한 이웃을 찾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사긴 했는데 1년에 몇 번 사용할 거 같지는 않아요. 공구를 빌려 쓸 만한 곳이 많았으면 좋겠어요”라며 계면스레 웃었다.
▲ 부동산 중개업소를 활용한 공유사업 추진 간담회
용산구(구청장 성장현)는 김대훈씨처럼 공구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주민들을 위해 전국 최초로 부동산중개업소를 활용한 공유사업을 실시한다. 중개업소에서 공구세트는 물론 복사기, 팩스도 무료로 빌려 쓸 수 있다.
구에서는 이미 공공시설 4군데(원효2동주민센터, 한강로동주민센터, 이태원1동주민센터, 이태원2동 새마을운동 용산구지회)에서 공구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무거운 공구를 빌리러 가기에 거리가 너무 멀고 주말에는 이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에 구는 동네 곳곳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를 활용키로 했다. 이른바 ‘생활 밀착형 공유사업’의 일환이다.
구는 올해 초 4회에 걸쳐 ‘부동산 중개업소를 활용한 공유사업 추진 간담회’를 개최했다. 공유사업 사례 동영상을 상영하고 업소의 자발적 참여 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공구세트, 복사기, 팩스 등을 무료로 빌려주자고 뜻을 모았다.
구 관계자는 “공구세트 구입비와 복사기 등 유지관리 비용을 고려할 때 사업에 참여할 중개업소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간담회에 참여한 중개업자 대다수가 사업 취지를 이해하고 지지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유사업에는 총60개 업소가 참여한다. 그 중 공구세트, 복사기, 팩스를 모두 갖춘 곳은 49개소다. 공구를 기 보유했던 17개소를 제외한 32개소는 이번에 공구를 공동으로 구매했다. 복사기와 팩스만 개방키로 한 곳은 11개소다.
▲ 공유사업 참여업소 스티커
오는 21일부터 주민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이곳 중개업소를 방문해 무료로 복사기, 팩스, 공구류를 빌려 쓸 수 있다. 이들 업소에는 ‘용산구민을 위한 무료공유사업 참여업소’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번 사업이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적잖이 해소시킬 뿐만 아니라 부동산중개업소 이미지 개선, 나아가 공동체 문화 확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구는 앞으로 주민 이용 실적 등을 분석해 참여 업소를 더욱 확대시켜 나갈 예정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이번 사업으로 구민들의 가계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드리고자 한다”며 “민간 주도의 실질적인 공유사업 추진을 통해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고 공유문화 확산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사업에 참여하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용산구지회는 저소득층 주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부동산 무료중개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지난달에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자정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사회 상생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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